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10호 강동원⁄ 2021.10.19 14:45:23
국내 사모펀드 운용사(PEF) 한앤컴퍼니(이하 한앤코)가 법원에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의 이사회 의결권 행사를 금지해달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남양유업 매각을 둘러싼 홍 회장과 한앤코의 갈등이 격화된다.
19일 IB(투자은행) 업계에 따르면 한앤코는 최근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오는 29일 열리는 남양유업 임시주주총회에서 홍 회장이 의결권을 행사하지 못하는 의결권 행사금지 가처분 소송을 제기했다. 해당 소송은 주식 효력 관련 분쟁 발생 시, 소송 대상이 주주총회에서 주식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도록 해달라고 요청하는 절차다.
법원이 해당 요청을 받아들이면 홍 회장은 이번 임시주총에서 주식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게 된다. 이를 두고 IB 업계에서는 한앤코가 지난 5월 체결한 남양유업 주식매매계약(SPA)에 따른 인수자 지위를 강화하기 위한 움직임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남양유업은 이번 임시주총에서 사내이사 3명과 사외이사 1명을 선임할 예정이다. 신규 사내이사로는 ▲정재연 남양유업 세종공장장 ▲이창원 남양유업 나주공장장 ▲김승언 건강한사람들 대표가 이름을 올렸으며 사외이사에는 이종민 광운학원 이사가 올랐다.
이들은 남양유업 내부 출신으로, 임시주총이 원안대로 진행될 경우 신임 이사들은 3년 동안 업무를 수행하게 된다. 남양유업 매입을 추진하는 한앤코 입장에서는 3년 임기의 이사가 선임된다는 것은 달갑지만은 않은 상황이다.
이에 IB 업계 관계자는 “매각을 추진하는 기업이 등기이사를 추가로 선임하기 위해 임시 주총을 소집하고 이들의 임기를 3년으로 지정한 것은 매각 진정성에 의문이 드는 부분”이라며 “내부 출신 인사 선임으로 보여주기식의 이사회 개편과 함께 의도적인 매각 시간 끌기에 나선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실제로 홍 회장은 지난 5월 한앤코와 3107억 원 규모의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했지만 7월 최종 계약 체결을 위한 임시주총에 돌연 불참하며 남양유업 매각을 연기한 바 있다. 이어 홍 회장은 지난 9월 한앤코에 SPA 해지를 통보하고 310억 원 규모의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다.
한앤코 역시 지난 8월 서울중앙지방법원에 홍 회장의 전자등록주식처분 금지 가처분을 신청한 데 이어 이번 의결권 행사금지 가처분 소송을 제기하며 홍 회장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특히, 홍 회장은 한앤코가 제기한 전자등록주식처분 금지 가처분이 용인되며 본인 소유 주식을 마음대로 처분할 수 없는 상황이다.
남양유업 주주들의 피해도 커지고 있다. 지난 5월 홍 회장의 남양유업 매각 발표 직후 남양유업의 주가는 상승세를 거듭하며 지난 7월 1일 81만 3000원으로 52주 신고가를 기록했다. 그러나 매각 철회 직후 이날 하락세로 전환, 19일 오후 1시 기준 42만 원에 거래되며 고점 대비 48%가량 하락했다.
이에 주주들은 “오너라는 문제점이 확연한데 이를 해결하지 않는 이상 남양유업의 미래는 없다”, “매각을 하건 회장이 물러나건 오너리스크를 해소해야 한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