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NB저널 = 김영두 한국골프칼럼니스트협회 부이사장) 골프를 하다보면 절실하게 회원권의 필요성을 느낀다. 한국에서는 4인이 한 조를 이뤄야 라운드를 할 수 있기 때문에, 개인 회원권만으로는 동반자의 눈치를 보며 그린피를 머릿수대로 나눠야하고, 네 명이 같이 구입하지 않는 이상 개인 회원권을 제대로 활용하기가 어렵다.
나는 2011년 6월, 친구를 따라 B골프장 회원권을 구입했고, B골프장 회원 모임에 들었다. 회원의 권리는 2007년 4월 발행한 차입금증서가 보장해 주고 있었다. 증서 발행 10년차인 2017년부터 10년에 걸쳐 채무를 상환한다는 단서조항도 첨부돼 있었다. 월 일정한 횟수만큼의 부킹 보장에, 회원 대우 골프 라운드에, 6년 후부터는 10년에 걸쳐 내가 투자한 금액의 두 배를 돌려받는 것이다. 피상적으로 포착한다면 대단한 행운이다.
B골프장 회원권은 내가 구입할 당시에도 악성 루머가 난무했고, 존망지추에 놓인 듯 했다. 바보가 아닌 매도자는 채권을 그때의 시세대로 양도했고, 실제로 바보 축에 드는 나는 매도자가 급전이 필요해서 눈물을 머금고 손을 털었다는 생각도 했다.
나는 혼밥이나 혼술이라는 신조어가 생겨나기 훨씬 전부터 혼밥, 혼술, 혼영화감상, 혼골프에 익숙했다. 가족과 외식 한 번 하는데도 날짜 장소 메뉴 정하기까지 의견이 분분해서 배가 산으로 가려 한다. 골프를, 뭐, 이삿짐에 개 따라다니듯 한다면, 불러주면 얼른 짐 챙겨서 카풀 장소까지 나가면 그만이겠지만, 누가 그렇게 이사를 자주 가는 것도 아니다.
그래서 무라카미 하루키는 효과가 잘 안 나는 연습도 부단히 해야 하고, 부피와 무게가 꽤 나가는 장비를 차에 싣고 멀리 가야 하고, 옷도 갈아입어야 하고, 한 라운드 도는 데 족히 하루를 잡아먹고, 경비도 많이 들고 등을 열거하며 골프 대신 마라톤을 한다고 했다.
골프의 단점이 거기에만 국한된다면 나도 진즉에 골프 집어치웠다. 골프의 단점은 그런 단점에도 불구하고 너무 재미있어서 골퍼는 골퍼라는 이름을 걸고는 죽어도 골프를 포기 못한다는 점이다. 문제는 부킹, 장소 섭외다.
혼밥·혼술 시대에 혼골프 매력 또한 만만치 않으니
옛날옛적의 퍼블릭 골프장은 골프백이 도착하는 순서대로 티오프를 했다. 계획성 없는 혼자만의 번개 골프가 가능했다. 어느 기분 꿀꿀한 날 충동적으로 페어웨이로 달려가면 혼라운드가 가능했다.
“낼 새벽 5시에 출발이다.” 골프에 갈급한 몇 날을 보낸 후에 친구와 전화로 약속을 맞춘다. 그리고 새벽 동트기 전에 총알처럼 튕겨나가면 골프장 그린 너머로 떠오르는 아침 해를 맞을 수 있었다. 떠오르는 태양을 향해 드라이브샷을 날리는 맛이란.
나는 지난 7년여 동안 B골프장 파산의 기미를 강 건너 불 바라보듯 하면서 회원들과 즐겁게 라운드를 했다. B골프장은 드디어 파산했다. 법원에서 등기우편이 계속 날아오는 가운데 채권자들은 연합해 채무자를 어떻게 죽이느냐 어떻게 살리느냐 연일 회의 중이고, 채권자의 한 사람인 나는 손해를 최소화 방법을 찾아 줏대 없이 부화뇌동하고 있다.
겨울이 시작되면서 골프 라운드를 쉬었다. 지금은 한겨울이고 너무 추워서 모든 골프장에 내장객이 없는 모양인데, 그래도 혼골프는 허락을 안 한다. 아, 옛날이 그립다. 새해에는 누구나 소원을 빈다. 목표를 세우고 이뤄지길 빈다. 천지신명, 하느님, 부처님, 알라신께 빈다. 부도 안 나는 무기명 회원권 하나 생기게 해주소서.
(정리 = 김금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