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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이래도 우리는 ‘매장’에 더 이상 안 갈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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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686호 최영태 편집국장⁄ 2020.10.29 10:28:17

(문화경제 = 최영태 편집국장) 코로나19 이후 크게 느껴지는 점이 있다. 도대체가 매장이라는 데를 가기가 싫어졌다는 것이다. 원래 사람들이 많은 곳을 싫어하는 개인적 특성도 있지만 그래도 예전에는 사람들이 몰리기 전인 아침 시간이라든지, 아니면 쇼핑객들이 대개 빠져나간 폐장 전 시간대에 대형 몰 등을 찾아가 사부작사부작 돌아다니는 건 재미있어했는데, 요즘은 도대체 매장이라는 데를 내가 시간과 돈을 들여가며 찾아간다는 사실이 정말로 귀찮아졌다. 그러면서 “배달시킬 수는 없나?” 하면서 배달에 들어가는 돈의 경제적 값어치(내가 직접 사러 가는 게 더 경제적인가 아닌가)에 대한 궁리를 하게 된다.

그래서 이번 호 ‘문화경제’는 [안 오고 못 배길걸]이란 주제로 장기 시리즈의 첫 회를 내보냈다(40~45쪽). 매장에 예술 작품을 전시-판매하고 심지어 고객과 직원을 위한 심리 상담 코너까지 마련한 롯데백화점 이야기다. 이 백화점의 바스키아 전시회(72~75쪽)도 같은 취지다.

롯데백화점이 어떤 곳이었나? 서비스 산업 또는 서비스 정신이 거의 없던 한국에 일본식 세련된 서비스를 도입해 둔감했던 한국인들의 마음을 매혹시켜버린 기업이었다. 어쩌다 가본 롯데 매장에서 필자 같은 구세대들은 “햐~ 이렇게 배려하니 안 올 수가 없지”라면서 롯데의 일본식 세심한 서비스에 놀란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롯데라는 이름이 얼마나 대단했던지는 이베스트증권의 유통업 전문 애널리스트인 오린아 연구원의 지난 9월 15일자 KBS ‘최경영의 경제쇼’ 인터뷰에서도 잘 드러났다. 오 연구원은 “2012년 롯데쇼핑의 주가가 35만 원 선이었는데, 지금은 8만원 대”라고 전했다. 4분의 1 이하로 쪼그라든 주가다.

 

코로나19의 고통을 긍정의 손길로 버무려 행복 에너지로 전환시킨다는 의미를 담은 ‘예술 해독제’전의 설치 작품. 사진 = 서울문화재단

매장의 최고봉-초호화판이랄 수 있는 백화점의 몰락은, 그래도 아직 한국에서는 덜 극적이다. 미국의 경우는 최고급 백화점이랄 수 있는 니만 마커스가 파산 선고를 했었고, 콜스 백화점 같은 경우는 “아마존닷컴에서 산 온라인 물건의 반품을 우리 백화점에서 하세요”라면서 아마존닷컴 시스템에 자진해 들어가는 조치도 취했다.

니만 마커스가 어떤 곳이었던가? 명품으로 가득 차 일반인들은 거기 들어가는 것만으로도 설레었고, 한국의 명품 애호가들은 오로지 니만 마커스에 가기 위해 미국에 온다고 했을 정도였다. 콜스 백화점이 아마존닷컴의 반송처를 자처한 것은, “반품하러 왔다가 다른 물건을 구입할 수도 있으니”라는 희망을 품은 것이다. 필자에게는 인간이 연명을 위해 로봇 또는 인공지능의 하수인으로 들어가기를 자처한 것 같은 풍경으로 보일 정도다.

오린아 연구원의 말을 들어보면 현재 한국 유통가의 격전 양상은 처절하다. 코로나19 덕에 온라인 유통시장이 갑자기 더욱더 커지면서 “10년 뒤의 미래가 우리 앞에 펼쳐지고 있다”고 하지만, 온라인 유통업체들은 아직 적자를 보면서도 미래 선점을 위해 혈투를 벌이고 있고, 백화점 같은 전통의 강자들은 최고로 좋은 위치라는 장점을 살리기 위해 진지전에 나선 형태다. [안 오고 못 배길걸] 시리즈가 앞으로 보여줄 ‘매장 유통업체’들의 고객 유치 노력이 치열하게 펼쳐지는 이유다.

오린아 연구원은 이렇게 말했다. “오프라인 업체들이 그동안 파워를 많이 갖고 있었던 이유는 굉장히 좋은 자리에 점포가 있었기 때문에 업체들에게 ‘우리가 이렇게 좋은 자리를 갖고 있으니 너희는 우리에게 수수료를 내라’는 형태였다. 그런데 이제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곳이 매장이 아닌 온라인이 됐기에 기존의 강자 대형 매장들은 온라인에서는 할 수 없는 체험, 취식, 경험 등을 제공하면서 고객 유치에 나서고 있는 것”이라고.
 

껍질을 벗고 변태하는 잠자리.

부슬부슬 흩어질 수 있어야 통한다는데

10년 전만 해도 롯데 또는 신세계-이마트로 상징되는 유통 대기업들이 세상을 완전히 평정해 더 이상의 변화는 없을 것만 같았다. 그런데 이제 이들 유통 대기업들이 포털 또는 배송 전문기업에 지지 않으려 애를 쓰고 있다. 전통의 강자들이 얼마나 소비자들을 ‘매장에 안 오고는 못 배기게’ 할지, 아니면 새 강자들이 ‘정말로 매장에 갈 필요가 없게’ 만들지의 대경쟁 소용돌이다.

이래서 개인이든 기업이든 변신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새삼 떠올리게 된다. 곤충이 완전히 모양을 바꾸는 것을 ‘변태’라고 한다. 여태까지는 변태란 말을 인간에게 하면 비하어였다. 모양을 휙휙 바꾸는 인간은 믿을 수 없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온라인 광장에 본이름이 아닌 아이디를 갖고, 또는 아바타 형태로 모이는 시대에는 변태를 하지 않을 도리가 없다. 소통(疏通)이란 단어는 트일 소(疏) + 통할 통(通)이다. 성격이 소(疏)해야, 즉 부슬부슬해야, 다른 말로 하면 철갑을 두르지 않아야 통한다는 단어다. 내 성격은 부슬부슬한가, 아니면 완전딱딱인가? 변해야 죽지 않는 시대엔 성격이 부슬부슬하거나, 아니면 변태곤충처럼 때맞춰 껍질을 갈아입을 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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