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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대한통운, ‘풀필먼트’ 본격 도전장 … 쿠팡 아성 넘을까

배송 절차 줄여야 승산 … “시간·비용 절감해 고객편익 극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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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675호 옥송이⁄ 2020.05.09 06:38:34

두문불출(杜門不出)이 권장되는 동안 국내 배송시스템은 빛을 발했다. 촘촘한 배송망에 택배기사들의 노고가 더해져, 전염병이 심각한 상황에서도 사재기 현상이 일지 않았다는 평가다. 최근 국내 물류업계는 새로운 지각변동을 앞두고 있다. 자체 물류센터를 운영해온 쿠팡에 이어, 물류 전문기업 CJ대한통운이 ‘풀필먼트(Fulfillment)’ 본격 진출을 선언했다. 핵심은 절차를 줄여 신속하고 정확한 배송을 하는 데 있다. 국내 풀필먼트를 살펴본다.

물류창고의 변신 … 상품 보관부터 선별, 배송까지 한 번에

12조 5825억 원. 올해 3월 한 달간 국내에서 거래된 온라인쇼핑 액수다. 전년 동월 대비 11.8% 증가했으며, 이 가운데 모바일쇼핑 거래액은 8조 4673억 원으로 같은 기간보다 19.2% 늘어났다. 모바일·온라인 시장규모가 날로 커지면서, 유통·물류 업계의 배송 경쟁이 한층 치열해지고 있다. 그 중심에는 ‘풀필먼트’가 있다.

풀필먼트는 물류 기업이 소비자의 주문을 수집해 제품선별, 포장·배송까지 한 번에 처리하는 일괄 물류 서비스를 뜻한다. 특히 이커머스 풀필먼트는 전자상거래에 특화된다. 상품을 판매하는 기업이 물류센터에 상품을 입고시키면, 풀필먼트 서비스를 처리하는 기업이 재고관리에서 배송에 이르기까지 모든 물류 과정을 ‘알아서’ 처리한다. 덕분에 배달 시간이 크게 단축될 뿐만 아니라, 실시간으로 거래되는 전자상거래 주문에 대응할 수 있다.
 

사진 = 통계청 


해당 개념을 일반화시킨 것은 글로벌 이커머스 기업 아마존의 풀필먼트 서비스(FBA·Fulfillment By Amazon)다. 판매자는 아마존의 물류센터에 제품을 공급하고, 15%의 수수료를 내면 보관 및 출하, 결제 등의 전자상거래 업무를 위탁할 수 있다. 현재 미국 가구의 약 54%는 ‘아마존 프라임’ 회원으로, 아마존은 미국 온라인 소비 지출의 40%를 장악할 정도로 절대적인 위치에 올라섰다.

국내 역시 이커머스 성장세와 더불어 풀필먼트 시장이 점차 커지면서, 이커머스에 특화된 풀필먼트 사업의 수요가 늘어나는 상황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2015년 약 134조 원 규모였던 이커머스 시장이 지난해 약 134조 원으로 2배 이상 커졌다. 이베스트 투자증권에 따르면 올해 국내 풀필먼트 시장규모는 약 1조 8800억 원으로 추산되며, 오는 2022년에는 2조 3000억 원에 달할 것으로 예측된다. 국내 1위 택배기업 CJ대한통운이 풀필먼트 사업 본격화에 나선 배경이다.

CJ대한통운 풀필먼트 자신감 “단순 배송 넘어 ‘기업 물류 컨설팅’이 목표”

CJ대한통운은 LG생활건강과 풀필먼트 계약을 맺고, 네이버 브랜드스토어에서 판매되는 LG생활건강의 상품에 대해 ‘CJ대한통운 e-풀필먼트’를 시작한다고 지난달 20일 밝혔다.
 

CJ대한통운 곤지암 풀필먼트 센터에서 작업자가 LG생활건강 제품을 주문에 맞게 선별하고 있다. 사진 = CJ대한통운 


LG생활건강의 네이버 브랜드스토어에서 상품을 주문하면 CJ대한통운의 곤지암 메가허브 풀필먼트 센터에서 바로 허브터미널로 상품이 이동되고, 자동화물분류기의 분류 과정을 거쳐 전국으로 발송되는 식이다.

기존 인터넷 쇼핑 물류와 다른 점은 주문 마감 시간이 대폭 연장된다는 점이다. 일반적으로 인터넷 주문 마감 시간은 오후 3시지만, CJ대한통운의 풀필먼트 서비스는 밤 12시까지 주문해도 다음 날 받아볼 수 있다.

24시간 내 배송이 가능한 이유는 허브센터가 있어서다. 이번 풀필먼트의 핵심인 ‘곤지암 메가허브’는 풀필먼트 센터와 허브터미널로 구성돼 물류 일괄처리가 가능하다. 즉, 택배업체가 고객사에서 직접 물건을 가져와 다시 분류하는 과정을 축소시켰다. 풀필먼트 시스템이 갖춰진 2~4층은 국제규격 축구장 16개 크기인 연 면적 11만 5500㎡에 달하며, 자동화물분류기를 갖춘 지상·지하 1층 허브터미널은 하루 170만 상자를 분류할 수 있다.


CJ대한통운 관계자는 “전국 물류센터들과 글로벌 물류센터를 통해 풀필먼트 서비스를 이미 시행해왔으나, 본격적으로 나서게 된 건 이번이 처음”이라며 “CJ대한통운의 강점은 단시간에 배송 분야가 성장한 업체들과 달리, 물류 전문업체로서 국내외에 쌓아온 인프라를 꼽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CJ대한통운 곤지암 메가허브의 자동화물분류기를 통해 택배화물들이 분류되고 있다. 사진 = CJ대한통운 


이어 “풀필먼트의 최종 목표는 단순 택배가 아니라, 최소 비용으로 최대 효과를 누리는 물적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라며 “이른바 ‘기업물류 컨설팅’을 목표로, 총 150여 명의 연구인력이 함께했고, TES물류기술연구소를 확대했다”고 덧붙였다.

쿠팡 vs CJ대한통운, 배송 절대 강자 누가 차지할까

CJ대한통운이 물류 인프라를 바탕으로 풀필먼트 사업 자신감을 내비쳤지만, 이미 국내 이커머스 업계에는 속도로 무장한 강자들이 자리하고 있다. 최근 몇 년간 ‘로켓배송’으로 급성장한 쿠팡, 신선식품 새벽 배송 서비스 ‘샛별배송’으로 몸집을 불린 마켓컬리가 대표적이다.

두 기업의 공통점은 막대한 비용을 들여 자체 물류망을 구축했다는 점이다. 특히 수년 동안 적자를 감당하며 전국 물류센터를 갖춰온 쿠팡은 코로나19로 인해, 그간의 인프라 구축이 헛되지 않았음을 입증했다. 이번 전염병 사태 이후 로켓배송은 역대 최대 출고량을 경신했다.
 

사진 = 쿠팡 


그러나 자체 물류망이 없는 이커머스 업체들이 CJ대한통운 등 물류 업체가 내세운 풀필먼트 서비스와 결합할 가능성이 커지면서, 이커머스 업계 ‘당일 배송’ 왕좌를 둘러싼 내전이 한층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CJ대한통운 측은 LG생활건강과의 풀필먼트를 시작으로, 참여 회사를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 업계 관계자는 “택배사의 풀필먼트 사업이 확대되면, 결국 자체 물류망을 갖추지 못했던 이커머스 업체들의 풀필먼트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며 “이커머스 배송의 지각변동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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