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를리 에브도’의 만평은 풍자일까, 혐오표현일까? 어째서 그림 속 여성은 나체인 경우가 많을까? 히틀러가 주인공인 그림에는 총을 쏴도 괜찮을까? 미술을 매개로 인권을 이야기하는 책이다. ‘불편해도 괜찮아’ ‘불편하면 따져봐’를 이어 국가인권위원회가 인권을 좀 더 쉽고 재미있게 전하기 위해 기획한 교양서다. 경쾌한 문장과 절묘한 비유를 통해 인권을 대중화하는 전작들의 취지를 잇는 동시에 독자들에게 ‘불편하게 바라보기’를 권한다.
1부는 우리가 알아야 하지만 종종 간과하는 기본적인 인권들을 다룬다. 특히 예술이라는 명목으로 대상화되며 인권을 침해당한 이들에게 주목했다. 1장은 여성, 3장은 장애인, 4장은 이주민, 6장은 성소수자들이 예술에서 어떻게 묘사됐는지 살펴보며, 우리도 무심코 나와 다르다는 이유로 그들을 대상화하며 차별하지는 않았는지 돌아보게 한다. 예술에서 인권을 찾아내 설명하기도 한다. 2장은 가난과 결핍을 다룬 작품들을 살펴보며 사회권을 이야기하고, 7장은 가장 극악한 범죄인 학살을 예술이 어떻게 기억해 왔는지 짚어본다. 8장은 프로메테우스를 소재로 한 여러 작품을 보며 인신의 자유를 말하고, 9장은 오노레 도미에의 풍자화와 히틀러가 싫어한 오토 딕스의 작품 등으로 표현의 자유의 역사를 들려준다.
2부는 좀 더 심도 깊게 들어가 명확한 답을 제시하기 어려운 인권 문제들을 다룬다. 10장은 자극적인 만평으로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의 테러 목표가 되기도 했던 ‘샤를리 에브도’ 등을 예로 표현의 자유에 한계란 없는지 질문한다. 이와 더불어 11장은 인종주의, 12장은 여성혐오, 13장은 신앙의 자유 등 논쟁이 오래됐지만 여전히 정답이 나오지는 않은 문제들을 독자들에게 제시한다. 나아가 앞으로 더욱 뜨겁게 논의될 인권 주제들에도 주목한다. 14장은 저출생에 따라 고령화가 급격히 진행되는 우리 사회에 어떤 문제들이 대두될지 진단한다. 15장은 인터넷의 발달에 따라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는 개인정보자기결정권, 인격권, 지적재산권 등과 더불어 사람 외에 동물과 인공지능의 권리에 대해서도 살펴보며 인권의 오늘과 내일을 모색한다.
김태권 지음 / 1만 6000원 / 창비 펴냄 / 274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