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 금융업법 개정으로 해외투자 한도가 늘어남에 따라 투자처를 모색하던 생명보험사들이 최근 ASEAN(동남아시아 국가 연합)을 중심으로 한 동남아시아 시장에 주목하고 있다. 이미 베트남 시장에서 성과를 낸 한화생명에 이어 교보생명은 미얀마에, 삼성생명은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에 진출을 고려중이다. 동남아 시장은 성장 가능성이 높은 데다, 온라인 금융거래 중심의 디지털 플랫폼이 급성장하고 있어 신시장 개척에 유리한 곳으로 주목받고 있다.
교보‧삼성‧한화생명 동남아 시장, “미래 성장동력”
2009년 전 지분 100%를 출자해 베트남에 보험영업을 위한 현지 법인을 설립한 한화생명은 신규 계약실적은 초기 410억 동에서 지난해 1조 470억 동(한화 약 541억 원)까지 늘리는데 성공했으며, 수입보험료는 322억 동에서 2조 8194억 동(약 1467억 원)으로 증가했다.
규모도 늘었다. 점포수는 같은 기간 3개에서 147개로 증가했으며, 보험설계사수는 450명에서 1만 4833명으로 늘었다.
한화생명 측은 성공 비결로 현지화 전략을 꼽고 있다. 이 회사는 초기부터 법인장과 스탭 3명을 제외하고 영업, 교육, 재무 관리자 397명을 현지 인력으로 채용한 바 있다.
한화생명 관계자는 “영업네트워크 확장 외에도 베트남 소비자 요구에 부응하기 위한 디지털 금융 서비스 확대와 현지 맞춤형 상품개발, 고객서비스에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교보생명은 지난해 초 미얀마 보험시장이 개방된다는 것을 알고 주재사무소 설립 검토를 시작했다. 미얀마는 제2의 베트남이라고 불릴만큼 경제성장 잠재력이 충분하고 보험시장 성장여력도 풍부한 것으로 알려져있다. 보험가입률이 약 9%에 그치고 국내총생산 대비 보험료 수준이 0.07%에 불과해서다.
교보생명은 아직 국내 보험사가 진출하지 않은 점, 수년간 해외자원봉사 등으로 꾸준히 교류해온 점을 주재사무소 설립 검토 배경으로 꼽았다.
교보생명 관계자는 “각종 설립 신고 및 인허가 절차가 순조롭게 완료되면 올 하반기엔 주재소 설립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며 “보험영업을 위한 법인설립 등에 대한 내용은 아직 구체적으로 정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삼성생명은 최근 발표한 ‘2020 지속가능보고서’를 통해 “성장 잠재력이 높은 해외자산운용사를 중심으로 지분투자 추진을 통해 미래 성장 동력을 확보할 예정”이라며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 국가에서 우량 보험사에 투자할 수 있는 기회를 지속적으로 발굴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해외 투자 한도 30→50%, 신시장 활로
대형 보험사들이 동남아시아 시장에 활발히 나서는 이유는 이 시장의 성장성이 매우 높기 때문이다. 실제로 동남아시아 국가들의 1인당 GDP는 현재 약 4000 달러로 낮지만(2016년 기준 세계 평균 GDP 1만 300달러, 아시아 평균 5635달러)지만 상당한 고도 성장을 이뤄왔다.
대표적으로 필리핀의 1인당 GDP는 1990년 715달러에서 2017년 2989달러로, 태국은 동기기간 1508달러에서 6594달러로, 인도네시아는 585달러에서 3847달러로, 베트남은 98달러에서 2343달러로 증가했다.
또 올해 4월 말 국회에서 보험업법이 개정되면서 해외투자 한도가 30%에서 50%로 늘어나면서 투자 여력도 향상했다. 과거 보험업법은 보험사의 외화 자산 투자 한도를 일반계정의 30%, 특별계정의 20% 이내로 제한해 왔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저금리 기조로 자산운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며 “외화 자산 투자 한도가 늘었으니 보험사가 해외 투자를 확장하면서 수익성을 내는 데 일조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현지 보험사에 대한 지분투자뿐만 아니라 보험과 정보기술이 융합된 핀테크 관련 사업 개발과 투자 등이 가능하다는 점도 동남아 진출 가속화 요소로 꼽고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동남아는 최근 전자결제, 온라인 금융거래 중심의 디지털 플랫폼이 급성장하고 있다”며 “동남아의 빠른 플랫폼 성장에 주목하면서 기업들은 자사가 지닌 디지털 기술의 강점을 활용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