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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의 놀이터 오면 도둑" 아파트 주민회장이 외부 어린이 경찰에신고…네티즌 갑론을박

외부 초등생 5명 신고에 부모들, 협박·감금 혐의로 고소…네티즌 “간단한 문제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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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윤지원⁄ 2021.11.09 17:56:38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함. 서울시가 최근 새단장해 개방한 은평구 '새록어린이공원 놀이터'. (사진 = 서울시)

인천 영종도의 한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장이 단지 내 놀이터에서 놀던 외부 어린이들을 경찰에 신고한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9일 연합뉴스 등 다수 매체 보도와 각종 인터넷 커뮤니티 게시판에는 지난 4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아이들이 아파트 놀이터에서 놀다가 아파트 회장에게 잡혀갔어요'라는 제목의 청원 글이 언급됐다.

청원 글을 쓴 사람은 "아이가 집에 오지 않아 걱정하고 있는데 경찰에서 연락이 왔다"며 "급히 가보니 우리 애를 포함해 초등학생 5명을 아파트 관리실에 잡아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고 전했다.

이어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장이 주민이 아닌 어린이들만 골라 경찰에 놀이터 기물파손으로 신고한 것"이라며 "CCTV를 봐도 그런 정황은 없었지만 다른 지역 어린이는 우리 아파트에서 놀 수 없다는 게 그분의 논리였다"고 덧붙였다.

당시 놀이터에서 놀던 아이가 직접 적은 글에는 "쥐탈 놀이를 하고 있는데 갑자기 할아버지가 어디 사냐며 물어보고 나는 'XX 산다'고 했더니 'XX 사는데 남의 놀이터에 오면 도둑인 거 몰라?'라고 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놀이터에서 놀던 아이 부모가 올린 청원글. (사진 =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캡처)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실제로 인천시 중구 영종도의 한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장 A씨는 지난달 12일 오후 "아이들이 놀이터 기물을 파손했다"며 112에 신고했다. 하지만 경찰 관계자에 따르면 아이들이 기물을 파손한 정황은 확인되지 않았다. 이에 아이들의 부모는 협박 및 감금 혐의로 A씨를 고소한 상태다.

논란이 불거지자 A씨는 "우리 아파트는 대부분 유치원생이나 갓난아기가 많은데 평소 인근 아파트에 사는 아이들이 자주 놀이터에 놀러 오면서 화단을 짓밟거나 소음을 일으키는 일이 잦아 주민들이 불편을 겪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날도 아이들이 미끄럼틀 통 위에 올라가 위험하게 놀고 있길래 주의를 주다가 훈계 차원에서 경찰을 부르게 된 것"이라며 "아이들의 휴대전화를 뺏거나 관리실에 강제로 가둔 적은 없다"고 해명했다.

해당 청원에 관한 보도 및 인터넷 게시글에는 A씨와 경찰을 향한 성토가 쏟아졌다.

네티즌들은 “놀러 가도 도둑이 되는 세상”, “본인 소유 아닌 곳엔 단 한 순간도 존재하지 않으시길”, “‘경기도 것들 서울 들어오지 말라’는 소리 듣고 싶은가보다” 등의 댓글을 달며 A씨의 행동을 비판했다.

또한, “아이들을 내보내는 것까진 이해 가지만 저건 유괴, 감금 아닌가?”, “오히려 아이들 납치 사건”, “무고에 아동 감금”, “아이들에겐 트라우마로 남을 듯”, “경찰도 답답하다”, “경찰은 유괴범을 버젓이 눈앞에 놔둔 거”라며 어린이를 상대로 과도한 대응을 한 것을 문제 삼기도 했다.

일부 네티즌은 “나 어릴 땐 단지 구별 없이 함께 이곳저곳 어울려 다니며 놀았다”며 세상이 각박하게 변한 것을 탓하는 한편 “지금은 학교에서 방과 후 아이들을 셔틀버스에 태울 때도 단지별로 줄을 세운다”며 아파트 단지 문화를 근본적인 원인으로 지적하는 댓글들도 있다.

한 네티즌은 “1980년대에도 애들 다 동네(골목)에서 나가 놀 때도 우리 동네 영역에 다른 동네 애들이 오는 것에 매우 민감했다”라고 말했고, 다른 한 네티즌도 “30년 전 나 코찔찔이였을 때도 다른 아파트 놀이터 가서 놀면 ‘어디서 왔냐’고 태클 걸던 어르신들도 좀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애들이 뭐 그런 걸 아나? 선 긋는 것, 다 어른들이 가르치는 것”이라며 각박해진 사회를 탄식하는 반응도 이어졌다.

 

아이가 적은 글. (사진 = 연합뉴스, 네이버 인터넷 카페 캡처)

 

한편, A씨의 대응이 과했더라도 단지 놀이터의 관리 주체 및 비용, 책임 등을 고려하면 외부 아이들의 출입을 개방 또는 제한하는 문제가 단순하지 않다는 지적도 나왔다.

한 네티즌은 “처음에는 동네 아파트(놀이터)들이 다 개방이었는데, 놀이터에서 사고가 나서 1500만 원 정도를 소송까지 해서 물어준 경우가 발생했다. 문제는 그 학생이 아파트 거주자가 아닌데, 밤늦게 노는 걸 경비아저씨가 보냈는데도 다시 와서 밤 10시쯤에 사고가 났다”라며 이후 동네 아파트가 모두 시설 개방을 하지 않게 됐다는 사례를 공개했다.

또 다른 한 네티즌은 일부 고급 아파트 및 대단지아파트를 보고 떠오르는 생각이라며 “이렇게 무분별하게 그들만의 성을 쌓게 하고, 다양성 없는 소득 층위별 생활 지역 분리가 옳은지, 어차피 사라진 전통적 의미의 마을(공동체)를 살리는 방향으로 도시설계를 고민해야 할지, 그냥 다들 분리됨을 인정하고 따로따로 살아야 하는 건지 여러 생각이 든다”고 말했는데, 이 사건에 함의된 다양한 층위의 논점들이 함축된 것으로 보인다.

관련태그
아파트놀이터  놀이터  청와대  국민청원  도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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