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73호 이동근⁄ 2020.04.09 09:41:43
5G 이동통신이 1년을 넘겼지만 아직 ‘대세’로 불리기는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5G 요금 가입자는 10분의 1도 안된다. 5G 폰의 판매량도 기대에 못 미친다는 분위기다. 아예 ‘이동통신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단통법)을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도 슬금슬금 고개를 들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한 특수 환경도 있겠지만, 근본적으로 소비자들이 고가요금제나 고가폰에 대한 매력을 느끼지 못하는 분위기가 더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
1년 만에 550만 돌파, 아쉬운 실적
5G 가입자가 지난 2월 말 현재 500만 명을 돌파했다. 우리나라에서 지난해 4월 3일 밤 11시 세계 최초로 스마트폰 기반의 5G가 상용화된 뒤 10개월 만이다. 2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무선 통신서비스 통계현황’에 따르면 2월 말 현재 5G 가입자는 총 536만 699명(SK텔레콤 240만 7413명, KT 162만 2015명, LG유플러스 133만 953명)을 기록했다. 1년이 지난 4월 3일 기준으로는 550만명을 조금 넘은 것으로 추정된다.
이같은 결과는 사실 처음 기대에 못 미친다. 전 세대인 LTE가 1년 만에 740만 명(2012년 6월 말 기준)의 가입자를 유치한 것에 비하면 확실히 확산 속도가 늦은 것인데다, 증가폭도 갈수록 떨어지는 분위기다.
코로나19로 인해 시장 분위기가 침체된 탓도 있겠지만, 5G의 필요성을 유저들이 체감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1세대는 음성, 2세대(2G)는 문자 메세지, 3세대(3G)는 인터넷, 4세대(4G, LTE)는 미디어라고 하는 확실한 필요성을 제시할 수 있었지만, 5G는 아직 유저들로부터 그런 필요성을 이끌어내지 못하고 있다. 가상현실(VR), 증강현실(AR), 홀로그램. 클라우드게임 등도 아직은 일부 유저들에게만 어필하는 분위기다.
게다가 아직도 전국 커버리지를 완벽하게 못해내고 있다는 점도 유저들에게는 감점 요인이다. 기지국 수는 1년 전 3만 6000여개에서 2월말 기준 10만 9000여개로 크게 증가했지만, 여전히 안 터지는 지역이 많다. 게다가 5G 전파 특성상 휘는 성질이 약해 건물 안에서는 5G가 안터지는 경우가 많다.
비싼 통신료도 5G 확산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초창기에 비해서는 비교적 저렴한 요금제가 출시됐지만, 위에서 보듯 메리트가 떨어지는 상황에서 LTE에 비해 월 2만~3만 원를 더 부담해야 한다는 점은 소비자들의 구매욕구를 이끌어내기 어렵다.
고가 기기, 소비자 선택 망설이게 했다?
무엇보다 고가 기기들이 소비자들로 하여금 선뜻 5G를 선택하지 못하게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가장 대중적인 삼성전자의 갤럭시S 시리즈 모델 가격은 마지막 4G LTE 지원 모델 ‘S9’의 경우 사양에 따라 95만 7000원~115만 5000원으로 100만원 전후를 지켰지만, 5G를 본격적으로 지원하기 시작한 ‘S10’은 115만 5000원~174만 9000원으로 급격히 올랐던 바 있다.
특히 최근 출시된 삼성전자 갤럭시 S20의 경우 가장 낮은 단계의 모델이 124만 8500원, 최고사양인 ‘갤럭시 S20 울트라’는 159만 5000원으로 이제까지 심리적 저항선으로 여겨졌던 100만원을 훨씬 뛰어넘었다.
반면 이동통신사들의 지원 보조금은 큰 폭으로 줄었다. 발매 초기, SK텔레콤의 경우 17만 원(월 12만 5000원 요금제)에서 10만 원(월 5만 5000원)까지, KT는 24만 3000원(월 13만 원)에서 10만 3000원(월 5만 5000원)까지, LG유플러스는 20만 2000원(월 11만 5000원)에서 9만 7000원(월 5만 5000원)까지 지원해 자급제폰을 구입하는 것이 이익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실제로 업계에서는 갤럭시S20의 판매량은 전작인 갤럭시S10보다 저조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스마트폰을 담당하는 삼성 IM사업부문의 1분기 영업이익이 1조 8000억 원~2조 2000억 원 수준으로 전망되는데, 직전 분기보다 5000억~7000억 원, 전년 동기보다 2000억원에서 5000억원 가량 감소했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코로나19로 인해 오프라인 마케팅이 위축되는 등의 악재가 있지만, 소비자들이 고가기기에 대해 더 이상 무조건적인 매력을 느끼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5G 중·저가 스마트폰에 관심 집중
이같은 전망이 나옴에 따라 업계에서는 5G 중저가 스마트폰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현재 5G 보급형 모델로 꼽히는 제품은 삼성 ‘갤럭시A90’가 유일한데, 80만 원대로 중저가라 불리기는 애매하다. 하지만 조만간 출시될 전망인 5G 중저가폰은 비교적 낮은 가격에 쿼드카메라를 장착하는 등 나쁘지 않은 사양을 갖추고 있다.
삼성의 경우 우선 5월 출시될 갤럭시A51와 비슷한 시기에 출시될 갤럭시A71에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두 폰 모두 5G모델로 출시될 전망이다. A51은 6.5인치의 화면에 4800만 화소 카메라 및 1200만 초광각, 500만 화소 심도 카메라와 접사 카메라를, A71은 6.7인치 화면에 6400만 화소 카메라 및 1200만 초광각, 500만 화소 심도 카메라와 접사 카메라를 탑재했다. 가격은 가각 40만원대, 50만원대로 예상되지만, 5G모뎀을 장착할 경우 이보다 가격이 오를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LG전자도 프리미엄 제품에 준하는 성능을 갖추면서도 가격은 낮춘, ‘매스(대중적인) 프리미엄폰’을 표방하고 있는 ‘G9 ThinQ’(가칭)를 출시할 전망이다. V60 ThinQ처럼 듀얼 스크린을 포함하고 있지만 가격은 더 낮춘 제품이다. 가격은 80만 원대로 예상된다. LG전자는 상반기 프리미엄 5G 모델인 V60씽큐를 국내에 출시하지 않은 바 있어 ‘G9 ThinQ’이 출시되면 홍보에 주력할 가능성이 높다.
샤오미뿐만 아니라 화웨이, 오포, 비보, ZTE 등 중국의 5G폰들도 국내 출시될 전망이다. 이들의 가격은 40~50만 원대로 저렴하지만, 고성능 AP와 플래그십 모델에 육박하는 카메라를 갖추고 있다. 국내 스마트폰에 익숙해진 소비자들에게는 익숙치 않아 불편하겠지만, 스펙만은 좋은 제품들이다.
중저가폰이 대거 출시되면 알뜰폰 시장을 통한 5G 가입자가 확대될 것이라는 기대 심리도 나오고 있다. 현재 알뜰폰 업체들은 비교적 저렴한 5G요금제를 내놓고 있지만 적절한 중저가폰이 없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참고로 알뜰폰 업체들은 다양한 가격대의 5g 상품을 출시하고 있는데, 3만 원대의 상품들이 주목받고 있다.
단통법 폐지론도 ‘솔~솔~’
일각에서는 단통법 폐지론도 논의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전국적으로 6만 여개에 달하는 이동통신 대리점 및 단말기 판매점들이 직격탄을 맞은 상태에서 단말기 유통시장을 활성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그동안 단통법이 사업자간 경쟁을 과도하게 저해하고 오히려 소비자 편익을 저해한다는 반대론도 있었던 터라 더욱 설득력을 얻고 있는 측면도 있다.
갤럭시S20도 이통사들이 신사협정을 맺고 갤럭시S20 출시와 함께 공시지원금을 낮게책정한 바 있으나 최근 공시금액 이상의 보조금이 지급되고 있다는 정황도 포착되고 있다. 다만 정부는 유통시장이 과도하게 침체되는 것을 막기 위해 일단 두고 보는 분위기다.
현재는 단말기 완전 자급제와 분리공시제가 조심스럽게 논의 되는 분위기다. 완전자급제는 이동통신사와 단말기 판매를 완전히 분리하는 것이고, 분리공시제는 휴대폰 단말기를 판매할 때 이통사의 지원금과 제조사의 장려금 등 업계에서 제공되는 보조금을 각각 공시하는 것이다.
이통업계 관계자는 조심스럽게 “코로나19 때문에 5G 매출이 떨어졌다는 것은 부정하기 어려울 것 같다”며 “5월을 기점으로 중저가폰이 시장에 풀리고, 알뜰폰 5G 요금제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면 5G를 선택하는 소비자들이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며 “단통법 퍠지 가능성은 높게 보고 있지 않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