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98호 옥송이⁄ 2021.04.17 08:43:40
어쩌면 싼 가격을 찾아 발품 팔 수고가 줄어들지도 모르겠다. 유통업계가 가격경쟁에 돌입했기 때문이다. 코로나 발(發) 소비구조 변화에 따라, 새로운 유통 주도권을 잡기 위해 출혈 경쟁까지 마다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그런데 소비자 입장에선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 정말 쌀까? 환심만 사려는 건 아닐까? 이번 시리즈를 통해 저가 전략을 내세운 업체들의 가격경쟁력을 검증해본다. 2편은 GS프레시몰을 통해 ‘채소 초저가’에 도전한 GS리테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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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소가 이토록 비싼 적 있던가
명품 사야만 플렉스(flex. 과시) 하는 시대는 갔다. 이젠 파다. 파 한 움큼 썰어 음식 하는 것도 플렉스가 된다. 치솟는 채솟값 때문에 나온 우스갯소리다. 오죽하면 직접 파를 키워 먹는 ‘파테크(파+재테크)’가 유행처럼 번졌을까.
지난 2일 통계청이 발표한 3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파 가격은 전년 대비 306% 급증했다. 차라리 파만 이 지경이라면 살림꾼들의 걱정이 덜하겠지만 밥상물가 전체가 요동친다. 3월 전체 소비자물가지수는 1년 전보다 1.5% 증가했는데, 이 상승세는 ‘먹거리’가 주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농축수산물은 전년보다 13.7% 급등했고, 특히 신선식품이 16.5% 증가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채소를 저렴하게 구매하는 것이 소비자들에게 중요한 ‘식’문제가 됐다. 실제로 소비자들은 특정 채소의 가격이 치솟자 검색을 통해 비교한 뒤 상품을 구매한 것으로 나타났다.
GS리테일, 검색데이터 기반 채소 전용관 개설 … 시세대비 저렴하다
GS리테일은 올해 1분기 매출 발생 영역 중 ‘검색을 통한 구매 비중’이 25.2%에서 30.2%로 증가했으며, 이 가운데 상위 20개 중 절반 이상이 대파, 양파 등 채소였다고 밝혔다. GS리테일이 자사 GS프레시몰에 ‘채소전문관’을 개설한 배경이다. GS리테일의 포부는 프레시몰을 ‘채소 초저가 몰’로 만들겠다는 것. 채소 가(價), 정말 저렴할까?
채소는 특정 업체들이 생산하는 가공식품류가 아닌 ‘농산물’이기에, 정확한 비교를 위해 농수산물 시세를 기준점으로 삼았다. 매주 수요일 업데이트 되는 사단법인 한국물가협회의 주간 생활물가 시세표(최근 일자 14일)의 서울지역을 바탕으로 가격을 가늠했다. 16일 오후 12시 기준 40여 가지의 채소가 GS프레시몰 전용관에 이름을 올렸는데, 이 중 생활물가 시세표와 중복되는 품목 7개만 가격을 비해볼 수 있었다.
먼저, 흙대파 한 단(700g가량)의 시세는 5980원이었으나, 프레시몰에서는 4980원으로 판매돼 프레시몰이 1000원 저렴했다. 양파 1kg의 시세는 2770원, 프레시몰 2580원으로 190원 더 쌌다. 콩나물은 300g 기준으로 시세가 2285원이었으나, 프레시몰에서 990원으로 판매해 1395원 저렴했다.
깐 마늘 450g의 경우 시세 6255원에 비해 275원 싼 5980원에 판매되고 있었으나, 이날의 ‘100원딜’로 선정돼 첫 구매 고객이라면 6155원 싼 100원에 구매할 수 있는 품목이었다. 시금치는 시세와 가격이 동일했다. 구황작물도 비교해봤다. 고구마 1.2kg의 시세는 8376원, 프레시몰은 7800원으로 576원 저렴했다. 감자는 1.2kg 기준으로 시세 7044원, 프레시몰은 4980원으로 2064원 쌌다.
초저가의 비결? 리테일 특유의 공급망·다양한 거래선
비교 결과, GS프레시몰의 채소가격은 전반적으로 저렴했다. 시세와 비교해본 7개 품목 중 6개가 더 저렴했고, 나머지 한 품목은 가격이 같았다.
사실을 확인하고 나니 문득 궁금해졌다. 전용관에서 판매되는 채소들은 무엇을 기준으로 선정되는 걸까. 이 회사 관계자는 “매일 50여 종의 채소를 업데이트하는데, 입점 채소 선정을 위해 농산물데이터나 시장가격 등 많은 지표를 참조해 종합한다”며 “세세한 기준을 다 밝히긴 어렵지만, 한 마디로 가격변동, 가격 민감도가 가장 큰 채소들을 선별한다. 또 가격경쟁력을 위해 하루 두 번 가격 정책을 조율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어떻게 시세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판매할 수 있을까. 관계자는 ‘규모’에 답이 있다고 설명했다. 리테일 관계자는 “GS리테일은 프레시몰 외에 달리살다, 슈퍼, 편의점 등 다양한 유통 채널을 운영하고 있다. 온·오프라인에서 물류를 모두 제공하는 만큼, 단일 업종을 운영하는 회사보다 거래선이 다양해 사전 협의한 물량을 미리 확보할 수 있다는 점이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이어 “작은 단위부터 큰 단위 점포까지 신선식품을 공급할 수 있는 물류 체계도 강점인데, 특히 모든 신선식품 전달 과정에서 ‘콜드체인’ 기술이 사용된다”고 밝혔다. 콜드체인은 상품을 저온 또는 냉동으로 보관해 최종전달하는 시스템을 뜻한다.
관계자는 “GS리테일은 전국 60여 개의 물류센터를 갖고 있다. 협력사에서 센터에 물건을 들여올 때부터 콜드체인이 적용돼 바로 냉장·냉동 보관 창고에 보관됐다가, 이후 콜드체인 차량에 실려 점포로 운송된다”며 “이 외에도 배송 중 발생할 수 있는 상품 훼손 최소화를 위해 무른 채소들은 배송 전용 케이스를 제작해 신선도를 유지한다”고 설명했다.
한편, GS프레시몰은 소비자들이 신선식품을 최저가로 검색해 온라인으로 구매하는 트렌드가 점차 늘어날 것으로 판단해 향후 정육, 과일 등의 카테고리로 품목을 확대할 예정이다.
김주환 GS리테일 IH운영실장은 “GS프레시몰이 소비자 물가 민감도 1위로 꼽힌 신선 채소류를 365일 고품질, 초저가로 운영하며 밥상물가 안정화에 기여하고자 한다”며 “온라인 몰의 한계로 여겨져 왔던 신선식품의 선도 유지를 최고의 강점으로 키워내 향후 GS홈쇼핑과의 합병 시너지에도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