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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영미 골프만사] ‘부담 가득’ 라운딩을 살려낸 집중력 습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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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561호 손영미 골프 칼럼니스트⁄ 2017.11.13 09:23:54

(CNB저널 = 손영미 골프 칼럼니스트) 가을이 무르익었다. 필자가 오색 가을 단풍 숲이 우거진 필드 위를 걸으며 오랜만에 원로 대선배들과 함께하는 시간은 한참 어린 필자인 후배에게 긴장도 된다. 웃어른에 대한 예를 갖춰야 하는 자리로 적잖은 부담이 가슴을 꽉 막히게 한다. 더구나 초대한 선배가 곧바로 비즈니스와 연관돼 있다면 더더욱 신경이 쓰인다. 편먹기 스크래치 게임을 요구할라치면 오늘은 이기고도 부담이다.

거기다 동반자로 모인 첫 번째 선수는 40년 연기 생활로 체력과 기량은 물론 신사의 매력까지 두루 갖춘, 현재까지 활발히 활동하는 원로 배우다. 많은 스케줄 속에서도 멀리 제주에서 촬영을 마치고 아침 라운드 스케줄을 맞춰 달려온 열정, 그 체력만으로도 가히 긴장감을 준다.

두 번째 프로는 30여 년 무대에 선 가수다. 여성 싱글 골퍼인 그녀는 오랜 무대 생활로 대중 심리를 아우르는 미모와 젊은 감각 내공이 엿보인다. 마지막 선수, 기라성 같은 선배들을 아우르는 대선배로 기업인이다. C그룹 오너로 그 어렵다는 중국 땅 허허벌판의 골프장을 개척한 무적의 혁명가. 세 사람의 연배와 업적만으로도 오늘 필자는 기가 죽는다. 경기도 포천 참밸리 CC에 도착했다. 산자락 지형을 그대로 살린 산 정상에서 바라보는 필드의 전경. 그렇게  네 사람의 첫 라운드 조우가 시작됐다.

별난 상황 속에서도 자신의 페이스를 지켜야

제일 나이 어린 필자가 식사 시간부터 제일 늦게 나타나 기웃기웃 선배들 눈치 보며 겨우 식사를 마치고 허둥지둥 티샷, 첫 홀부터 왼쪽 도굴 홀로…. 긴장이다. 캐디의 가녀린 목소리가 갑자기 커진다. “안 돼!” 첫 홀 첫 샷부터 드라이버샷이 오비(out of bounds)다.

시니어 티 위에 서 있는 원로 오너 선배와, 화이트 티를 선택해 동반 선배들과 나란히 어깨를 겨루며 필자는 내심 불안하다. 원로 선배들의 자로 잰 것 같은 퍼터 실력에 비해 필자는 유독 그린 위의 숏게임에 자신이 없었다. 그냥 레이디 티로 가야 하나 잠시 고민했다. 

그동안의 연륜과 내공으로 자신의 분야를 일군 이들의 필드 링은 사뭇 진지하다. 샷 하나하나 대강 치는 법이 없다. 한 타 한 타가 돈이다. 결정적 한 타는 퍼터다. 집중력도 순간 습관이다. 이미 승부수가 몸에 밴 프로들이다. 세 사람의 긴장 모드 속 필자의 편이 되면 성적이 저조하다. 이래저래 편먹기 게임은 필자가 상대에게 불운의 민폐가 됐다.

▲오지현이 11월 3일 열린 하이트진로 챔피언십 2라운드 6번 홀에서 그린을 집중해서 살피고 있다. 사진은 기사의 특정 사실과 관련 없음. 사진 = 연합뉴스

속 끓는 불안을 애써 감추고 필자가 넌지시 건넨 한마디. “선배들, 되도록 제 편은 되지 마세요. 제가 부담이네요” “하하하…” 잠시 긴장이 여유로 풀어져 모두가 한바탕 웃었지만 그 순간에도 세 사람은 모두 자신의 볼이 떨어진 지점을 훑고 응시하고 있었다. 집중력도 습관이다. 별난 상황 속에서도 자신의 페이스를 지켜라. 본능적인 승부력도, 집중력도 습관에서 비롯될 수 있었다.

결국 필자는 전반 홀을 완패하고 후반 나인 홀부터 낯가림을 벗어나 서서히 기본 페이스를 찾아갔다. 세 사람의 연륜이 주는 내공 깊은 집중력은 가히 본받아 익혀볼 만한 본보기가 됐다. 어떤 상황 속에서도 자신의 페이스를 놓치지 않는 것. 그것은 어느 누구와 동반하든, 어떤 장소이건, 어떤 상황 조건이건 상관없이 자신의 리듬을 놓지 않는 것이다. 그 집중력은 다름 아닌 오랫동안 몸에 밴 습관이었다.

11월은 납회 시즌으로 골프 핫 시즌도 얼마 남지 않았다. 지지직거리는 라디오 채널 주파수를 맞추듯 올곧은 집중력으로 손맛이 느껴지는 샷! 정확도를 이뤄내는 스팟 소리를 제대로 느끼고 들어보자. 모두 “굿 샷!”이다. 

(정리 = 김금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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