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14호 유재기⁄ 2021.12.09 17:53:02
불법촬영물 유통 방지를 위한 정부의 강력한 조치가 시작됐다. 10일부터 카카오톡 오픈 채팅방, 대형 인터넷 커뮤니티 게시판에 개인이 업로드하는 동영상은 사전에 불법 촬영 여부를 검열받게 된다.
수많은 이를 혼란에 빠트린 ‘N번방 방지법’의 후속 조치로 동의 없이 촬영한 음란물 유통을 막기 위한 일환이다. 놀라운 건 N번방의 주무대였던 ‘텔레그램’은 법 적용 대상에 빠져 벌써부터 수많은 네티즌이 혼란을 겪고 있다.
카카오톡, ‘일반채팅과 1:1오픈 채팅방은 적용 대상 아니다’
지난 5월 ‘N번방 방지법’이라 불리는 전기통신사업법 및 정보통신망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련 법률 개정안이 국회 상임위를 통과했다.
국민의 개인적인 대화와 콘텐츠를 감시한다는 불안감에 네티즌은 물론 네이버, 카카오 등 국내 메신저 기업의 반발이 거셌다. 그러나 지난 3일, 카카오는 12월 10일부터 ‘카카오톡 오픈 채팅 그룹채팅방’에 불법촬영물 식별 및 전송 제한 조치를 적용한다는 입장을 밝히자 수많은 우려가 쏟아지고 있다.
카카오가 밝힌 입장문을 살피면 두 명 이상의 사용자가 참가 중인 그룹 채팅방에서 오가는 동영상 및 GIF파일(압축파일)은 불법 촬영물 여부 확인 뒤 전송이 허용된다. 중요한 건 다양한 범죄의 온상으로 꼽히는 ‘텔레그램’이 규제 대상에서 제외되며 형평성에 대한 우려가 높아질 전망이다.
지난 8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방송통신위원회는 불법촬영물 표준 필터링 기술 및 데이터베이스를 민간 사업자에게 제공했다. 이 기술은 영상물의 특징값을 딥러닝 기반으로 추출, 불법촬영물 데이터베이스와 대조해 걸러내는 방식이다.
오픈 채팅방에서 발생할 지 모르는 범죄를 방지하는 효과에 대한 기대는 크지만 텔레그램을 통한 불법 영상물 공유는 건재하다는 모순이 양립되는 상황이다.
커뮤니티 역시 예외는 아냐…디시인사이드, 뽐뿌, 네이버 등 모두 규제
수십만 명의 네티즌이 활동하는 대형 커뮤니티도 규제 대상에 해당한다. 새롭게 적용된 법에 따르면 ‘연 매출 10억 원 이상 또는 일 평균 이용자 10만 명 이상 인터넷 사업자에 해당 조치 의무가 부여된다.
구글·페이스북·트위터 등 8개 해외 인터넷 사업자와 국내 포털, SNS, 인터넷 개인 방송 등 87개 사업자가 여기에 포함된다’고 명시됐다. 규제 대상이 알려지자 대형 커뮤니티의 누리꾼들이 갑론을박을 이어가고 있다. 몇몇 네티즌은 “저러면 더 음지로 들어가지 않을까? 외국기업한테는 찍소리도 내지못하면서”,“텔레그램은 제외”, “전체주의 무섭다” 등 우려의 목소리를 쏟아내고 있다.
주사위는 던져졌다. 더 나은 사회로 가는 발판으로 향하는 취지의 첫 단추가 어떻게 끼워지느냐에 대한 판단이 모호해지는 ‘N번방 방지법’의 파급력. N번방이 쏘아 올린 공에 대해 앞으로 대중이 느낄 피로도는 쉽사리 식기 어려운 뜨거운 감자로 떠오를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