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년대 콘텐츠는 현재 대중문화의 중심이다. ‘온라인 탑골공원(90년대 음악을 재생하는 온라인 채널)’을 통해 잊힌 가수 양준일이 부활했듯, 유통가에서는 뉴트로(복고를 현대적으로 재해석) 감성을 담아 그때 인기상품들을 재출시하고 있다. 특히 주류업체 하이트진로와 오비맥주는 각각 두꺼비와 곰돌이를 내세워 옛 패키지 정통성을 부여했다. 동시에 도수는 낮춰 입맛은 현실에 맞췄다.
67살 두꺼비의 귀환 ‘진로이즈백’
구관이 명관이다. 하이트진로가 지난해 4월 모셔온 ‘큰 형님’의 행적을 보면 들어맞는 말이다.
큰 눈, 뚱뚱한 배, 뒤뚱거리는 팔다리. 귀여운 자태에 깜빡 속을 수 있지만, 이래 봬도 환갑을 훨씬 넘겼다. 올해로 67살인 이 두꺼비는 지난해 하이트진로가 출시한 ‘진로이즈백(이하 진로)’의 얼굴이다.
하이트진로는 한때 서울 시장 90%를 점유했던 대표 소주 ‘진로’를 재출시하면서 캐릭터에 공들였다. 소주 겉면에 두꺼비표가 있어 과거 ‘두꺼비 술’로 불렸던 진로의 정통성을 되살리기 위해 캐릭터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것. 그 결과 이 양서류는 출시 2개월 만에 목표 판매량을 달성하고, 7개월 만에 1억 병을 판매하는 등 뜨거운 반응을 이끌었다.
캐릭터의 힘뿐만 아니라, 뉴트로 트렌드를 적절히 반영한 점도 인기 요인이다. 라벨 사이즈, 병 모양, 블루 톤의 병 색깔, 한자 로고 등 디자인에서는 70·80년대풍을 복원했지만, 도수는 16.9도로 낮춰 가볍게 마시는 최근 음주 문화에 맞췄다.
이 회사 관계자는 “4년여의 준비를 거치면서 브랜드에 대한 자부심을 바탕으로 95년 역사를 지닌 하이트진로만이 할 수 있는 뉴트로 제품인 진로를 출시하게 됐다”며 “특히 소비에 대한 자기 주관이 뚜렷하고, SNS 활동에 적극적인 밀레니얼 세대들이 진로의 재출시에 열광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진로는 단순히 뉴트로 트렌드를 쫓기보다는 현대적 재해석을 통해 제품력과 완성도를 높이고, 소비자 접점에서 적극적으로 소통하는 노력을 했기 때문에 시장에 빠르게 안착할 수 있었다”며 “참이슬과 함께 소주 시장의 성장을 이끌며, 진로만의 브랜드 활동을 통해 브랜드 선호도를 확대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오비맥주 랄라베어 “오비베어스 모여라”
오비맥주는 지난해 10월 ‘OB라거’를 재출시하면서 뉴트로 열풍에 동참했다.
OB라거는 1952년부터 시작된 OB 브랜드의 정통성을 부각하기 위해 친숙한 곰 캐릭터 ‘랄라베어’와 복고풍 글씨체 등 옛 디자인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했다. 특히 랄라베어는 한국시리즈 최초 우승팀인 오비베어스(현 두산베어스)의 마스코트로, 야구팬들의 호응을 얻었다.
도수는 기존 ‘프리미어 OB(5.2도)’ 보다 낮은 4.6도다. 100% 맥아와 독일산 호프만을 사용해 클래식한 맛을 살리면서 쓴맛을 줄였다는 것이 오비 측의 설명이다.
당초 OB라거는 가정용 캔 제품으로 한정 출시 됐으나, 뜨거운 반응에 판매 채널을 확장하고 있다. 지난해 11월에는 서울 강남, 신촌, 홍대. 건대 등 서울 시내 주요 상권 유흥시장으로 음식점용 병 제품(500㎖)을 선보였고, 1월 중순에는 설 명절을 앞두고 전국 대형마트를 통해 ‘OB라거 랄라베어’ 전용잔 패키지를 한정으로 선보였다.
오비맥주 관계자는 “OB 브랜드에 대한 아련한 기억과 감성을 젊고 트렌디한 방법으로 표현하는데 중점을 뒀다”며 “오비맥주는 앞으로도 다양한 소비자들의 니즈를 만족시키기 위해 끊임없는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