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듯한 선으로 이뤄진 공간, 투명한 물, 커다란 창으로 들어오는 따스한 햇볕, 컬러풀한 수영복을 입은 모델들 그리고 화면의 모든 요소를 부드럽게 감싸는 파스텔 톤의 색채. 이곳은 ‘2018 핫셀블라드 마스터’ 아트 부분 1위 수상자 마리아 스바르보바의 수영장이다.
이번 전시는 국내에서 열리는 마리아 스바르보바의 첫 개인전으로, 대표작 스위밍풀 시리즈 40여 점을 사진과 라이팅 박스의 형태로 선보인다. 전시는 8월 2~25일 롯데갤러리 인천터미널점에서 열린다.
2014년에 시작해 현재 진행형 프로젝트인 ‘스위밍 풀(Swimming Pool)’ 시리즈 제작을 위해 작가는 슬로바키아 곳곳을 돌며 1930년대에 만들어진 13개의 수영장을 찾아 자신의 공간으로 삼았다. 당시 사회주의를 배경으로 집단생활을 강조하는 분위기 속에서 수영은 건강을 추구하고, 집단 노동 가운데 개인의 자유로움을 누릴 수 있는 대중들의 여가 생활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직된 사회적 분위기가 녹아든 슬로바키아의 수영장은 어딘지 모르게 이질적이고 묘한 긴장감을 불러일으킨다. 시간을 끊임없이 확인하게 만드는 시계, 무균 처리된 듯한 화이트 타일 그리고 ‘다이빙 금지(Zakazskakat)’, ‘다이어트 금지(Forbidden diet)’, ‘튜브 금지(No inflatable toys)’ 등 행동의 제약을 가하는 타이포그래피는 현대 문화의 산물로 여겨지던 수영장에서도 조차 집단주의의 잔재가 남아 있음을 응시하는 작가의 시점을 보여주는 표상들이다.
경고문을 시각화하듯 화면속의 모델들은 수영장의 곧은 선을 따라 규칙적으로 서 있는가 하면 매뉴얼적인 포즈를 취하고 있다. 그룹으로 모여 있음에도 불구하고 동일한 의상과 포즈 그리고 전혀 감정 교류가 없어 보이는 표정 없는 얼굴은 마치 매스게임을 연상시키듯 기계적인 체조 활동과 닮아 있다.
이는 그녀가 유년시절을 보냈던 사회주의 공산국, 체코슬로바키아에 대한 기억의 잔재들이다. 5년마다 한 번씩 열리는 ‘스파르타키아다(Spartakiada)’라 불리는 국가적 규모의 스포츠 행사에서는 체조, 수영 등 다양한 스포츠를 행했는데 특히나 우아한 움직임을 강조하는 체조는 인기가 많은 종목이었다. 동작의 정확성과 어려운 포즈는 타이트한 유니폼으로 인해 더욱 극대화돼 보였는데, 유연한 우아함에 내제된 강박적인 완벽성의 아이러니는 작품에 깔려있는 지배적인 분위기다.
이렇듯 완벽하게 세팅된 공간과 조각 같은 사람들로 구성된 완전한 이미지임에도 불구하고 건조하고 차갑기보다는 ‘예쁘다’는 말이 먼저 나온다. 전체적으로 파스텔톤의 밝은 색채, 자연채광이 내려앉은 푸른 물 그리고 오브제들에 입혀진 원색의 강렬한 대비는 초현실적 분위기가 감도는 동시대적인 이미지로 구현된다. 여기에 오래된 건물만이 줄 수 있는 레트로 감성이 더해져 시대를 관통하는 보편적인 아름다운 장면이 만들어진다.
롯데갤러리 측은 “‘비어 있는 공간에 사람들 개개인의 의미 있는 감정이 가득 채워졌으면 좋겠다’는 언급처럼 작가는 우리를 그저 수동적인 관객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작품을 완성하는 마지막 조각으로서 초대에 응해주길 바란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