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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중국 공산당이 양극화까지 해결하면, 자본주의는 어쩔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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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688호 최영태 편집국장⁄ 2020.11.27 11:18:24

(문화경제 = 최영태 편집국장) 필자는 2010~2012년 벤처 사업을 하겠다는 헛된 노력을 하면서 중국이라는 괴물의 일단을 맛보았다. 당시 거대한 중국인들을 고객으로 유치하겠다며 중국어 사이트를 만들고, 중국인 직원들을 거의 20여 명 채용하면서 겁도 없이 일을 벌였지만, 중국 현지의 인터넷 사이트들을 돌아다녀보면서 그들의 괴력을 절감했고 “이건 내가 경쟁할 대상이 아니구나”라는 공포감에 휩싸인 적이 있다,

이런 식이다. 한국어 사이트는 대상 인구의 최대치가 5천만 명이기에, 사이트 ‘기획’만 잘하면 중국인도 고객으로 끌어당길 수 있을 것 같은 생각(착각)도 든다. 그러나 비슷한 콘셉트로 중국인이 중국 현지에서 참여형 사이트를 만들면, 거기에는 억 단위 이상이 참여해 콘텐츠를 담을 수 있기에 데이터의 양이 정말로 끝 간 데 없이 이어지기도 한다. 틀은 비슷하되 참여자의 숫자가 5천만과 14억이라는 엄청난 차이가 있기 때문에, 쌓여가는 데이터의 양도 기하급수적으로 벌어지게 마련이라는 얘기다.

중국어 웹에서 느껴본 공포

그래서 한국 웹보다 중국 웹은 훨씬 더 구조적으로나 데이터 양으로 보나 복잡하고 거대하다. 특히 중국인 이용자들이 쳐넣는 데이터 양은 기가 질릴 정도로, 끝이 없다.

중국 출신의 안유화 교수(성균관대 중국대학원)가 하는 말을 한 번 들어보자. “한국에선 유튜브 동영상이 100만 찍으면 대단하다고 하잖아요? 중국에선 이 정도로는 명함도 못 내밀어요. 기본이 1억 찍잖아요”(11월 19일 ‘최경영의 경제쇼’에서). 똑같은 인터넷 동영상이라도 한국인은 100만을 찍는 목표로 덤벼드는 반면, 중국인은 기본 1억을 찍으러 덤벼든다는 차이가 발생한다. 그리고 한국에서 100만 뷰를 찍으면 나름 국내 스타가 되지만, 중국에서 1억을 찍으면 바로 글로벌 스타가 되기 쉽다.

 

1자가 4개 있는 11월 11일을 ‘쌍십일절(雙十一節)’ 등으로 기념하면서 대규모 온라인 세일 행사를 개최하는 중국의 관련 포스터 중 하나. 

지구상 위를 걸어다니는 인류 네 명 중 한 명은 중국어를 말한다고 할 정도로 중화권 인구가 엄청나기 때문에, 개인이라면 바로 세계적 스타로, 그리고 기업이라면 바로 세계적 기업으로 떠오를 수 있는 구조를 갖고 있다는 것이다.

안 교수는 같은 방송에서 이런 말도 했다. “빅데이터 얘기를 많이 하지만, 실제로 빅데이터를 경험하고 그걸 운용할 능력을 갖춘 곳은 전세계에서 딱 두 곳, 미국의 나스닥 증권시장과 중국의 알리바바라는 얘기도 있다. 나스닥 시장은 전세계에서 몰려드는 주식 관련 주문을 실시간 처리해야 하고, 알리바바가 매년 11월 11일 개최하는 광군제(온라인 할인 행사)에는 중국 14억 인구가 순식간에 달려들기 때문이다”라는 요지의 말이었다.

 

‘어디서든 비즈니스를 하기 쉽게’를 모토로 내건 중국 알리바바그룹의 홈페이지 이미지. ‘어디서든(anywhere)’이라면서 국제성을 강조한 부분이 눈에 띈다. 

그런 광군제에 한국 기업들도 참여해 재미를 봤다는 기사(32~33쪽)를 이번 호 문화경제는 다루었다.

4차산업시대의 과제에 대한 최배근 건국대 교수의 얘기를 들어보자.

새로운 사회적 수요(시장)를 만들어낼 수 있는 수단은 AI와 5G 등 기술과 더불어 ‘데이터’다. 이러한 수단을 활용해 새로운 업무를 만들어내는 일은 새로운 ‘레시피’를 찾는 능력에 비유할 수 있다. 풍부한 데이터에 접근할 수 있다고 해서 사회가 요구하는 새로운 업무를 만들어내지 못하는, 이를테면 같은 음식 재료를 갖는다고 똑같은 음식을 만들지 못하는 이치와 같기 때문이다. (최배근 저 ‘이것이 경제다’ 313~314쪽)

4차산업시대의 키워드가 AI(인공지능), 5G, 빅데이터라고 한다면, AI 특허에 관한 한 중국이 세계 1등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일반인을 상대로 하는 5G 서비스는 한국이 세계 최초로 시작했지만 5G 통신장비 시장에서는 중국 화웨이가 1등이고 그래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화웨이에 대한 국제 제재를 시작했다. 빅데이터에 대해서는 위에서 안 교수가 말했듯 빅데이터를 확보하려면 ‘빅 이용자(인구)’가 있어야 하기 때문에 영어권, 중국어권이 절대적으로 유리하다.

사정이 이러한데도, 일부 아니 대다수 한국인들은 “미국이면 충분해. 한미동맹만 굳건히 유지하면 우린 살 수 있고, 공산 중국(중공)은 기필코 몰아내야 한다”는 신념을 공유하고 있는 듯하다. 암담한 현실이다.

출근 길에 광화문 미국 대사관 앞을 지나자면 “China Out’을 써붙이고 태극기과 성조기를 내건 극우파들에 매일 아침 쉬지도 않고 유튜브 생중계를 하고 있다. 중국을 몰아내고 미국과 친하면 된다는 이들의 수준으로 AI, 5G, 빅데이터 시대를 과연 뚫고 나갈 수 있을지, 신음소리가 절로 나온다.
 

중소벤처기업부 박영선 장관이 20일 오후 서울 성동구 S팩토리에서 열린 인공지능 챔피언십 시상식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인공지능 분야에서 가장 많은 특허를 보유한 나라는 중국이다. 사진 = 중소벤처기업부

미국 큰형님 꽁무니에만 잘 매달리면 우린 잘 살까

김남국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최근 칼럼 ‘미국은 쇠퇴하고 있는가?’(11월 19일자 머니투데이)에서 이렇게 썼다.

중국이 경제의 총량에서 미국을 추월할 뿐 아니라 자유주의 세계가 직면한 불평등의 확산과 계층 이동의 단절이라는 사회 문제까지 해결한다면 이는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주장하는 진영을 총체적으로 흔드는 심각한 도전이 될 것이다.

코로나19 이전에도 양극화가 심했지만 포스트코로나 시대의 경제 양상은 K자 형(부자는 더욱 부자가 되고, 빈자는 영원한 나락으로 떨어지는)이라고 하고, 선진 자본주의 경제의 양극화는 거의 항상 전쟁 등의 대량학살로 해결돼온 역사를 갖고 있다. 자본주의 시스템 아래에서는 뭔 수단을 쓰든 자본주의의 기본특성 탓에 양극화가 거침없이 진행된다면, 그런데 그 와중에서 중국 공산당이라는 강권 통치가 먹고사는 경제 문제를 해결할 뿐 아니라 인간의 영혼과 육체를 갈아먹는 양극화 문제까지 해결해버린다면, 민주주의와 자유-자율을 내세우면 중국을 깔보던 서구 자본주의-민주주의의 존립 근거가 과연 남아 있겠냐는 것이 김 교수의 질문이다.

사태가 이런데도 우리는 그저 “차이나만 아웃”시키면 영원히 잘 살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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