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두 골프만사] ‘눈의 영혼’을 팔아 3타를 사다
(CNB저널 = 김영두 한국골프칼럼니스트협회 부이사장) “드라이버 거리를 10야드만 늘릴 수 있다면 악마에게 영혼을 팔겠다”고 한 골퍼가 있다. 골퍼라면 ‘드라이버 비거리의 증가’를 오매불망 소원하겠지만, 악마에게 영혼을 팔겠다니, 이는 사람들을 기만하는 짓이다.
인간이 악마에게 영혼을 매도하려면, 영혼을 매수할 악마를 찾아야 한다. 혹시 어디서인지 악마를 자처하고 나서는 존재가 있다고 해도, 그 존재가 정말 하느님이 신분을 보증해주는 악마일까. 악마는 인간의 영혼을 어디에 쓰려고 ‘드라이버 비거리 10야드 증가’를 내주고 살 것인가. 영혼이 팔린 인간의 남은 생이나 후생은 어떻게 될 것인가.
일어날 가능성이 제로인 상황에 베팅을 하겠다고 뻥치는 사람, 사기꾼이 아니겠는가. 언젠가 같이 공을 치던 동반자가 뜬금없이 “김 작가가 이 홀에서 버디를 하면 손에 장을 지지겠다”고 내 실력을 무시하는 발언을 했다. ‘장을 지지다’는 자기 생각이나 주장이 틀림없을 때, 상대편이 무슨 일을 절대로 할 수 없다고 확신할 때 쓰는 표현이다.
그가 그런 말을 했거나 말거나, 나는 그 홀에서 버디를 했다. 천사가 도왔는지 악마가 도왔는지 내리막 5미터 퍼트가 수월하게 들어가 버렸다. 버디를 했으니 다음 순서는 도망가려는 그를 체포해 즐겁게 그의 손에 장을 지지는 것인데, 캐디를 포함해 다른 동반자들은 ‘손에 장을 지진다’는 것이 무엇을 어떻게 하는 것인지 몰랐다.
사전을 비롯한 모든 정보를 수집 분석한 바에 의하면, ‘장을 지진다’는 ‘뜸장을 뜬다’는 뜻이었다. 하지만, 뜸장을 뜨려면 약쑥을 비벼서 고깔 모양으로 만들어야 한다는데, 약쑥은 어디서 구하며, 쑥만으로는 고깔 형태가 안 잡힐 텐데 밀가루를 섞느냐 다른 약재를 섞느냐, 갑론을박하다가 흐지부지 끝나고 말았다.
골퍼들은 가끔 그런 이상한 장담들을 한다. “악마에게 영혼을 팔겠다” “손에 장을 지지겠다” 등…. “인공수정체로 개비를 하면 핸디가 2타 향상이란다.” 친구가 그런 정보를 흘렸을 때 “핸디 3타 좋아진다면, 나는 영혼도 팔고, 장도 지지겠다”고 사기꾼 같은 장담을 해버렸다.
인공수정체로 2타 향상을 노린 친구는…
안과 수술의 이점은 꼭 골프의 핸디에 국한된 것은 아니련만, 친구는 용기를 내어 수술을 받았다. 그녀는 얼마 안 있어, 좋아진 눈이 부분적 이유라면 더 비중 있는 이유는 열심 노력의 결과이겠지만, 2타가 아니라 3타 쯤 향상됐다.
▲8월 24일 열린 ‘2017 코엑스 엑스 골프쇼’를 찾은 시민들이 골프 클럽을 직접 시험해보고 있다. 사진은 기사 특정 사실과 관련 없음. 사진 = 연합뉴스
나는 친구 몰래 영혼을 사는 악마를 찾아다니다가 “까짓 2타는 문제없죠”라고 사기 치는, 절호의 비즈니스 찬스를 잡은, 여태껏 단 한 건의 수술 하자가 없었다고 호언장담하는 안과전문의를 만나서 생체수정체를 인공렌즈로 교체하는 수술을 받았다. 나름 안과 병원과 집도의에 대한 신뢰도도 조사했고, 오래 고민하고 망설이다 무지무지 비싼 값을 치르고 내 눈을 버리고 인공눈을 샀다.
인간의 수정체를 실리콘 렌즈로 맞바꾸는 수술이야말로 악마에게 영혼을 파는 행위가 아닐까. ‘몸값이 천 냥이면 눈 값이라는 구백 냥’이라는 속담은, 우리의 몸에서 눈의 중요성을 강조한 말일 테지만, 나는 영혼이 나가고 들어오는 창구가 어쩐지 눈일 것만 같은 생각이 든다.
근시 안경 없이 드라이버에 맞은 공이 날아가는 포물선이 쫒아지고, 돋보기 없이 공 겉면에서 꼬물거리던 날파리 같은 글자들이 일렬로 가지런히 정렬하는 양을 바라보며 나는 2타 아니 3타쯤 잘 칠 수 있다는 자신이 생긴다. 나야말로 악마에게 영혼을 팔고 ‘골프 핸디캡 3점’을 산 것 같다.
(정리 = 김금영 기자)
김영두 한국골프칼럼니스트협회 부이사장 babsigy@cnb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