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99호 이될순⁄ 2021.04.28 18:00:37
증시에 자금이 대거 몰리면서 브로커리지(위탁매매) 수익이 증권사들의 주요 수입원이 됐다. 올 1분기 코스피‧코스닥 하루평균 거래대금은 33조 3000억 원을 넘나들 정도다. 고객 기반이 단단할수록 브로커리지 수익 확보는 두터워진다. 이번 시리즈는 증권사별 고객 유치 기반과 전략, 브로커리지 수익은 어떻게 다른지, 그리고 어떤 증권사가 브로커리지 수입을 많이 올리는지 등을 소개한다. 네 번째는 NH투자증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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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순이익 사상 최대 … “MTS 통해 개인 고객 확대”
NH투자증권은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경신했다. 2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 시스템에 따르면 NH투자증권의 지난해 연결기준 당기순이익은 5769억 원으로 21.1% 늘었다. 이는 기존 최고 순이익 기록인 지난 2019년 4764억 원을 웃돈 수치다.
영업수익은 12조 7679억 원으로 전년(11조 5035억 원) 대비 11%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7873억 원으로 전년(5754억 원) 대비 36.8% 늘었다.
전 사업부가 고른 이익 증가세를 보인 가운데, 개인 투자자들의 확대로 수탁수수료 수익이 크게 늘었다. 지난해 수탁수수료는 6880억 원으로 전년(3035억 원) 대비 126.7% 증가했다.
교보증권 김지영 연구원은 “나무(NAMUH: NH투자증권의 MTS)를 통해 개인 고객이 확대됐으며 해외 주식 자산이 늘면서 해외주식 위탁매매 수수료도 늘었다”고 말했다.
인터넷 은행과 제휴 통해 접근성 개선 … 사용자 경험 특화
NH투자증권이 개인 고객을 확보할 수 있었던 것은 케이뱅크, 카카오뱅크와 같은 인터넷 은행과 제휴를 통해서다. 작년 나무에서 계좌를 개설한 이용자 150만 명 중 47%인 72만 명이 카카오뱅크를 통해 들어왔다. 또 나무를 통해 계좌를 개설한 전체 신규 이용자의 66%가 20대였다.
NH투자증권의 MTS인 나무는 사용자 경험(UX, User Experience)에 특화돼 있다는 평을 받는다. 카카오뱅크를 통해 계좌를 개설하면 공인인증서와 OTP 없이 신분증만으로 증권계좌를 개설하고 주식을 거래할 수 있다. 이용자의 편의성을 높인 셈이다.
또 초보 투자자도 쉽게 사용할 수 있는 직관적인 UX를 구축했다. 친근한 용어와 화면 구성을 바탕으로 콘텐츠를 알기 쉽게 제공하는 ‘콘텐츠포유’를 신설했다. 증권사가 발간하는 투자 정보 리포트가 대개는 초보 투자자에게 이해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출발했다. 콘텐츠포유는 MTS에 만화, 동영상 등으로 만들어진 투자 관련 콘텐츠를 한데 모아 제공하는 게시판 형태다.
매일 오후 6시 ~ 오전 6시엔 고객이 해외 주식을 거래할 때 보다 편리하게 거래할 수 있도록 나이트홈 모드로 자동 변경되도록 했다. 나이트홈에서는 S&P500, 나스닥 종합 지수를 실시간으로 볼 수 있다. 투자자들이 가장 많이 조회하고 있는 국가별 종목 실시간 순위는 물론, 다양한 종목 순위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오전 9시부터 오후 4시까지만 이용하던 증권사 앱의 한정됐던 사용 시간대를 밤까지 확장시켜준 것이다.
NH투자증권 관계자는 “주식 활황에 모바일 투자자가 급증하고 투자자들의 눈높이가 높아지면서 증권사들이 디지털 부문에 집중하고 있다”며 “저희는 고객 편의에 방점을 찍고 이를 통해 고객 기반을 두텁게 확보해 나가려는 전략이다”라고 말했다.
기업금융(IB) ‘명가’ NH투자증권
NH투자증권은 IPO(기업공개)를 통해서도 반사 이익을 얻고 있다. 특히 굵직한 기업의 공모주 청약을 대표주관한 NH투자증권은 많은 투자자들의 관심을 받았다. 이에 따라 신규 계좌가 늘어나 장기적인 투자자 확보가 가능해졌다.
공모주 청약은 최소 청약증거금 이상을 납입한 모든 청약자에 대해 동등한 배정 기회를 부여한다. 일정한 증거금만 내면 누구나 배정받을 수 있어 공모주를 받으려 복수 계좌를 만들거나 가족 계좌를 만드는 추세다.
이처럼 NH투자증권은 기업금융(IB) 부문에서 국내 딜을 중심으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인수 및 주선수수료는 1287억 원으로 전년(1117억 원) 대비 15.7%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인수 및 주선수수료는 유가증권의 공모주선 및 인수의 대가로 증권회사 등 인수단이 유가증권의 발행 회사로부터 받는 수수료를 뜻한다.
NH투자증권은 오랜 기간 IPO 실무 역량 면에서 업계 최고 증권사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덕분에 시가총액이 조 단위로 예상되는 빅딜이 NH투자증권에게 쏠렸다. 작년 공모 금액 기준 최대 IPO였던 빅히트엔터테인먼트와 SK바이오팜을 모두 대표주관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