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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인 칼럼] ‘한국기자질문수준’ ‘근조한국언론’이라고요? … '초상업주의 언론 퇴출' 고민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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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649-650호 최영태 CNB뉴스 발행인⁄ 2019.09.03 10:59:46

최영태 CNB뉴스 발행인

과거 기자 사회에서 유명한 얘기가 있었다. 영어 같은 외국어로 인터뷰가 진행된 뒤 각국 기자들의 행동방식에 대한 일화다.

자국어에 비하면 아무래도 알아듣기 힘든 외국어 인터뷰가 끝나면 한국의 특파원들은 각자 ‘알아서’ 기사를 쓰는 반면, 일본 기자들은 한 방에 모여 ‘회의’를 한다는 것이다.

외국어를 잘못 들어 ‘틀린’ 기사를 쓰면 안 되기에 일본 기자들은 회의를 해서 외국어 발언 내용을 1차적으로 정리하지만, 한국 기자들은 ‘각자 알아들은 내용’을 기사로 쓴단다.

일본 기자들처럼 외국어로 알아들은 팩트를 정리한다고 해서 똑같은 기사가 나오는 건 아니다. 각 기자의 사전지식, 언론사의 입장 등에 따라 다양한 기사가 나올 수 있다.

그러나 한국 기자들처럼, 각자 알아들은 대로(그게 외국인이 말한 내용 그대로인지 아닌지에 대한 팩트 점검도 없이) 기사를 쓴다면 오보가 나오기 딱 좋은 조건이 된다.

 

사정이 이러함에도 여전히 한국 특파원들은 각자 알아서 기사를 쓰는 이유는, 그래도 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처럼 각자 알아서 기사 쓰기는 상업주의 언론이 판을 치면서 더욱더 횡행하고 있다.

 

질문을 않거나 못하는 한국 기자들의 수준도 문제지만, 팩트체킹을 하지 않고 '내가 아는 사실만' '내가 들은 대로만' 보도를 해도 되는 한국의 언론 환경도 큰 문제이다. 


한국 특파원들의 ‘오보 소동’이 그치지 않는 이유

‘한국기자질문수준’이 주는 고통(창피함)은 필자도 여러 번 겪은 바 있다. 미국에서 기자 생활 할 때 영어 인터뷰가 진행되면 한인 기자들은 아예 질문을 않고(이 경우 영어 인터뷰이/interviewee에 대한 질문은, 자기가 알아들은 영어가 맞는지를 확인하는 역할도 한다) 역시 ‘각자 알아들은 대로’ 기사를 쓴다.

필자의 영어 수준도 형편없는지라, 미국 기자들도 섞여 있는 자리에서는 창피해서 질문을 못하지만, 인터뷰가 끝난 뒤 인터뷰이를 쫓아가 “아까 말한 내용이 이런 거지요?”라고 물어보는 정도의 성의는 보였다. 내가 알아들은 게 맞는지 한 번 더 확인해야 할 필요성을 강하게 느꼈기 때문이었다. 그런 과정에서 뜻하지 않게 특종을 하기도 했다.

한인 기자가 여럿 있었지만 도대체 질문(팩트체킹)을 하지 않고 기사를 쓰니 타사의 기사들은 ‘오보’인 경우가 많았고, 필자만이 현장에서 미국인 수사관이 한 발언을 ‘제대로’ 전달했기 때문이었다.

보도 후 “왜 최영태가 쓴 기사만 내용이 다르냐?”며 한인타운에서 난리가 났었지만, 경찰에 확인해봐야 결국 필자의 기사가 맞을 수밖에 없었다. 여러 한인 기자 중 최영태만이 유일하게 미국인 수사관에게 “이런 얘기 한 거 맞지요?”라고 확인했기 때문이었다.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2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팩트체킹에 대한 위 얘기를 했지만 ‘한국기자질문수준?’이라고 누군가 묻는다면 필자는 이렇게 대답하고 싶다. “기자의 질문이란 게 그냥 묻는다고 다 질문이 되는 게 아니다”고. 같은 내용을 반복적으로 묻는다고 그게 기자의 질문이 되는 게 아니다.

 

흔히 ‘질문에 답 있다’고 한다. 바보 같고 날 서지 않은 질문을 하면 바보 같고 날 서지 않은 답변만이 나올 뿐이다. 반대로 답을 유도해내고 날이 서 있는 질문을 기자가 하면, 인터뷰이는 기자의 유도에 응할지 말지를 결정해야 하고, 자신의 속살을 드러내는 답변을 할지 말지를 고민해야 한다. 그래서 날카로운 질문에는 의미있는 답변(곤란해서 답을 하지 않는 것도 대답이고)이 나오게 마련이다.

“준비 안 된 기자도 상관없다”는 한국 언론의 상업주의

‘한국기자질문수준’을 묻는 질문에 필자는 이렇게 대답하고 싶다. 수준 낮은 질문을 하는 기자들이 존재하는 이유는, 결국 기자의 준비가 안 돼 있기 때문이고, 준비 안 된 기자를 양상하는 것은 바로 한국의 상업주의 언론 시스템 때문이라고. 그리고 이처럼 상업주의 언론을 키우는 것은 결국 독자들이라고 한 마디 하고 싶다.

흔히 언론사를 보수 언론이니 진보 언론이니 하고 나누면서 보수 언론은 보수정치 지키기에, 진보언론은 진보정치 지키기에 몰두하는 것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실제 조사 결과는 그렇지 않다. 사주들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 따르면 사주들이 가장 관심을 갖는 것은 ‘돈벌이’인 것으로 드러났다. 언론이 공공사업-자선사업이 아닌 바에야 경영자로서 수익에 관심을 갖는 것은 당연하다. 그래서 보수언론이 보수 논조를 유지하는 건 그게 장사가 되기 때문이고, 진보언론도 마찬가지다.

여기서 아쉬운 게 독자들의 선택이다. 드러내놓고 상업주의를 드러내는 언론사들에 대해서는 독자와 시청자가 외면해야 하는데 그간 이런 모습이 별로 없었다.

 

예를 들어 한국의 연예 프로그램에 대해 어떤 이는 “연예인이 공중파를 통해 자기 장사(그것이 개인 장사든 아니면 차기작 광고든)를 선전하는 내용, 아니면 연예인의 신변잡기를 털어놓는 바보 같은 내용을 내가 왜 봐야 하냐?”며 비판하기도 했다.

 

작년 초 중앙일보의 한 기사. 그러나 아직도 한국 TV 연예 프로그램의 대세는 연예인 신변잡기 또는 연예인의 차기작 홍보-광고로 채워지고 있다. 

 

시쳇말로 ‘그지같은’ 내용을 방송해도 시청자들이 봐주고, ‘팩트체크를 생략한’ 보도를 해도 독자들이 봐주니, 언론사들은 그저 더 높은 시청률, 더 많은 클릭을 향해 달려가는 게 작금의 현실이다.

물론 변화의 조짐은 있다. 너무 돈을 많이 벌어서 연예 담당 방송 PD의 호주머니에서 돈이 뚝뚝 떨어지던 시대가 있었으나, 최근 한국 공중파 방송사들은 심각한 적자에 시달리고 있다고 한다. ‘더 재밌거나 더 유익한’ 유튜브에 시청자를 빼앗기고 있기 때문이란다.

자격 없는 초상업주의 언론은 독자-시청자가 퇴출시켰으면

1988년 과거 소련의 공산주의가 끝나갈 무렵에 소련의 기관지 ‘프라우다’ 본사를 견학한 적이 있다. 거기서 놀랐던 것은 두 가지였다. 하나는 툭 터진 편집국(미국이나 일본이나 한국이나 다 이런 편집국 배치, 즉 넓은 공간에 여러 기자들이 앉아 있는 방식을 택한다. 기자들끼리 서로 의견교환을 해야 한다는 차원에서)이 없이 기자들은 각자 자기 방에서 작업을 한다는 것이었고, 다른 하나는 “우리는 속보 보도를 하지 않는다. 뭔 일이 일어나건 그에 대한 충분한 검토를 거친 뒤 보도한다”는 말이었다. 어떠한 뉴스든 속보보다는 ‘제대로 된 보도’를 한다는 게 프라우다 관계자의 말이었지만 물론 ‘공산당의 노선 지도를 받는다’는 의미가 깔려 있었다.

국익을 해칠 수도 있는 가짜뉴스가 ‘속보’라는 미명 아래 휘날리는 걸 보면서 가끔은 “속보보다는 진실보도를 더 중시하는 분위기가 조성되면 얼마나 좋을까”라는 생각도 해본다. 그렇다고 과거 공산주의 국가처럼 관(官)이 언론 보도에 빗장을 걸고 규제를 가하기는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에 결국 가짜뉴스에 대한 솎아내기-처벌을 공공기관이 열심히 하면서, 동시에 그 최종 책임은 최근의 'No 아베 불매운동'처럼 독자-시청자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는 게 필자의 생각이다. 

 

미국의 대표적 정론지 뉴욕타임스 기자들이 가장 경계하는 게 상업주의, 즉 돈에 대한 굴종이라고 한다. 한국 기자들은 그런가? (사진 = 위키피디아)


현재 한국의 언론계를 지배하고 있는 제1의 명제는 ‘상업주의’다. 상업주의가 날뛰는 한 ‘한국기자질문수준’ ‘근조한국언론’이란 핀잔은 계속될 거다, 아마도.

 

자본주의 사회에서 언론 역시 상업주의에 시달리는 건 어쩔 수 없는 현실이다. 그러나 진실-팩트를 보도해야 한다는 사명 역시 지니고 있는 언론사들의 '한국기자질문수준-근조한국언론' 문제를 시정할 수 있는 건 결국 독자-시청자들의 몫이기도 하다.

 

진실 보도를 제대로 해주는 언론사를 키워주되, 한국기자질문수준-근조한국언론 시비를 일으키게 만드는 언론사들은 시장에서 퇴출시키는 게 정답이라고 본다. 나쁜 정치를 촛불과 투표로 퇴출시키듯, 나쁜 언론은 구독이라는 무기로 퇴출시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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