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NB저널 = 강명식 한국골프칼럼니스트협회 이사) 최근 열린 PGA Championship에서 장타자인 브룩스 켑카(Brooks Koepka)가 압도적인 드라이버 거리를 무기로 우승했다. 대회가 끝난 후 준우승을 한 타이거 우즈의 인터뷰 내용이 의미심장하다. ‘’켑카 등 몇몇 장타자들은 320야드를 웨지 다루듯 날린다.’’
켑카는 길고 러프가 깊은 메이저 코스에서 무자비할 정도의 긴 드라이버 티샷을 날린 후 짧은 아이언으로 딱딱한 그린을 어렵지 않게 공략했다. 페어웨이와 러프의 차이가 심한 메이저 대회에서도 설혹 티샷이 러프에 떨어져도 두 번째 샷을 짧게 남겨 어렵지 않게 처리하는 게임 운용을 펼쳤다.
이 작전은 맞아떨어져 두 번의 US Open과 PGA Championship에서 우승하는 기염을 토했다. 이런 골프 코스 공략 방법이 새로운 트렌드임을 반증하듯 현재 PGA를 호령하는 상위 랭커들은 대부분 장타자들이다. 그들이 마음먹고 힘껏 드라이버를 날리면 350야드를 어렵지 않게 보낸다.
그렇다보니 메이저 대회를 치르는 골프장의 전장이 점차 길어져 7600야드 정도로 늘어났지만, 이 길이도 그들에겐 그다지 길지 않은 듯하다. 이는 결국 체격으로 열세인 동료 PGA 골퍼들에게 불리하게 작용하게 되었다. 골프장의 난이도를 결정하는 요소들이 여럿 있지만 가장 큰 요인이 바로 코스의 총장, 즉 거리이다. 마스터즈가 열리는 오거스타처럼 그린 스피드를 높여 퍼팅이 어렵고 어프로치 샷에서 그린에 세우기 쉽지 않게 난이도를 높이기도 하지만, 이들은 이런 상태에 이미 적응한 듯 쉽게 핀을 공략한다. 결국 전장을 늘리는 데 한계에 왔고 장타자 상위 선수에게는 모두 어렵지 않은 코스가 되어버렸다.
0.5타 뒤지고 들어가는 ‘단타 기술 골프’.
주니어 대회에서만이라도 OB 말뚝을 뽑아내 마음껏 장타 날리게 해야
골프 격언 중 “Old Man Par”라는 말이 있다. 이는 “골프는 보이지 않는 ‘파’라는 것과의 싸움이다”라는 말이다. 이는 ‘파’라는 보이지 않는 경쟁자와 평정심을 갖고 경기하다 보면 버디도 나올 수 있고 더 낮은 스코어를 기록할 수도 있다는, 바비 존스의 말이다.
물론 바비 존스도 당시에는 장타자였지만, 이제 이 명언은 고전이 되어버린 느낌이다. 물론 주말 골퍼들에게 ‘파’는 골프에서 이루어야 할 목표지만, 프로골퍼들에게는 이제 그렇지 않은 타수가 되어버렸다. 골프 장비의 발전과 선수들의 피지컬 향상에 따라 드라이빙 거리는 매년 늘어나고 있으며, 지금의 선수들은 이미 버디와의 싸움을 벌이고 있으니 말이다.
이제 장타자들의 드라이버 티샷은 한 타가 아닌 0.5타의 의미를 갖고 있다. 파 4홀이나 파 5홀에서의 드라이버 티샷이 만약 페어웨이를 지켜 400야드 정도 나갔다면, 300야드 이내를 보낸 다른 플레이어들에 비해 0.5타를 이미 이득 보고 가는 것과 같다는 말이다.
결론적으로 단타자들은 그들에 비해 0.5타를 더 치고 가는 것 같은 부담을 안고 플레이 하게 된다. 이런 게임 운용이 이미 세계 골프계를 지배하고 있으며 앞으로는 더욱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그렇기에 골프 선수의 육성 또한 정확도보다 장타 위주로 전환되었고, 이미 유소년 골프에서는 선수 육성과 피지컬 트레이닝이 장타에 맞추어 변화하고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그런 의미에서 상대적으로 체격이 작은 동양계 선수들의 PGA 우승이 점차 멀어져 가는 느낌이다. 그렇다고 골프에서 체급별로 대회를 치를 수도 없는 일이니, 이를 적응해 나가는 수밖에 없다.
이제 우리나라 선수들의 체격도 서양 사람들에 근접해 있다. 그렇다면 어린 주니어 선수들의 교육에서 스파르타식 골프 기술 교육보다 선수 개인의 영양, 성장, 피지컬 트레이닝 등이 우선되어야 한다. 또한 주니어 대회만이라도 모든 골프장의 OB 말뚝을 뽑아내 마음껏 장타를 날리게 하자. 스코어에 집착하기보다 장타를 날릴 기본이 어려서부터 되어 있어야 성인 골퍼가 되었을 때 호쾌한 장타를 날릴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그래야만 앞으로 미 PGA에서 우리나라 선수가 다시 우승하는 감격을 누릴 수 있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