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양식품의 주가가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불닭볶음면’ 브랜드의 높은 인기로 역대 최대의 분기 실적을 올렸으니 이는 당연한 결과로 보인다. 그런데 이 상승세가 더욱 놀라운 이유는, 주가 상승이 시작되기 바로 전날, 오너인 전인장 회장과 김정수 대표이사 부부가 횡령혐의로 서울북부지검에 의해 불구속 기소됐기 때문이다. 대한항공 오너 일가의 ‘물컵 갑질' 보도로 재벌가 모럴헤저드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극심해져 3일만에 주가가 급락한 직후라 더욱 이채로왔다. 이러한 현상의 원인이 ‘불닭볶음면’의 인기라는 분석이 나와 화제다.
오너는 기소 됐는데 주가는 오히려 상승해
5월 3일 오후 삼양식품의 주가는 최고가 9만 7000원을 기록했다. 전일 종가 9만 1900원과 비교해 약 5.55% 상승한 액수다. 삼양식품 주가는 4월 10일 7만 4200원에서 25일 최대 9만 3500원까지 올라갔다. 특히 4월 16일 하루만에 12.90%라는 가파른 상승률을 보이며 1만 200원이나 뛰어 올랐다. 이후로도 9만~9만 3000원 수준을 2주째 유지하고 있다.
주식시장에서 보이는 삼양식품의 상승세는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이 172억 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한 데서 비롯된 것으로 분석된다(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기준). 영업 이익률 역시 역대 최고인 13.8%에 달한다. 당연한 결과처럼 보이지만 증권가에서는 의외라는 반응이 우세하다.
주가가 급등한 4월 16일은 전인장 삼양식품 회장과 김정수 대표이사 사장 부부가 서울북부지검에 의해 50억 원 횡령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바로 다음날이었기 때문이다.
전날인 15일 서울북부지검은 전 회장 부부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전 회장 부부가 2008년부터 지난해 9월까지 삼양식품이 A계열사로부터 납품받은 포장 박스와 식재료 일부를 자신들이 설립한 페이퍼컴퍼니에서 납품받은 것처럼 서류를 꾸미고 납품 대금을 이곳으로 송금하도록 해 소위 '통행세’로 빼돌렸다는 것이다. 여기에다 김 사장이 이 회사의 직원으로 근무한 것처럼 꾸며 매월 4000만 원의 급여를 타 간 혐의도 불거졌다. 총 횡령액은 약 50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갑질에 대한 분노 여론 잠재운 매운 맛
심지어 당시는 대한항공 조현민 전 전무의 갑질 논란으로 대한민국 전체가 기업 오너의 갑질과 모럴해저드에 분노하는 여론이 들끓기 시작한 때였다. 오너 가족이 기소된 뉴스가 주가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일 수밖에 없었다.
‘갑질’ 논란의 진원지가 됐던 대한항공의 경우 문제의 물컵 사건이 처음 보도된 4월 12일 이후로 3거래일 만에 주가가 7.80% 가라앉았고, 이후 소폭 등락을 거듭하고 있지만 회복 기미는 보이지 않고 있다.
따라서 삼양식품의 주식 역시 끝내는 가라앉을 것으로 전망됐다. 기소 보도가 나기 전부터 일부 증시분석가들은 “분기 사상 최대 실적보다 거듭되는 오너 리스크가 더 우려된다”며 삼양식품에 대한 투자 의견 제시를 유보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삼양식품 보유 비중을 7%대까지 늘렸던 외국인 투자자들은 전 회장 부부의 혐의가 알려진 이후 보유 비중을 6%대로 줄였다.
그러나 그로부터 2주 이상 지난 현재, 삼양식품의 주가 추이는 앞서 말한 바와 같다.
주가 상승을 견인한 힘은 역시 역대 최대 분기 실적, 그리고 3월에 기록한 역대 최대 월간 매출로 보인다. 특히 이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한 불닭볶음면 브랜드가 건재하고 장래가 더욱 밝아 보일만한 의미 있는 실적이 나왔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불닭볶음면은 지난해 삼양식품 전체 매출의 55%를 책임졌으며, 특히 전체 수출의 85% 이상을 차지한 삼양식품의 대표 브랜드다.
상승세에 추진력 더한 ‘까르보’의 폭발력
삼양식품은 지난해 전년 대비 71% 늘어난 433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수익성의 지표인 자기자본이익률(ROE)은 전년보다 4%포인트 늘어난 14.32%로 상승했다. 삼양식품 관계자는 “이는 영업이익이 높은 편인 해외 수출이 증가한 영향”이라며 “2016년 기준 해외 수출 규모는 약 930억 원이었는데 지난해 2050억 원까지 급증했다”고 밝혔다.
상승세는 멈추기는커녕 더 거세졌다. 지난 1분기 삼양식품이 기록한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43.93%나 상승한 172억 원, 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46.60%나 상승한 126억 원 이상이었다. 특히 3월에는 역대 최대 월간 매출인 466억 원을 달성했다.
1분기, 특히 3월 실적을 폭발시킨 제품은 삼양식품이 지난 12월 불닭볶음면 10억 개 판매 기념 한정판으로 출시한 프리미엄 제품 ‘까르보불닭볶음면’이다. 까르보불닭볶음면은 오리지널 불닭볶음면에 까르보나라 파스타 소스를 응용해 매운 맛을 줄이고 고소하고 부드러운 맛을 더한 제품이다.
오리지널보다 고급스러운 느낌이 강해진 것은 물론이고, 오리지널의 지나치게 매운 맛 때문에 쉽게 먹어보지 못한 소비자들 중심으로 크게 환영받아 오리지널 제품보다 소비자 판매가가 40% 이상 높은 데도 출시 한 달 만에 1100만 개 판매를 돌파할 정도로 히트했다.
특히 3월에는 한정판의 특성상 조만간 단종될 거라는 불안 심리까지 작용해 판매가 급증, 누계 3600만 개라는 판매량을 기록했다. 더불어 3월 8일 또 다른 프리미엄 응용제품으로 출시된 ‘짜장불닭볶음면’도 3월에만 420만 개나 팔려나갔다.
뛰어난 실적, 오너리스크 상쇄하고도 남아
까르보불닭볶음면 컵라면 제품인 ‘까르보불닭볶음면큰컵’은 편의점의 왕좌까지 차지했다. 지난해 편의점 3사의 컵라면 매출액 순위를 살펴보면, 전체 컵라면 시장 매출 1위인 농심의 ‘육개장사발면’은 CU와 세븐일레븐에서 1위를 차지하고 있었다. 하지만 올해 1분기 그 자리는 지난해 12월에 출시된 ‘까르보불닭볶음면큰컵’이 빼앗았다. GS25에서도 기존에 2위였던 ‘불닭볶음면큰컵’을 밀어내고 ‘유어스오모리김치찌개라면’(GS25의 PB제품)의 뒷자리를 차지했다.
이처럼 시장의 반응이 뜨겁다보니, 업계에서는 삼양식품이 까르보불닭볶음면 한정판을 조만간 정식으로 국내에 다시 출시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여기에는 삼양식품이 지난 2월부터 이 제품을 해외 시장에 정식 제품으로 수출하기 시작했다는 것이 근거로 작용했던 것으로 보인다.
한 업계 관계자는 “관련 보도에서 비롯된 까르보불닭볶음면의 정식 출시에 대한 기대감이 삼양식품의 주가 상승을 이끌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이어서 “회사의 가치는 결국 실적이 말해준다는 것이 다시 한 번 증명된 셈”이라며 “‘불닭볶음면 시리즈가 브랜드 가치도 높고 대체할 만한 경쟁 제품도 없는 히트작인 만큼 오너리스크를 상쇄하고도 남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삼양식품 관계자는 “까르보불닭볶음면의 국내 한정판은 3월 말을 기준으로 공급을 중단했다. 현재 시장에서 판매되는 제품은 앞서 출고된 재고품”이라고 밝혔다. 또 해외 수출품에 대해서는 “해외로 수출되는 제품은 출고 후 시장에 도달하기까지의 시간도 반영할 필요가 있고 피드백도 지켜봐야 해서 정식 제품으로 수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까르보불닭볶음면의 국내 출시에 관해 “국내에서의 인기가 기대 이상으로 높았던만큼 정식 제품화해 출시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구체적인 일정이나 계획을 논의하는 단계는 아직 아니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