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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Z세대와 기업 ③ 住] 온라인 중심으로 번지는 ‘집콕 놀이문화’

농심·빙그레·CJ제일제당·CU, SNS 챌린지 및 채널 개설로 관심 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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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682호 김금영⁄ 2020.08.22 07:48:22

노잼(no+재미의 합성어)이면 외면 받는다. ‘재미’가 있어야 먹고, 입고, 참여하며 즐긴다. 소비에 있어서도 중심 가치로 재미를 추구하는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한 밀레니얼 세대와 1990년대 중반~2000년대 초반 출생한 Z세대를 통칭하는 말)의 관심을 끌기 위한 기업들의 마케팅이 치열하다. 유통업계에 전개되고 있는 ‘펀(FUN)으로 통하는 의(依)·식(食)·주(住)’ 흐름을 살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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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심, ‘깡’ 놀이 문화를 마케팅으로

 

M2, 농심 그리고 비가 함께한 ‘방구석 새우깡 챌린지’ 포스터. 사진 = 엠넷 M2

코로나19는 집콕 생활을 일상화시켰다. 여기에 최근 폭우, 폭염까지 더해지면서 더더욱 집밖에 나서기가 꺼려졌다. 길어지는 집콕 생활에 답답함과 지루함을 느끼는 MZ세대의 관심은 집에서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놀이 문화’로 향했다. 집에서의 여가 생활을 SNS에 공유 및 확산하고, 온라인 콘텐츠를 즐겨 소비하는 현상이 MZ세대를 중심으로 퍼져나간 것.

매년 MZ세대의 트렌드 키워드를 분석, 발표하는 ‘대학내일 20대연구소’에 따르면 MZ세대 남녀 9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88.4%가 “코로나19로 인해 이용 빈도가 높아진 미디어·콘텐츠가 있다”고 답했으며, 이중 웹예능 및 웹드라마, 1인 크리에이터 영상, SNS, 온라인 커뮤니티 등이 포함됐다. 이에 MZ세대들의 관심을 끌기 위해 기업들도 집콕하며 즐길 수 있는 놀이 문화 마케팅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MZ세대를 주요 타깃으로 하는 온라인 챌린지 및 채널 개설, SNS 마케팅까지 형태가 다양하다.

 

농심 깡 스낵 4종 이미지. 사진 = 농심

농심은 온라인에서 자연 발생한 ‘깡’ 놀이 문화를 마케팅에 끌어들였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온라인에는 ‘1일 1깡’이라는 용어가 유행처럼 돌았다. ‘호박전시현’이라는 한 고등학생 유튜버의 계정에 올라온 가수 비의 노래 ‘깡’ 안무를 따라 추는 영상이 화제가 된 것. ‘깡’은 2017년 발표됐던 곡이지만, 당시엔 시대에 뒤쳐진 스타일이라는 혹평과 함께 큰 주목을 받지 못하고 사라졌다. 그런데 2년이 흐른 시점에 오히려 과한 춤과 자아도취에 흠뻑 빠진 가사가 웃음 코드로 작용했고, 이를 반영한 호박전시현의 영상이 공개된 지 얼마 되지 않아 조회수 200만을 훌쩍 넘기며, ‘깡’의 춤을 따라 춰 온라인에 올리는 ‘깡 챌린지’ 열풍을 일으켰다.

5월 MBC 예능 프로그램 ‘놀면 뭐하니?’에 출연한 ‘깡’의 당사자인 비의 털털한 대응은 ‘깡’ 놀이 문화에 더 기폭제가 됐다. 특히 비는 방송에서 “아침 먹고 깡, 점심 먹고 깡, 저녁 먹고 깡, 하루 3깡 정도는 해야 한다”고 말했고, 여기서 자연스럽게 농심의 대표 제품 중 하나인 새우깡이 생각난다는 반응이 시청자, 네티즌들 사이 나왔다. 바로 농심은 비를 새우깡 광고 모델로 발탁했고, 새우깡과 깡 트렌드를 즐기는 영상을 응모하는 ‘새우깡 대국민 챌린지’를 추진했다. 챌린지를 통한 결과물을 활용해 비와 함께 광고를 만들며, 놀이 문화에 지속적으로 MZ세대의 관심을 끌어들인다는 계획이다. 즉 농심은 MZ세대가 마음껏 놀 수 있는 놀이 재료를 제공한 셈.

 

MBC ‘놀면 뭐하니?’에 출연했던 비의 모습. 사진 = MBC ‘놀면 뭐하니?’ 방송 화면 캡처

반응은 긍정적이다. 8월 농심에 따르면 새우깡과 감자깡, 양파깡, 고구마깡 등 ‘깡 시리즈’ 4개 제품의 7월 한 달 매출액 합이 100억 원을 넘겼다. 이는 7월 월 평균 판매금액 71억 원보다 40% 이상 성장한 수치로, 깡 스낵 출시 이후 최대 기록이다. 농심은 온라인에서 MZ세대를 중심으로 확산된 ‘밈(meme, 인터넷상에 재미난 말을 적어 넣어서 다시 포스팅 한 그림이나 사진)’ 현상이 실제 구매로 이어진 것으로 분석했다. 여기에 가수 비를 모델로 선보인 새우깡 광고가 유튜브에서 40여 일 만에 조회수 270만 건을 돌파하고, 댓글도 2300개가 넘게 달렸다.

농심 측은 “SNS에 ‘1일 1깡’, ‘식후깡’ 등 해시태그와 함께 새우깡 구매 인증사진이 연일 올라오고, 유통업체에서도 새우깡 묶음 판매 등 판촉 활동을 활발하게 펼치고 있다. 특히 새우깡뿐 아니라 나머지 깡 스낵들의 인지도가 올라간 덕분에 판매가 대폭 늘어났다”며 “조만간 새우깡 챌린지 공모전 응모작을 활용한 광고를 공개할 예정인 만큼 깡 스낵 열풍이 앞으로도 지속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SNS 담당자 곧 퇴사 예정?” 빙그레우스의 습격

 

SNS 스타로 떠오른 빙그레의 ‘빙그레우스 더 마시스’ 캐릭터. 사진 = 빙그레

주말에 집콕하는 20대 김지연 씨의 하루 일과 중 하나는 빙그레우스 더 마시스(이하 빙그레우스)의 SNS 게시물 탐방이다. 빙그레우스는 새빨간 머리에 바나나맛 우유 왕관을 쓰고, 비비빅 벨트, 빵또아 바지를 입었으며, 꽃게랑 장식의 메로나 봉까지 빙그레의 대표 제품들로 치장한, 그야말로 화려함의 극치를 달리는 캐릭터다. 또 다른 정체성은 SNS스타라고나 할까. 김지연 씨는 “빙그레우스 SNS에 뭐가 올라오는지 늘 구경을 간다. 재미있는 글과 이미지가 올라올 때가 많다. 여기에 방문하는 사람들 사이의 댓글도 웃겨 빙그레우스 SNS에서 놀며 시간을 보낼 때가 많다”고 말했다.

빙그레우스는 빙그레가 SNS 마케팅을 적극 활용하고자 선보인 캐릭터로, 빙그레 내에서도 젊은 실무진이 주축을 맡아 기획한 것으로 알려졌다. 2월 말 빙그레우스가 “안녕”이라며 빙그레 SNS 공식 계정에 등장하자마자 달린 댓글은 “계정이 해킹당한 것 같다” “SNS 담당자 곧 퇴사 예정?”이었다. 그만큼 병맛 코드가 넘쳐흐르는 의외성을 지닌 캐릭터였던 것.

 

빙그레우스의 SNS에 올라왔던 ‘어버이날 에피소드’ 이미지. 사진 = 빙그레 공식 SNS

빙그레 측은 “좋은 제품을 많이 보유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기업 브랜드와 제품 브랜드 간의 연결고리가 약한 게 아쉬웠다. 창립 53주년을 맞는 빙그레의 기업 이미지를 좀 더 젊은 감성으로 바꿀 필요도 느꼈다”며 “어떻게 기업 이미지를 젊게 바꾸고 소비자에게 다가갈 수 있을지 고민한 결과, B급 감성으로 다가가 보자는 목표 아래 빙그레우스 캐릭터가 탄생했다”고 밝혔다.

빙그레우스는 독특한 세계관으로 재미를 주며 일약 SNS 스타로 떠올랐다. 빙그레 나라의 왕위계승자로, 아버지로부터 왕명이 적힌 편지 한 통을 받고 SNS 운영을 맡았다는 설정까지 세세하다. 먼저 자신의 셀카를 SNS에 올리며 존재를 알린 빙그레우스는 “안녕하오” “내 일은 내가 알아서 하겠소” 등 특유의 '하오' 체 말투를 고수했다. 여기에 제품 메로나를 의인화한 ‘옹떼 메로나 브루쟝’, 투게더를 의인화한 비서 ‘투게더리고리경’이 등장해 세계관이 확장됐다. 신제품이 나올 때마다 캐릭터가 추가되는 식이다.

 

빙그레우스의 세계관엔 꾸준히 새로운 캐릭터와 에피소드가 업데이트되고 있다. 사진 = 빙그레 공식 SNS

유머를 기반으로 한 에피소드도 꾸준히 발생한다. 특히 유명한 건 어버이날 에피소드. 5월 8일 빙그레우스는 “오늘은 어버이날, 무언가를 사기보단 내가 평소에 가장 아끼던 것을 나눠 드리기로 마음먹었소”라며 요플레 뚜껑, 뽕따(쭈쭈바) 꼭지, 아이스크림 슈퍼콘의 끝부분 등 먹다 남은 것처럼 보이는 부위들을 모은 선물 세트 사진을 업데이트했다. 여기에 빙그레우스는 “아버지가 너무 감동하면 어떡한다오?”라며 설레발을 치지만, 뒤이어 얼차려를 받고 있는 빙그레우스의 이미지가 올라와 웃음을 자아냈다.

빙그레우스를 활용한 SNS 마케팅은 좋은 성과를 내고 있다. 빙그레우스 첫 공개 후 5개월 만에 빙그레 공식 SNS 계정 팔로워 수는 약 4.5만 명이 늘어 15만 명을 돌파했고, 이는 동종업계 대비 가장 높은 팔로워 수다. 애초 SNS 마케팅을 위해 탄생된 캐릭터지만, 인기에 힘입어 빙그레우스 캐릭터를 활용한 신제품도 내놓을 계획이다.

빙그레 측은 “특히 MZ세대에게 빙그레우스가 인기가 많다. 디지털 환경에 익숙하고 이색적인 경험을 추구하며, SNS나 메신저를 통해 재미있는 것을 공유하는 놀이 문화가 MZ세대에 확산된 영향으로 보인다”며 “지금도 빙그레우스는 고객의 트렌드와 반응을 살피는 데 오랜 시간을 들이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기획안을 검토한 임원이 실무진의 젊은 감각을 믿고 모든 것을 맡기며 승인해준 덕에 빙그레우스가 태어날 수 있었다”며 “앞으로도 좋은 제품과 더불어 재밌고 신박한 SNS 콘텐츠로 고객에게 재미와 웃음을 전하고 젊고 긍정적인 기업이미지를 만들 것”이라고 덧붙였다.

CJ제일제당, 온라인 이벤트 주제의 역발상…‘망한요리 챌린지’

 

CJ제일제당이 진행한 ‘다담 망한요리 챌린지’ 관련 이미지. 사진 = CJ제일제당

CJ제일제당은 온라인에 즐길 수 있는 요리 챌린지 이벤트를 마련했다. 주제는 ‘망한 요리’. 직접 만든 망한 요리를 공유하고 자랑하는 장이다. 개인 SNS 계정이나 블로그에 요리 과정이나 완성 음식 사진, 에피소드 등을 필수 해시태그와 함께 올리고, ‘만개의 레시피’ 이벤트 페이지에 게시글 주소(URL)를 댓글로 달아 참여할 수 있는 형태로 8월 16일까지 모집했다.

수상자로 선정된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9월 14일부터 후속 이벤트 ‘다시 태어났다담’을 진행한다. 경품으로 받은 간편요리양념 ‘다담’을 활용해 다시 요리에 도전하는 행사로, 다담으로 요리 생활이 얼마나 달라졌는지에 중점을 두고 선발해 다양한 경품을 제공한다.

일반적으로 성공한 예쁘고 먹음직스런 요리 정보를 공유하는 경우는 많지만 실패작을 공유한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이 의외성이 재미 요소로 작용해 MZ세대의 관심을 끌었다. CJ제일제당 측은 “최근 집에서 요리하는 소비자가 늘어나는 추세에 맞춰 새로운 경험과 재미를 제공하자는 취지에서 이번 챌린지를 기획했다. 특히 SNS 활동 및 온라인 콘텐츠를 소비하는 데 익숙한 MZ세대의 관심을 많이 받을 것으로 기대했다”며 “요리와 관련된 색다른 이벤트인 만큼 재미를 추구하는 소비자인 펀슈머(Fun+Consumer)에게도 좋은 반응이 기대된다”고 밝혔다.

CU, MZ세대 겨냥 채널 ‘씨유튜브’

 

CU가 MZ세대를 겨냥해 만든 유튜브 채널 ‘씨유튜브’는 7월 말 기준으로 구독자 30만 명을 돌파했다. 사진 = BGF리테일

CU는 MZ세대를 겨냥한 공식 유튜브 채널 ‘씨유튜브’를 선보이고 있다. 씨유튜브는 단순 정보 제공용 영상에 한정되지 않고 웹드라마, 웹예능, 라이브 커머스 등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며 MZ세대가 재미를 느낄만한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다.

대표적인 인기 콘텐츠는 삼각김밥, 샌드위치 등 CU 간편식사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반복적으로 보여줘 시각적 힐링을 주는 ‘씨유타임즈’다. 단순하고 반복적인 콘텐츠에 대한 트렌드에 맞춘 씨유타임즈 삼각김밥편은 업로드 4일 만에 10만 조회수를 기록했다. 지난 3월 방영된 웹드라마 ‘단짠단짠 요정사’는 청춘들의 유쾌 발랄한 러브스토리가 MZ세대에게 공감을 얻으며 신규 구독자를 불러 모았다. CU는 7월 초 11번가와 협업해 진행한 라이브방송에서 델라페 과일맛 아이스컵 3만 개를 2시간 만에 완판하며 편의점 라이브 커머스의 가능성을 확인하기도 했다. 해당 방송은 분당 최고 채팅 수 862회를 기록했다.

이런 콘텐츠 업데이트는 올해 초 진행된 개편을 통해서 적극적으로 이뤄지기 시작했다. 씨유튜브는 채널 리뉴얼 이후 반년 만에 7월 말 기준으로 구독자 30만 명을 돌파했으며, 콘텐츠 누적 조회수 800만 회를 넘었다. 특히 7월 초 20만 구독자 달성 후 한 달도 채 되지 않아 30만 구독자를 돌파했는데, 개편 이전 10만 구독자에서 20만 구독자까지 약 4개월의 시간이 걸린 것을 감안하면 폭발적인 증가세다. 재미있는 콘텐츠에 대한 MZ세대의 반응이 느껴지는 부분이다.

BGF리테일 측은 “씨유튜브는 구독자의 꾸준한 사랑으로 콘텐츠당 평균 조회수 10만 회 이상을 기록하며 소통채널로 자리매김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씨유튜브는 고객의 슬기로운 편의점 생활을 돕기 위해 퀄리티 높은 콘텐츠를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업계 관계자는 “소위 펀슈머로 불리는 MZ세대는 소비에서도 재미를 추구하는 경향이 강하다. 이런 MZ세대의 경향을 파악한 유통업계는 재미있는 컬래버, 캐릭터, 이벤트 등을 기획하며 감성 겨냥에 나서고 있다. 기존 마케팅이 제품 홍보를 통해 구매를 유도하는 방식이었다면, 오로지 재미를 담은 콘텐츠를 선보이는 데 중점을 두기도 한다”며 “당장엔 수익으로 연결되지 않을지라도 재미를 통해 브랜드 치밀도를 높여 뒤에 따라오는 가치 창출을 지속적으로 높이겠다는 의도로 읽힌다. 앞으로도 이런 움직임은 특히 온라인을 중심으로 활발하게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어설픈 재미는 오히려 반감을 살 수도 있다. 지난해 EBS의 캐릭터 ‘펭수’가 인기를 끌자 기업을 비롯해 지자체 여기저기서 캐릭터를 활용한 재미있는 콘텐츠 생성에 박차를 가했지만 상당수가 아류 취급을 받거나, 관심을 받지 못하고 자취를 감추기도 했다”며 “MZ세대는 단시간에 즉각적으로 얻을 수 있는 재미를 선호하지만, 그 재미를 만드는 과정이 어설퍼서는 안 된다. 탄탄한 스토리텔링과 세계관 등을 바탕으로 한 장기적인 전략을 고민하고, 여기에 MZ세대가 어울려 이들 사이 자체적인 놀이 문화가 자연스럽게 이어질 수 있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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