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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윤기 변호사의 재미있는 법률이야기] 임대차 기간 보장했는데, 권리금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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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639호 고윤기 로펌고우 변호사⁄ 2019.06.03 09:12:55

(CNB저널 = 고윤기 로펌고우 변호사) 권리금이라는 개념은 원래 우리 법에는 없던 개념입니다. 판례상 일반 상가임대차 거래에서만 사용되는 개념인데, 이것이 2015년 상가임대차 보호법 개정으로 법에 들어오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번에 첫 대법원 판결이 나오게 되었습니다. 권리금은 기본적으로 장사가 잘되는 가게를 인수하는 사람, 즉 새로운 임차인이 전 가게 주인에게 지불하는 특별한 돈입니다.

쉽게 말하자면, 전 주인이 가지고 있던 고객, 가게의 위치, 지명도 같은 무형의 가치에 대한 대가, 그리고 경우에 따라 영업 비법 등을 인수하는 것이라고 보면 됩니다. 좀 깊이 들어가면, 바닥권리금, 영업권리금, 시설권리금이라고 세분하는 예도 있는데, 법적 용어는 아닙니다.

권리금은 기본적으로 임차인들 간에 오고 가는 돈입니다. 그래서 원래 건물주, 임대인과는 관계없는 돈입니다. 그래서 임차인은 건물주에게 권리금을 달라고 할 수 없는 것이 원칙입니다.

다만, 상가임대차 보호법에 권리금 조항이 들어오기 전에도, 우리 대법원이 예외적으로 건물주가 임차인에게 권리금을 반환하라고 인정한 예가 있습니다. 예컨대, 건물주가 직접 임차인으로부터 권리금을 받았는데, 원래 약속했던 임차 기간을 보장해주지 못한 경우입니다.

바꾸어 말하면, 건물주는 권리금을 받았더라도 약속한 임차 기간만 보장해주면, 권리금을 돌려줄 필요가 없습니다. 그런데, 이런 상황 자체가 아주 예외적인 경우입니다. 앞서 말씀드린 바와 같이 권리금은 임차인들끼리 주고받는 것이지, 임대인이 받는 돈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권리금은 원칙적으로 건물주와는 관계없는 돈입니다.

건물주와 상관없던 권리금이었지만

그리고 권리금이란 것은 건물주가 사실상 묵인하지 않으면, 임차인들 사이에서 거래하기 어려운 돈입니다. 그런데, 왜 이런 제도가 생겼냐 하면, 이 권리금이란 게 건물주의 이익에도 결국 부합하기 때문입니다. 임차인이 열심히 일해서, 상가의 가치를 올려놓으면, 공실이 발생할 확률도 적고, 상가도 활성화됩니다.

 

최근 불황이 계속되면서 서울시내 한 건물에 임대 관련 안내문이 여기저기 붙어있다. 사진 = 연합뉴스

그리고 임차인이 권리금을 받으려면, 다음 임차인을 구해 와야 하죠, 그러면 건물주는 부동산 중개 수수료를 안 내거나 적게 내도 됩니다. 이런 장점 때문에, 권리금이라는 법률로 보호받지 못하는 비정상적 권리는 계속 존재해 왔습니다.

그런데, 사람의 일이란 게 항상 욕심이 문제입니다. 이 권리금을 가지고 건물주, 임차인 간의 분쟁이 계속 발생해 왔습니다. 특히 좋은 상권에는 임차료보다 권리금이 훨씬 큰 경우가 많았기 때문에, 큰 분쟁도 종종 발생했습니다.

그러다 2015년에 상가임대차 보호법에 권리금 보호 조항이 신설되었습니다. 상가임대차 보호법은 권리금에 대한 법률적인 정의와 함께 건물주에게 임차인의 권리금 회수를 방해해서는 안 된다는 조항을 넣었습니다.

그런데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법 규정이 좀 모호합니다. 그러다 보니까 더 혼란스러운 사태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거의 매년 상가임대차 보호법을 개정하고, 법이 군데군데 아주 지저분해졌습니다.

이번에 선고된 권리금과 관련된 대법원 판례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상가임대차 보호법은 언제 계약을 했느냐에 따라, 임차인의 계약 갱신요구권을 5년 또는 최장 10년까지 행사할 수 있습니다. 이 기간 안에는 가급적 기존 임차인이 장사할 수 있게 하게 해달라는 취지입니다.

그런데 이 기간을 넘긴 상황에서도 과연 임대인이 임차인의 권리금 회수에 협조해야 할까요? 법에는 명확한 규정이 없습니다. 권리금이라는 것에는 원래 충분한 기간 동안 장사를 할 수 있게 해주면 된다는 취지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법에 규정된 임대차 기간인 5년 또는 10년을 넘겼다면, 권리금 회수 보호 규정을 적용하지 않아도 된다는 해석도 가능합니다.

하지만, 반대로 임차인 보호의 측면에서, 임차 기간을 보장해주고, 추가로 권리금 회수의 기회도 보장해주어야 한다는 해석을 할 수도 있습니다. 이번 대법원 판결이 나오기까지는 법원 판결도 제각각이었습니다. 비슷한 내용의 소송에서 어떤 판사는 임차인의 손을, 다른 판사는 건물주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선한 판결이지만, 그 결과는…

이번 대법원의 판결로 논쟁은 정리가 되었는데요, 우리 대법원은 “임대차 기간이 5년을 초과해 임차인이 계약갱신요구권을 행사할 수 없는 경우에도 임대인은 권리금 회수 기회 보호 의무를 부담한다고 봐야 한다”고 판결했습니다.

즉, 임대인이 상가임대차 보호법에 규정된 5년 또는 10년의 임차 기간을 모두 보장해주었더라도, 추가로 임차인에게 권리금을 회수할 기회까지 주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물론 이 판결은 임차인 보호를 위한 ‘선한’ 의도를 가진 판결로 보입니다. 그리고 대법원이 이 판결을 내린 이유에 대해서도 수긍을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선한 의도가 꼭 좋은 결과를 가져오지 않듯이, 필자는 이 판결이 앞으로 임대차 계약 시, 임차인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새로 상가 임대차 계약을 하는 임차인과 임대인은 상가임대차 보호법상의 계약 기간이 모두 지난 이후에도 ‘권리금’ 회수 기회가 보장된다는 점까지 염두에 두고, 계약을 체결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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