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이 골목식당을 꾸린다. 단, 온라인에서. 동명의 TV프로그램이 죽어가는 상권을 살린다면, ‘온라인판 골목식당’은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소상공인·전통시장 상인들이 주인공이다. 언택트 소비시대에 맞춰 이들의 새로운 판매처와 매출 동력 확보를 위해 온라인 가게를 꾸민 것. ‘희망으로 같이가게’ 캠페인을 벌이는 신한금융과 자체 플랫폼을 활용해 상인들을 돕는 e커머스 업계가 대표적이다. 온라인 골목식당을 살펴본다.
길어지는 코로나 사태 … 소상공인 어려움 가중
“다들 그렇겠지만, 코로나19로 인한 매출 피해가 커요. 이전 대비 반 토막 정도에요.”
서울시 서대문구 한 시장에서 빵집을 운영하는 A씨. 그는 올 상반기 장사를 위와 같이 평가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으로 인해 시장을 찾는 인파가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그나마 감염증 상황이 양호하면 방문객이 늘어나지만, 전염이 확산하면 매출도 같이 떨어진다.
지난 17일 중소벤처기업부가 발표한 20차 소상공인 매출액 조사에 따르면, 서울 소상공인 매출 감소 폭은 전주(33%)보다 7.0%포인트 늘어난 40%를 기록했다. 경기·인천도 전주보다 1.7%포인트 증가한 41.2%를 기록했다. 최근 수도권을 중심으로 코로나19 확진자가 산발적으로 나온 탓이다.
비교적 확산이 덜한 대전·충청(29.1%→23.2%), 강원(30.8%→25.4%) 등은 매출 감소 폭이 줄어들면서 해당 지역 소상공인들의 매출이 회복세를 보였다. 해당 조사를 시작한 3월 23일 전체 소상공인의 매출 감소는 평균 66.8%, 전통시장은 65.8%를 기록했으나, 이번 달 15일 기준 각각 31.6%, 26.5%로 회복됐다.
전반적으로 매출이 상승한 모양새지만, 산발적인 감염 소식 등에 영향을 받는 만큼 코로나 이전 수준의 매출을 단기간에 회복하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일부 기업들이 소상공인·전통시장 상인을 위한 온라인 판로 개척에 나선 배경이다. 온라인 플랫폼 제공을 통해 새로운 매출 동력을 찾게 해준다는 취지다.
언택트 소비 활발, ‘온라인 판로’ 중요해져 … 기업들 지원책 내놔
“저희가 보여드릴 제품은 원두, 드립백, 콜드브루 등으로 구성됐습니다. 여러 산지의 원두를 직접 로스팅해 합리적 가격에 최상의 커피를 제공하겠습니다…”
얼핏 들으면 홈쇼핑 방송 같지만, 제품을 소개하는 사람은 쇼호스트가 아니다. 목소리의 주인공은 해당 로스팅 커피 가게를 운영하는 지역 소상공인이다. 신한금융그룹의 선정을 통해 중소벤처기업부의 쇼핑몰 ‘가치삽시다’에서 상품을 판매하게 된 것.
신한금융그룹은 중기부와 손잡고 ‘가치삽시다 희망으로 같이가게’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코로나19로 어려움에 처한 소상공인들에게 온라인시장 진출을 지원하고, 상품 홍보를 통해 새로운 매출 동력 확보를 돕기 위해서다.
방식은 중기부의 ‘가치삽시다’ 플랫폼 내 ‘희망으로 같이가게’ 특별 기획전을 통해 7월 13일까지 총 50여 개 사가 순차 입점하는 식이다. 신한 측은 “지방청, 백년가게, 청년몰, 지역특구, 중소기업유통센터, 소상공인진흥공단으로부터 후보 업체를 추천받아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연과 매출 감소액, 상품의 온라인 판매 적정성 등을 고려해 입점 업체를 선정했다”고 설명했다.
신한금융은 이번 프로젝트에서 온라인 창업 판매 활성화를 위한 마케팅 교육, 소상공인들의 사연과 제품 스토리를 소개하는 홍보 영상 등을 제작하고 홍보한다. 또 신한카드 ‘올댓쇼핑’과 ‘네이버 스마트 스토어’ 등 온라인 쇼핑몰에 입점시켜 매출 증대를 유도할 계획이다.
신한금융그룹 조용병 회장은 “신한금융과 중소벤처기업부가 함께하는 ‘가치삽시다 희망으로 같이가게’ 프로젝트가 코로나19로 위기를 맞은 소상공인들에게 새로운 성장의 기회가 되길 바란다”며 “우리 사회가 빨리 회복돼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그룹 차원의 역량을 결집해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e커머스 기업들도 전통시장 상인 및 소상공인 지원에 동참한다. 최근 언택트 소비가 늘어나면서 강세를 보이는 자사 플랫폼들을 소상공인을 위한 온라인 판매처로 제공하고 나선 것.
G마켓과 옥션을 운영하는 이베이코리아는 전통시장 판로 지원을 위해 중소벤처기업부,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과 함께 온누리 전자상품권 신규 가맹점을 모집한다. G마켓과 옥션은 지난 3월 업계 최초로 전통시장 온누리상품권 결제 서비스를 도입했고, 현재 1600여 개 전통시장 소상공인 제품을 온누리상품권으로 구매할 수 있다.
NHN의 커머스 자회사 NHN고도는 서울특별시와 전통시장 온라인 판로 확대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NHN고도는 1인 마켓 브랜드 ‘샵바이’를 활용해 전통시장 점포의 개별 온라인 상점 구축과 안정적 상점 운영을 위한 온라인 마케팅·컨설팅을 지원한다.
쿠팡은 지역 상생 기획전 ‘힘내요 대한민국’을 진행한다. 충북도와 손잡고, 경기 위축으로 어려움을 겪는 충북 지역 업체의 온라인 판매 확대를 돕는다. 쿠팡은 충북 업체의 상품을 직접 매입하고, 매출 증대에 직접 도움을 줄 수 있도록 메인 광고면을 포함한 마케팅을 지원한다. 지난 4월 1차 기획전 결과, 참여 업체들의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3배 규모로 증가했다.
쿠팡 리테일 윤혜영 부사장은 “힘내요 대한민국 1차 기획전의 성과에 힘입어 2차 기획전을 진행하게 됐다”며 “쿠팡의 전국 물류네트워크가 충북 지역 소상공인의 성장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다양한 업계의 소상공인 온라인 판로 지원 필요
기업들의 소상공인 온라인 판로 개척이 고무적이지만 지원 기업의 폭이 좁다는 의견도 나온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해 언택트 소비가 활발해진 상황에서 전통시장·소상공인들의 판매를 돕는 것은 좋지만, 지원 기업들이 한정적이라는 것이다. 또 다수의 기업은 현물 지원 또는 일회성 소비 식으로 상인들을 돕고 있어 판매 동력을 위한 판로 개척이 필요하다는 것.
한 소상공인은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소비 형태도 달라지고 있다. 온라인·언택트 소비가 주를 이루게 된 만큼, 매장 판매 위주의 상인들도 달라져야 한다”며 “기업들의 온라인 판로 지원은 상인들의 온라인 판매 적응 및 매출에 큰 도움이 된다. 기업과 소상공인이 함께 협업하게 될 경우, 기업들은 새로운 상품을 찾을 수 있고 소비자들은 다양한 상품을 맛보고 소비할 수 있다. 무엇보다 상인들은 판매처를 찾게 돼 서로 상생”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