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 동시대 미술 논의에서 핵심적 의제 중 하나인 ‘매체’와 ‘미디어’를 키워드로 다루는 책이다. 동시대 미술에 관한 수많은 전시를 기획해온 큐레이터가 여전히 현장에서 부닥치는 곤혹스러움의 정체를 밝히고자 시작된 연구의 일환이기도 하다. 저자는 ‘매체(미디어)’ 문제는 한국의 동시대 미술이 본격적으로 개시되는 90년대 말 이전의 20여 년에 걸친 시기에 이미 매우 중요한 사안으로 작용했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매체(미디어)라는 문제가 여러 다양한 유파, 진영, 장르에 걸쳐 어떤 의미를 갖고 있었으며 실제 작업에서 어떻게 구현되었는지를 면밀하게 추적해본다.
I장 ‘대중매체의 확산과 대중문화를 보는 시각의 변화’와 II장 ‘1980~1997년의 미술계와 매체 논의’는 미디어 혁명이 일어났던 당대의 사회문화적 맥락을 고찰한다. 미디어가 촉발한 대중문화 확산 현상에 대한 지식인 사회 내부의 논의들, 이를테면 대중사회론, 산업사회론, 민중문화론, 후기구조주의 문화론 등을 추적하면서 이 시기의 매체론을 맥락화 한다.
III장 ‘도시와 대중문화, 그리고 시각 이미지’는 대중매체가 생산하는 이미지가 일상을 뒤덮는 현실을 직시하고 거기에 반응한 작품들을 구체적으로 분석한다. IV장 ‘기술 기반 시각매체의 도입’은 새로운 매체 환경에 대응하기 위해 미술에 도입된 시각매체나 기술 기반의 전기·전자기기에 주목하고 활용하는 다양한 경향을 두루 포괄한다. 마지막으로 V장 ‘시각문화와 문화연구’는 대중매체가 미술계에 가한 영향과 변화가 기존의 미술 개념과 창작 관행, 제도에 대한 성찰과 비판으로 이어지는 현상을 다룬다.
기혜경 지음 / 2만원 / 현실문화A 펴냄 / 272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