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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주의 나홀로 세계여행 (152) 이스탄불] 아시아에서 유럽으로 출퇴근하는 부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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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566호 김현주 광운대 미디어영상학부 교수⁄ 2017.12.18 09:21:46

(CNB저널 = 김현주 광운대 미디어영상학부 교수)

7일차 (모리셔스 출발 - 독일 쾰른 경유 - 이스탄불 도착)

터키 이스탄불로

독일 쾰른(Köln, 영어로는 Cologne) 행 항공기에 오른다. 승객은 나만 빼고는 모두 모리셔스에서 휴가를 즐기고 귀국하는 가족, 연인 단위의 독일인, 프랑스인이다.

11시간 30분, 5788마일의 머나먼 길이다. 아프리카 대륙을 종단하는 데만 8시간 가까이 걸린다. 인내심의 한계에 도달한 즈음 항공기는 땅을 밟는다. 공항 터미널에서 긴 시간을 기다려 귀국행 항공기가 기다리는 터키 이스탄불로 떠난다.


8일차 (이스탄불 도착, 당일 탐방 후 출발)

이스탄불 나들이

독일 쾰른에서 이스탄불까지 세 시간, 사비하 괵첸 공항에서 이스탄불 교통카드를 구입한다. 이스탄불 교통카드(Istanbul Kart)는 대중교통 카드로서 이스탄불에 하루 이상 머문다면 한 장 장만하는 것이 압도적으로 유리하다. 버스, 트램, 메트로는 물론이고 웬만한 페리에도 모두 통용되고 심지어는 화장실 입장에도 사용할 수 있다.

먼저 버스로 카디코이(Kadikoy)로 나가 페리를 타고 마르마라 해를 건너 에미뇌뉘(Eminönü)로 간다. 오늘 이스탄불 날씨가 따뜻하다. 벌써 여러 번째 이스탄불을 들락거리고 있지만 여태껏 만나지 못했던 멋진 날씨다. 소피아 성당(Haghia Sofia, Aya Sofia), 술탄 아흐멧 사원(Sultan Ahmet Camil), 돌마바흐체 궁전(Dolmabahce Saray), 그리고 멀리 보스포러스(Bosphorus) 대교, 그리고는 이름을 알 수 없는 수십, 수백 개의 모스크(camil)가 한눈에 들어온다. 참으로 터키다운 풍경이 한눈에 펼쳐진다. 이스탄불은 물의 도시, 카밀(사원)의 도시인 것이다.

▲광장에서 찾아낸 소피아 성당이 술탄 아흐멧 사원과 마주보고 서 있다. 사진 = 김현주

▲이스탄불 나들이에 나섰다. 먼저 버스로 카디코이로 나가 페리를 타고 마르마라 해를 건너 에미뇌뉘로 간다. 사진은 에미뇌뉘 항구. 사진 = 김현주

보스포러스 유람선

25분 후, 페리는 금각만(Golden Horn Bay)에 진입한다. 에미뇌뉘 선착장에서 보스포러스 유람선에 오른다. 오늘 밤 서울 행 항공기 출발까지 긴 낮 시간을 보내기에 가장 역동적인 방법을 선택한 것이다. 선착장에서 멀지 않은 언덕에 서 있는 갈라타 타워(Galata Tower)를 보며 선상 관광을 시작한다.

돌마바흐체 궁전을 스치고 지난다. 오토만 제국은 궁전 하나만을 남기고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 것 같다. 프랑스 베르사유 궁전을 흉내 낸 화려함의 극치다. 제국이 기울어 가는데 화려한 궁전을 건축한 난센스를 어떻게 설명해야 하나?

나는 오늘 두 대륙을 자유분방하게 넘나드는 재밌는 경험을 한다. 수백만 시민들은 집값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아시아 쪽에 살면서 유럽 쪽에 있는 사무실로 매일 오간다. 해협이 내려다보이는 언덕에 고급 주택들이 모여 있다. 집집마다 개인 선착장과 보트 한두 척씩 가지고 있으니 시내 나들이는 막히는 도로를 이용할 필요가 없는 사람들이 사는 곳이다.

▲선착장에서 멀지 않은 언덕에 갈라타 타워가 서 있다. 사진 = 김현주

▲에미뇌뉘 선착장에서 보스포러스 유람선에 올랐다. 보스포러스 대교가 장관이다. 사진 = 김현주

유람선은 보스포러스 해협 북쪽 입구 보스포러스 대교 밑에서 유턴한다. 산언덕에는 요로스 성(Yoros Kalesi)이 전략적으로 너무도 중요한 길목을 지키며 웅장하게 서 있다. 이슬람과 기독교, 오토만과 러시아, 오토만과 서구 열강이 각축했던 곳이다.

한 시간 반의 멋진 크루즈가 끝났다. 12리라(4000원)의 비용으로 만끽한 즐거움이었다. 에미뇌뉘 선착장에서 약 300m 걸으면 열차역(sirkesi)이다. 이제는 오스트리아 비엔나까지로 동방 노선이 축소됐지만, 19세기말부터 1977년까지 거의 한 세기 동안 파리에서 이스탄불까지 달렸던 오리엔트 익스프레스(Orient Express) 열차의 종착역이었다. 

▲돌마바흐체 궁전이 눈에 들어온다. 이름을 알 수 없는 수십, 수백 개의 모스크도 마주했다. 터키다운 풍경이다. 사진 = 김현주

로마 제국의 위세

이스탄불의 관광 중심 술탄아흐멧 광장(Sultan Ahmet Meydani)을 찾는다. 광장에는 이스탄불의 명소가 집중적으로 모여 있다. 광장 한쪽에는 독일 빌헬름 2세의 이스탄불 방문 2주년 기념으로 1901년에 세운 독일분수(German Fountain)가 우아하게 서 있고, 그 맞은편에는 오벨리스크(obelisk)가 우뚝 서 있다.

BC 1490년 이집트 파라오가 룩소르(Luxor)에 세운 두 개의 오벨리스크 중 하나가 생뚱맞게 이곳에 서 있다. 로마 제국이 지중해를 호령하던 AD 4세기 로마 황제가 이곳으로 옮겨온 이후 광장 한 곳에 방치돼 있다가 390년 테오도시우스(Theodosius) 황제 시절 이 자리에 일으켜 세웠다. 이집트 룩소에서 이곳까지 가져온 것도 놀랍지만 높이 26m, 무게 800톤의 돌기둥을 기반석 위에 일으켜 세운 것 자체가 당시로서는 대단한 토목 대역사였을 것이다.

광장의 또 다른 명물은 뱀 기둥(Serpent Column)이다. BC 5세기 그리스가 페르시아를 정벌한 기념으로 델피(Delphi) 아폴로 신전 앞에 세웠던 것을 324년 콘스탄틴(Constantine) 황제가 이스탄불로 가져왔다. 당시 로마 제국의 위세가 어떤 것이었는지, 그리고 당시 로마 제국에서 이스탄불(비잔티움, 혹은 훗날 콘스탄티노플)이 어떤 위상을 차지하고 있었는지 말해준다.

▲술탄 아흐멧 광장에는 이스탄불의 명소가 모여 있다. 오벨리스크도 발견했다. 사진 = 김현주

▲술탄 아흐멧 광장의 명물 뱀 기둥이다. BC 5세기 그리스가 페르시아를 정벌한 기념으로 델피 아폴로 신전 앞에 세운 것을 324년 콘스탄틴 황제가 이스탄불로 가져왔다. 사진 = 김현주

서울행 항공기를 타고

광장에 서로 마주보고 서 있는 소피아 성당(Haghia Sofia 또는 Aya Sofia)과 술탄 아흐멧 사원(Sultan Ahmet Camil, 일명 Blue Mosque)에 차례로 들른 뒤 아타튀르크 공항으로 이동해 서울행 항공기 출발을 기다린다. 이용객 순위 세계 11위, 행선지 순위로는 독일 프랑크푸르트 공항에 이어 세계 2위인 거대 공항은 오늘도 붐빈다.

공항에서 기다리는 중 쿠르드족 중년 마지드(Majid)와 얘기를 나눈다. 이라크 국적 소유자로서 키르쿠크(Kirkuk)에서 왔단다. 이라크 영토지만 크루드족이 통제하는 지역이라 안전하므로 꼭 와보라고 한다. 난데없이 앞으로 가야 할 곳이 하나 더 늘어난 것 같다. 장대한 여정이 끝나간다. 몸과 마음을 추스르려면 귀국 후 며칠 걸릴 것 같다. 

(정리 = 김금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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