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세부터 현대까지 ‘나’를 그린 그림은 어떻게 변해 왔는가? 옥스퍼드 대학 출판사가 2013년에 선정한 올해의 단어는 바로 ‘셀피(selfie)’였다. 사진을 찍기 쉬운 스마트폰이 대중화되면서 자신의 모습을 직접 촬영하는 것은 일상이 됐는데, 이는 현대적인 문화 현상처럼 취급됐다. 하지만 과연 ‘셀피’는 이 시대의 새로운 문화 현상일까?
저자는 이 책에서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중세부터 시작된 셀피의 현장을 우리에게 보여 준다. 과거의 명작들을 선보이는 것보다는, 왜 예술가들이 자신의 모습을 화폭 위에 재현했는지 그 이유를 따라가는 것에 집중한다. 그러다 보면 각 시대의 사회·문화·역사적인 상황에 따라 ‘자신’에 대한 인식이 어떻게 달라졌는지, 그리고 오늘날 ‘셀피’가 하루아침에 생겨난 현상이 아님을 깨닫는 흥미로운 순간을 경험할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예컨대 19세기에 반 고흐는 자신과 고갱을 의자로 표현한 일종의 정물 자화상을 그렸고, 이는 사물로 자신을 빗댄 자화상이 활발하게 제작되는 계기가 됐다고 짚는다. 또한 “20세기부터는 사진, 조각, 영상 등 다양해진 매체를 활용해 자화상 역시 다양한 형태로 만들어졌는데,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얼굴에서 몸으로 관심의 대상이 옮겨간 것”이라며 “과거에는 자신의 얼굴을 어떻게 표현하는지가 중요했다면, 현대에는 많은 예술가들이 얼굴 이외에 자신을 표현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고 이야기한다.
제임스 홀 지음, 이정연 옮김 / 3만 2000원 / 시공아트 펴냄 / 464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