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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코로나19가 확 끌어당긴 미래 … “한국이 선진이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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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673호 최영태 편집국장⁄ 2020.04.14 10:02:53

(문화경제 = 최영태 편집국장) 이렇게 빨리 진행되리라곤 상상을 못해봤다. 지난 2016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을 앞둔 시점에서 당시 성남시장이던 이재명 현 경기도지사가 펴낸 책 ‘기본소득이란 무엇인가’(다니엘 라벤토스 지음 / 이한주-이재명 번역)를 읽으면서 “기본소득이란 게 참 좋은데, 실현까지는 정말 말도 많고 우여곡절도 많겠군”이라고 필자는 생각했었는데, 4년도 채 안 지난 현재 총선을 앞둔 한국에서 기본소득에 가까운 논의가 ‘리얼’로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현재 한국에서 논의되고 있는 건 기본소득이 아니고, ‘긴급재난지원금’이란 이름으로 국민의 70%에 지원하느냐 아니면 전국민에 모두 지원하느냐는 논란이 벌어지고 있을 뿐이다.

현재 정부는 ‘긴급재난지원금’이란 명칭을 쓰고, 이재명 지사는 경기도가 지급하는 1인당 10만 원을 ‘재난기본소득’이라고 부르고 있다. 정부는 재난지원금이 기본소득 논쟁으로 번지는 것을 경계하는 듯하고, 이 지사는 자신의 지론인 기본소득의 개념을 이번 기회에 국민 일반에 확실히 심어놓고 싶어하는 듯하다.

“선별적으로 주자”는 정부의 발표가 나오자 “다 주지 왜 선별하냐”는 목소리가 여야 모두에서 나오고, 여론조사 결과 100% 지급에 대한 찬성이 더 높고(찬성 58.2% 대 반대 36.6%. 리얼미터 7일 조사), 보수층에서도 찬성이 우세하다는 여론조사 결과는 놀랄 만하다. 왜냐면 전통적으로 선별지원은 보수가, 보편지원은 진보가 주장해왔기 때문이다.

명칭이야 어떻건, ‘선별지원 → 보편지원’으로 바뀌는 흐름은, 서구에서 먼저 일었던 기본소득 논쟁의 패턴과 비슷해 보인다. 선별지원을 해보니 선별 과정에서 너무나 많은 행정-선별 비용과 시간이 들어간다는 문제점이 확인되었기에 “이러려면 차라리 모두에게 기본소득을 주고 추가적인 복지 행정을 하지 않는 게 경제적으로 더 유리하다”는 논리가 기본소득 구상에는 들어있다. 그렇기에 기본소득 구상은 꼭 진보의 전유물이 아니며, 보수 정치세력이 추진에 나선 경우도 있다.
 

서울 서초구는 노인을 대상으로 온라인 쇼핑, 배달 앱 등의 사용 방법을 알려주는 동영상을 제작해 구청 홈페이지와 유튜브 채널 ‘서초 할마할빠 이야기’에 올렸다. 사진 = 서초구청

기본소득‘급’ 논의가 불과 며칠만에 결론 나다니!

현재 논의의 초점이 기본소득은 아니지만, 이번 사태로 사전정지 논쟁은 일단 끝난 것으로 보인다. 기본소득이라는 개념 자체가 로봇 또는 10여개의 극소수 기업이 지구촌의 모든 생산 활동을 맡고 나머지 대다수 인간 노동력은 할 일이 없어지는 사태에 대비하려는 성격도 강한 까닭이다. 코로나19 대유행을 맞아 “전원에게 주는 게 맞다”는 지구촌의 결론이 이뤄졌다면 나중에 기술 발전에 따라 대다수의 인간이 굳이 일을 할 필요가 없는 시대(사태?)가 온다면 그때 또 다시 보편지원이냐 선별지원이냐를 놓고 ‘코로나19 때 이미 끝난’ 논의를 반복할 필요는 없지 않겠는가.

이번 호 ‘문화경제’가 실은 △백화점들의 “오지 말고 사세요”라는 거리두기 봄 세일(14쪽) △소비자가 들어가서 물건을 사는 형태였던 편의점들이 물건 배달을 시작하고, 화장품도 배달되는 새 마케팅(22쪽) △이제 식사는 집에서 하는 게 대세가 되면서 한국제 가정간편식의 국내외 소비가 급증하고(18쪽) △카페도 이제는 맛-분위기뿐 아니라 건강을 판매하며(24쪽) △집에 머무는 시간이 대폭 늘면서 그간 천대받았던 게임 산업이 새로운 조명을 받는 현실(26쪽) 등이 모두 코로나19가 훅 갖고 들어온 ‘미래의 오늘화(化)’ 현상이라 할 만하다. 코로나19가 없었다면 미래에야 가능했을 현실이 불과 수십 일 안에 우리 옆에 와 앉아 있는 양상들이다.

코로나19의 대유행을 보면서 놀라게 되는 점은, ‘신사업의 매우 빠른 세계 제패’ 양상이다. △적자에 시달리던 쿠팡 등 가정 배달업체의 매출이 순식간에 몇 배나 오르고 △유튜브를 필두로 하는 실시간 다방향 동영상 중계가 생활필수품화 되고(자동차 업체의 ‘디지털 언박싱’, VR을 이용한 신차 공개, 건설업체의 온라인 3D 모델하우스 등) △온라인 교육이 ‘강제로’ 진행되면서 교육 현장에 태블릿PC 등이 엄청난 물량으로 공급되는 현상 등이다.
 

프랑스의 국제 보도 전문채널 France24의 앵커(오른쪽)가, 국민대의 프랑스인 크리스토프 고당 교수에게 “한국은 프랑스의 코로나19 대처를 어떻게 보고 있나요?”라고 묻고 있다. 사진 = 유튜브 Élodie 채널 화면캡처

스스로를 주연이라고 생각해본 적 없던 한국인

인간은 사회적 동물인지라 그동안은 사람을 잘 모으는(집객) 자가 마케팅의 승자였다. 그러나 코로나19라는 강적의 등장에 따라 사람을 모으지 않고 분산된 상태에서도 장사를 할 수 있는 신기술들이 설익은 상태이지만 바로 현실에 적용되면서 인기를 끌고 있다. 그래서 많은 전문가들은 “코로나19 이후의 세상은 그 이전과 완전히 다를 것”이라고 입을 모아 얘기한다.

그리고 이 달라진 세상의 선두에 한국이 있다. 코로나19 대유행을 맞아 가장 선도-모범적으로 위기를 극복해나가고 있는 나라이기 때문이다. 세계 거의 모든 나라들이 “한국은~”으로 시작하는 뉴스를 해대고 있는 모습 역시 훅 들어온 미래 중 하나다. 대개의 한국인은 평생 단 한 번도 상상해보지 않았을, ‘미국-유럽을 이끌고 가는 한국’이란 현실이 우리 안에 들어와버린 양상이다. 비상시에는 비상하게 빨라야 한다. 빨리빨리를 생활화한 한국인들에게 잘 맞는 환경이다.

스스로를 주연급으로 생각한 적이 없는 한국인에게 갑자기 전세계의 조명이 비춰지고 있다. ‘갑자기 스타’지만 어색해 굳을 필요는 없다. 하던 대로 하면 된다. ‘우리가 선진’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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