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NB저널 = 김덕상 한국골프칼럼니스트협회 명예이사장) 몇 달 전에 LPGA 시합 취재 중인 한 기자가 펑샨샨 선수에게 물었다. ”젖소무늬 옷을 가끔 입는데 무슨 특별한 의미나 상징이 있는 건가요?” 펑샨샨이 웃으며 답변하였다. “제 체형이 젖소무늬 옷에 잘 맞나 봐요. 많은 팬들과 갤러리들이 제가 젖소무늬 옷을 입으면 좋아하십니다. 그래서 팬들과 갤러리들이 즐거우시라고 이따금 입는 것이죠.”
펑샨샨의 성숙한 대답은 나에게 큰 감동을 안겨주었다. 팬들을 위한 속 깊은 배려와 사랑이 느껴졌기 때문에 이 선수를 참 좋아한다.
현재 10주째 세계 1위로 있는 박성현 프로는 골프 선수로서는 복장이 특이한 편이라고 필자는 본다. 우선 로고가 크게 새겨진 챙이 긴 모자를 쓰는데, 챙이 긴 모자는 군대 유격대 조교가 스파르타식 훈련 때 피교육생과의 시선 차단을 위해 쓰는 모자라는 이미지도 강하다. 인기 있는 세계 1위 선수와, 갤러리 또는 시청자 사이의 시선이 차단된다면 서비스 정신이 부족한 것 아니냐는 생각을 해본다. 세계 1위 선수라면 집중되는 시선에 맞게 자신의 모습을 보여주는 노력도 필요하지 않겠는가.
직접 보지는 못했지만, 이따금 박 프로는 줄무늬 츄리닝 스타일 옷을 입는다고 한다. 편한 복장이기는 하지만 품격을 갖춰야 할 세계 1위 선수가 입을 스타일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더구나 박 선수는 ‘빈X’이라는 브랜드의 계약 프로가 아닌가?
입지전적인 구옥희 프로가 홀홀단신으로 미국으로 건너가 LPGA의 문을 열었고, 20년 전 외환위기 때 박세리 선수가 온 국민들에게 맨발의 투혼으로 자신감을 일으켜 세워줬다. 그 이후 신지애 선수가 세계 1위에 등극했으며 박인비, 류소연 선수가 그 뒤를 이었다.
박 선수에게 바라는 세 가지 개선 사항
이 선수들의 세계 랭킹 1위 자리도 중요했지만, 그때 온 국민들로부터 사랑과 칭찬을 많이 받았다. 이들의 공헌으로 한국은 ‘골프만 잘 치고 문화 수준은 떨어진다’는 비난으로부터 이미지를 많이 개선했기 때문이다.
요즘 터프하게 볼을 치는 박성현 선수가 세계 1위가 되며 새로운 관심을 받게 되었다. 무한한 가능성이 있는 선수이지만, 매력과 품위를 갖추지 못하면 세계 골프 팬들에게 별로 인기 없는 ‘골프 기술은 좋은 선수’로 전락될 수도 있다는 우려를 해본다.
몇 가지 조언을 해보겠다.
△ 갤러리를 무시하는 것으로 보일 수 있는 태도는 확실히 고치자. 박 프로는 자기가 계획했던 이글이나 버디가 나오지 않으면 갤러리에게 아무 인사도 하지 않는다. 아까운 버디 퍼팅을 놓쳤어도 갤러리들은 탭인 파를 할 때 박수를 쳐서 선수들을 격려하고 대부분 선수들은 이에 화답한다.
△ 동반 경기자에 대한 배려심을 키우자. 리젯 살라스 선수와 연장전에 들어갔을 때, 살라스 선수가 자기 볼 뒤에서 퍼트 라인을 점검하고 있는 바로 그 순간에 박성현 선수가 대각선 맞은편에서 자기의 퍼트 라인을 살피다가 자리를 비켜준 적이 있다. 단 둘이 벌이는 연장 홀 그린에서 시간도 충분한데 왜 기술적으로 방해가 될 수 있는 일을 한 것인지 이해가 잘 안 되었다. 이때 중계 카메라는 웬일인지 살라스 부모의 표정을 잠시 화면에 잡았다. 촬영 기자도 박성현 선수의 매너가 부족하다고 봤던 것은 아닐까.
△ 류소연 선수와 연장전을 벌여 우승했을 때, 패자인 류 선수는 축하하며 허그를 하고 손으로 어깨를 두 번 토닥여 주었다. 한편 박성현 선수는 건성으로 허그 하며 팔만 넣었다 뺀 것으로 기억한다. 자기가 이긴 선배 선수에게 하는 인사나 예우로는 바람직하지 못한 것으로 보였다.
고칠 수 있는 것이라면 기쁜 마음으로 적극적으로 고쳐서 실력도 있고 전 세계 골프 팬들에게 사랑 받는 선수가 되길 바란다. 그게 세계 1위 선수의 도덕적 의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