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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석유화학업계 타격? LG화학·금호석화는 웃었다

LG화학, 전기차 배터리 흑자 전환...금호석화, 라텍스 투자 후 의료용 장갑 수요 급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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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681호 윤지원⁄ 2020.08.05 09:32:27

상반기, 코로나19에 따른 최악의 수요 충격에 정유 및 석유화학업계가 적자에 허덕였다. 플라스틱 등 에틸렌 기반의 전통적인 화학제품을 생산하던 석유화학사들은 실적 부진이 불가피했다. 반면, 역으로 실적 호조를 보인 석유화학 기업들도 있다. 특히, LG화학과 금호석유화학의 호실적이 눈에 띈다.
 

상반기 코로나19의 악재에도 불구하고 호실적을 달성한 LG화학 신학철 부회장(왼쪽)과 금호석유화학그룹 박찬구 회장. (사진 = 각 사)


롯데케미칼·SK이노베이션 ‘아찔’

삼정KPMG 경제연구원은 지난 5월 코로나19 확산이 산업‧경영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리포트를 발표했다. 리포트에 따르면 자동차‧해운 부분의 전망은 ‘부정적’, 정유‧석유화학은 ‘일부 부정적’으로 평가됐고, 유일하게 게임 산업만 ‘일부 긍정적’이었다.

정유 부분 부진은 전 세계 석유제품 수요가 급감하고, 정제 이후 제품가격이 원재료 가격보다 낮게 거래되면서 정제 마진의 하락으로 정유사의 수익성이 악화되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됐다.

또한, 사회적 거리 두기 기조에 따라 사람들의 왕래가 감소하는 탓도 향후 전망을 밝게 볼 수 없는 원인이라고 내다봤다.

실제로 많은 정유·석유화학 업체들이 상반기 부진했다. LG화학과 함께 국내 화학업계 ‘빅2’로 통하는 롯데케미칼도 손실을 피해갈 수 없었다.

지난 1분기 롯데케미칼은 860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2분기에는 1분기 대비 흑자 전환할 것으로 전망되긴 하지만 코로나19 여파뿐 아니라 충남 대산공장 폭발사고에 따른 가동중단의 영향까지 더해져 작년보다 부진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키움증권 이동욱 애널리스트는 롯데케미칼의 2분기 영업이익을 269억 원으로 전망했다.

SK이노베이션은 1분기 1조 7752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한 데 이어 2분기에도 4397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적자 폭이 75% 개선됐다는 점이 그나마 위안이다.
 

LG화학 오창공장 임직원들이 배터리팩을 제조하고 있다. (사진 = LG화학)


LG화학, 7분기 만에 최고 영업이익률
석유화학 및 배터리가 실적 견인


반면, LG화학과 금호석유화학 같은 기업은 업계 전반에 대한 부정적 전망을 비웃기라도 하듯 ‘역대급’ 실적을 연달아 달성하고 있다.

LG화학은 올해 2분기 매출액 6조 9352억 원, 영업이익 5716억 원의 경영실적을 달성했다고 31일 발표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2.3%, 영업이익은 131.5% 증가한 실적이다. 특히 영업이익률은 8.2%로 2018년 3분기 이후 최고치다.

LG화학은 1분기에도 매출 7조 1157억 원, 영업이익 2365억 원을 각각 기록하며 증권가 영업이익 예상치 1590억 원을 약 50% 웃도는 실적을 기록한 바 있다.

LG화학은 2분기 실적과 관련해 ▲석유화학부문의 차별화된 운영 효율성 증대 및 주요 제품 스프레드 개선 등으로 두 자릿수 영업이익률(13.1%) 달성, ▲배터리 부문 자동차 배터리 흑자 등 분기 사상 최대 실적 달성으로 시장 기대치를 훨씬 웃도는 실적을 달성했다고 밝혔다.

석유화학 부문(매출 3조 3128억 원, 영업이익 4347억 원)은 저유가 영향으로 제품가격이 하락해 매출이 감소했다. 하지만, 차별화된 운영 역량 강화 및 중국 수요 회복에 따른 ABS 등 주요 제품 스프레드 확대로 지난해 1분기 이후 다섯 분기 만에 두 자릿수 영업이익률(13.1%)을 기록했다.

배터리 부문(매출 2조 8230억 원, 영업이익 1555억 원)은 분기 사상 최대 매출 및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직전 분기에는 영업손실 518억 원으로 코로나19에 무너졌던 부문이기에 큰 폭의 흑자 전환이 고무적이다.

LG화학은 2분기 배터리 부문 실적에 대해 유럽, 중국 등 전 세계 친환경 정책 확대에 따른 전기차 판매 증가, 북미지역 대규모 ESS 프로젝트 공급 등으로 전 분기 대비 매출이 25%나 증가했고, 수익성 측면에서는 폴란드 2공장 수율 향상 등 생산성 개선, 원가 절감 등이 예상보다 큰 효과를 거둬 흑자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차동석 LG화학 최고재무책임자(CFO)는 "2분기 코로나19 영향에도 내부 효율성 제고 및 차별화된 역량을 한층 강화해 시장 기대치 보다 높은 실적을 달성했고 자동차 배터리 부문에서 수율 정상화와 고정비 절감으로 구조적인 이익창출 기반을 마련한 것이 큰 의미"라며 "3분기 석유화학부문 안정적 수익성 유지, 전지부문 큰 폭의 성장 등을 통해 실적 호조를 이어가고 중장기적 관점의 사업 효율화로 안정적 실적을 달성하는 사업 구조를 구축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금호석유화학 울산 고무공장. (사진 = 금호석유화학)


금호석화, 의료용 장갑 수요 급증
10년 만에 최대 실적


금호석유화학은 2009년 금호아시아나그룹과 계열 분리한 이후 10여 년 만에 분기 최대 실적을 연이어 경신할 전망이다. 키움증권 이동욱 애널리스트는 금호석유화학의 2분기 영업이익이 시장 기대치 1335억 원을 상회하는 1467억 원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수출주에 우호적인 환율 효과가 발생하고 있으며 원재료 가격 하락으로 합성고무, 합성수지 등 주력 사업부문의 스프레드가 견고하게 유지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합성고무 부문은 SM·BD 등 주요 원재료 가격 하락으로 원가가 개선됐고 NBR 라텍스·NBR·SBS 등 고부가 고무제품들의 마진은 견고하게 유지되고 있다"며 합성고무 부문에서만 596억 원의 영업이익을 낼 것으로 전망했다.

금호석화는 합성고무와 합성수지, 페놀유도체·에너지 등의 사업 부문에서 각각 38%, 23&, 38% 정도의 매출을 고루 내고 있다. 특히 합성고무 사업이 대표적이다. 부타디엔(BD)을 원재료로 자동차 타이어에 들어가는 범용 합성고무(SBR·BR)와 특수고무인 라텍스 등을 생산하는 사업이다. 금호석화는 SBR과 BR뿐 아니라 NB라텍스 분야에서 각각 세계시장 점유율 1위를 지키고 있다.

연초 코로나19 확산 초기, 금호석유화학 역시 부정적 전망을 피할 수 없었다. 코로나19 여파로 금호석유화학 합성고무의 최대 매입처인 금호타이어를 비롯해 국내·외 타이어업체들의 합성고무 수요량이 급격히 줄어들 가능성이 커졌으며, 타이어업체들과 완성차 업체들이 번갈아 가며 공장 문을 닫기도 했다.

사회적으로는 사람들이 집에만 머무는 시간이 크게 늘면서 전체적인 차량 유동량이 감소했다. 이 역시 타이어 산업 관련 시장에는 부정적인 요인이었다.

금호석화는 국내 합성고무 시장에서 점유율 50%가량을 유지하는 최대 공급 업체다. 그만큼 시장이 나빠지는 데 따른 직접적인 타격을 입기 쉽다.

또한, 금호석화는 비슷한 규모의 다른 그룹들에 비해 사업 영역이 다양하지 않은 편이다. 2010년대 초반 채권단과 자율협약을 맺어야 했고, 재무 개선을 위해 무리한 확장을 최대한 자제하고 잘 하는 분야에만 집중하는 것이 최선임을 체득했기 때문이다. 그 결과 지금은 아주 양호한 재무구조를 갖추게 됐지만, 이번처럼 핵심 사업 분야가 갑자기 가라앉을 때 그 충격을 분산할 장치가 부족할 수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의료용 장갑의 글로벌 수요가 크게 늘면서 금호석유화학의 NB라텍스 매출도 증가했다. (사진 = unsplash)


라텍스 생산설비, 코로나19 전에 이미 늘려

하지만 뚜껑을 열고 보니 올해 초의 전망과는 전혀 다른 결과가 나왔다. 합성고무 시장에서의 불안요소는 사실로 드러났지만, 돌파구 또한 합성고무에 있었다. 바로 코로나19로 글로벌 수요가 급격히 늘어난 NB라텍스다.

NB라텍스는 의료용 장갑인 니트릴 장갑의 원료로, 금호석유화학은 이 분야에서도 글로벌 시장 점유율 1위(30% 이상)라는 입지를 굳히고 있다.

금호석화에 따르면 NB라텍스는 이 회사가 오랜 R&D 끝에 내놓은 결과물로, 기존 라텍스 장갑보다 얇고 가벼운 반면 강도가 우수하고 화학적 안정성도 높다.

라텍스 장갑은 의료용으로 많이 쓰이지만, 우리나라에서 한때 열풍이던 쿡방에서 종종 소개된 것처럼 조리용으로도 널리 쓰이기 시작했고, 기타 다양한 산업에서 글로벌 수요가 늘어나면서 코로나19 사태 이전에 이미 수출량이 증가 추세에 있었다.

이에 금호석화는 합성고무 분야 중 타이어용 범용고무의 생산 비중을 줄이고, 그 생산 라인을 NB라텍스용으로 전환하는 등 선제적으로 생산능력을 키워 놓았다. 그 결과 2016년 연 20만 톤에 불과했던 NB라텍스 생산량은 지난해 말 기준 연 58만 톤으로 크게 늘어났고, 올해 11월에도 6만 톤을 추가 증설할 예정이다.

그런데 마침 올해 상반기 코로나19로 인해 예상치를 훨씬 웃도는 글로벌 수요가 발생하고 있고, 지금은 이 생산설비를 100% 가동하면서 월별 수출량은 계속 최대치를 갱신하는 상황이 됐다. 이런 추세는 내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금호석유화학 중앙연구소 연구원. (사진 = 금호석유화학)


박찬구 ‘선택과 집중’ 또 통했다

업계는 금호석화의 지속적인 호실적의 배경 중 하나로 ‘선택과 집중’이라는 그룹 특유의 경영 원칙을 꼽았다. 코로나19 발생 초기만 해도 새로운 먹거리가 부족하다는 것이 부정적 전망의 이유로 꼽혔지만, 잘 하는 분야를 더욱 잘 하기 위해 집중한 것이 위기를 기회로 바꾸고, 좋은 결과를 이끌었다는 분석이다.

올해 초 금호석화가 반도체 핵심 소재 관련 기술인 포토레지스트 사업부를 매각한 것도 이와 비슷한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반도체는 21세기 대한민국 최대 수출 산업이고, 포토레지스트는 일본이 1년 전 한·일 무역 전쟁의 선제공격 무기로 삼을만큼 고도화된 기술로, 부가가치가 높은 분야로 알려져 있다. 마침 금호석유화학은 우리나라에서 높은 수준의 포토레지스트 기술을 보유한 몇 안 되는 기업이었기에, 일본 수입 의존도를 낮출 대체제를 만들어낼 기업으로 기대됐고, 향후 국내 반도체 산업의 성장에 따라 그룹의 새로운 미래 먹거리가 되기에 충분한 분야로 여겨졌다.

하지만, 박찬구 회장은 포토레지스트 분야의 매출과 영업이익 비중이 작으니 손을 떼고, 더 잘할 수 있는 기업에 넘기는 게 낫다는 판단하에 SK머티리얼즈로 400억 원에 매각하는 과감한 결정을 내렸다.
 

금호석유화학그룹 박찬구 회장. (사진 = 금호석유화학)


금호피앤비화학도 주목된다. 금호피앤비화학은 본래 당신일본제철화학과의 합작사였으나 2018년에 금호석화의 100% 자회사로 편입했다. 이 회사가 생산하는 여러 제품 중에는 아세톤이 있다. 금호석화는 질병 발생률이 높은 동남아지역을 풍부한 수요처로 바라보고 투자를 결정했고, 연 42만 톤을 생산하는 아세톤 생산능력도 내년 1분기 5만 6000톤 더 늘릴 예정이다. 그런데 코로나19로 인해 아세톤 수요도 크게 늘어났다. 손 세정제를 만드는 IPA의 핵심 원료이기 때문이다.

하나금융투자는 코로나19로 인한 이러한 반사이익 덕분에 ​올해 금호석화의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57% 급증한 5780억 원이 될 것으로 추정했다. 이는 계열 분리 이후 10년간 최대 실적이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도 올해 금호석유화학의 영업이익 평균 전망치를 4081억 원으로 봤다.

아울러, 자동차 및 타이어업체의 가동 재개로 인한 수요 개선 가능성과 NB 라텍스의 중장기 성장성을 감안하면 내년에도 추가적인 실적 개선이 가능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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