222조 원 규모의 건축 산업이 가진 가능성에 주목하는 책이다. 저자는 철저히 국내에서 생산되고 소비되는 건축은 집, 도시, 일자리와 관련한 한국 사회의 주요 쟁점과 연결돼 있다고 짚는다. 어린이집, 주민센터, 파출소, 우체국, 학교, 아파트 단지, 다세대 다가구 주택 등의 주요 생활공간에서 가로등, 안전 난간, 방음벽, 주차장, 완충 녹지와 같은 시설물까지 관여하는 건축에 관해 시민이 더 많이 알 때 더 나은 삶터를 만들 수 있다는 것.
이를 통해 저자는 “건축이 일자리, 경제민주화, 도시재생, 교육 현장 혁신, 복지 확대와 같은 쟁점을 모두 관통한다”고 말한다. 그리고 “단순히 시장의 크기 때문이 아니다. 건축이 한국 사회의 질적 변화를 꾀하는 데 핵심적인 가치를 담고 있기 때문”이라며 “미래의 사회 혁신을 위해 강조되는 창의, 네트워크, 분산, 협치, 소통의 가치는, ‘표준’을 거부하고 장소와 이용자 ‘맞춤형’ 작업을 수행하는 건축의 가치와 꼭 일치한다”고 강조한다. 더 나아가 “건축이 맞닥뜨린 과제는 비단 건축만의 과제가 아닌 한국 사회 전체의 과제와도 맞닿아 있다고 봐도 무방할 것”이라고 말한다.
이 책이 말을 건네는 대상은 다양하다. 여전히 ‘건설의 시대’에 묶여 있는 행정가들, 앞으로 크고 작은 작업에서 우리 삶을 바꿔나갈 건축사들과 도시 설계 전문가들, 좋은 설계를 꿈꾸며 공부하고 있는 건축학과 학생들, 그리고 무엇보다 우리의 일상 그 자체인 집과 동네와 도시가 어떤 방식으로 만들어지고 있는지, 건축이 창출하는 가치가 개개인의 삶의 질에 얼마나 중요한지 아는(알아야 할) 시민들까지. 저자는 오늘을 사는 보통의 사람들에게 이렇게 말한다. “건축은 동네를 바꾸고 세상을 바꾸지만, 그 건축을 바꾸는 것을 결국 시민이다.”
박인석 지음 / 2만 원 / 마티 펴냄 / 352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