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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특집: 헬시플레저③] 고혈압·당뇨·암 '미리 관리' 의료분야 얼리케어 바람…젊은 환자 급증 주목

고혈압·당뇨·암환자 20대가 가장 많이 증가… 디지털스마트기술 활용 얼리케어 서비스 다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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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716호 윤지원⁄ 2022.01.19 15:59:45

중장년층에서나 고민하던 다양한 질병을 20~30대 나이에 미리 예방하고, 관리하려는 ‘얼리케어’(early-care), ‘프리케어’(pre-care)의 개념이 급격히 확산되고 있다. (사진 = Karolina Grabowska, Pexels)

코로나19 팬더믹이 가져온 건강과 질병에 대한 ‘공포’가 좀처럼 세상을 놓아주질 않는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트렌드 코리아 2022(미래의창)’는 올해의 10대 소비트렌드 키워드 중 하나로 '헬시플레저(Healthy Pleasure)'를 선정했다. ‘재미있고 실천 가능한 건강관리’라는 의미의 새 트렌드는 코로나19 시대의 역설일까. 헬시플레저의 확산은 우리의 생활, 기업, 의료계를 어떻게 변화시키고 있을까.

친구들과의 대화 주제가 바뀌는 것을 통해 나이 드는 것을 느낀다. 인기 가수 팬끼리 편을 나눠 서로 욕을 해댄 시절이 있었다. 내 연애 고민이 무엇보다 중요했던 시절도 있었고, 김광석의 ‘서른 즈음에’를 목놓아 부르던 시절을 지나니 다들 육아 얘기와 재테크 정보로 눈을 반짝였더랬다. 이윽고 부동산 얘기로 여야 편을 나눠 서로 욕을 해대나 싶더니 이제는 혈압과 혈당 수치, 무슨 약을 얼마나 먹고 있는지가 제일 중요한 화제다.

요즘은 젊은 사람들에게도 건강이 중요한 화두다. 건강 관리의 패러다임이 ‘치료’에서 ‘예방’으로 바뀌는 양상이 뚜렷해졌다. 중장년층에서나 고민하던 다양한 질병을 20~30대 나이에 미리 예방하고, 관리하려는 ‘얼리케어’(early-care), ‘프리케어’(pre-care)의 개념이 급격히 확산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단순히 2030 세대의 가치관 변화 때문만은 아니다. 얼리케어 및 프리케어는 헬시플레저, 즉 건강하고 기쁘게 살자는 목표에 더해, 2030 세대의 ‘생존’ 문제와도 관련이 깊다. 그동안 중장년 세대에서 노화와 함께 나타나는 것으로만 여겨졌던 여러 질병이 최근들어 젊은 2030세대에서도 급격히 늘고 있기 때문이다.
 

의료진이 환자의 혈압을 측정하고 있다. (사진 = 미국질병통제예방센터, CDC, unsplash)

 

20대 나이라도 고혈압·당뇨 안심 못 해

가장 대표적인 것이 고혈압과 당뇨병이다. 의료계 여러 통계에 따르면 2030세대 사이에서 고혈압 환자와 당뇨병 환자가 증가세가 날이 갈수록 뚜렷해지고 있다.

먼저 우리나라에서 최근 5년간 고혈압 진료환자 증가율이 가장 높은 연령대는 다름 아닌 20대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하 심평원)에 따르면 20대 고혈압 진료환자는 지난 2015년 2만 3731명에서 2020년 6월 기준 3만 8413명으로 무려 61.9%나 증가했다. 30대도 15만 8013명에서 20만 6636명으로 30.8%나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당뇨병도 마찬가지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당뇨병으로 진료를 받은 환자는 2015년 253만 명에서 2019년 322만 명으로 27.7% 증가했다. 특히 20대는 매년 평균 11%씩의 증가율을 보이며 같은 기간 51.4%나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대한당뇨병학회의 연구에 따르면 2015년부터 2018년까지 20대 당뇨 환자 증가율은 34.5%, 30대는 22.5%로, 40~50대가 10%대였던 것에 비해 두 배 이상 높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고혈압은 진단받기 전에는 환자 절반이 알지 못하기에 많은 환자가 치료받지 못한 상태로 있는 질환이며, 그래서 ‘침묵의 살인자’라고 불린다. 하지만 기본적인 헬스케어 수준에서도 발견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적은 비용으로 효과적으로 관리하며 지속적인 치료 효과를 볼 수 있는 질환이기도 하다.

또 현재 우리나라 젊은 세대의 당뇨병 진단 급증은 그 주된 원인이 유전 및 노화가 아니라 급증하는 비만율과 과식, 폭식, 자극적인 맛 선호 등의 그릇된 식문화인 것으로 지목되고 있다. 따라서 의료계에서는 젊은 세대의 고혈압 및 당뇨병은 식생활의 개선과 생활습관과 같은 꾸준한 관리를 통해 충분히 예방할 수 있다고 조언한다.

한편, 고혈압 및 당뇨 인구의 증가 양상에 드러난 변화에 따른 보건 정책의 재편 필요성도 제기되고 있다. 우리나라 보건당국이 고령층뿐만 아니라 모든 연령대의 국민이 이와 같은 만성질환에 대한 예방적 진료를 이용할 수 있도록 새로운 의료시스템을 구축해야 할 필요성도 제기되고 있다.
 

2015~2020년 6월 고혈압 연령별 진료환자 현황. (단위: 명). (사진 = 건강보험심사평가원)
MRI 검사를 진행하는 모습. (사진 = Pexels)

 

암 발병률도 20대에서 급증

암 또한 젊음을 피해가지 않는다.

2014년~2018년까지 5년간 우리나라의 5대 암(위, 유방, 대장 간, 자궁경부) 진료환자 현황을 분석한 심평원 자료에 따르면 20대 암 환자는 2014년 3621명에서 2018년 2만 1741명으로 44.5% 증가하며 같은 기간 연령대별 증가에서 가장 높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의료계는 젊은 암 환자 수가 늘어나는 현상이 이례적이라며 긴장하고 있다. 암은 정상세포에서 유전자와 유전자가 상호작용하면서 돌연변이를 일으켜 발병하는 것으로, 그 과정에 일정한 시간의 경과가 반드시 수반되기 때문이다.

국가가 수행하는 암 검진 사업 역시 암의 이러한 특성을 전제하고 기준을 정했다. 위암과 유방암(여성만) 검사는 만 40세 이상, 간암도 만 40세 이상 중 간암발생고위험군, 대장암은 만 50세 이상을 대상으로 무료 검진(건강보험가입자 하위 50% 대상, 상위 50%는 검진 비용의 10% 정도 부담)을 시행하고 있다. 자궁경부암만 만 20세 이상 여성을 대상으로 한다.

그런데 20대의 암 발병률이 지금처럼 지속적으로 급증한다면 이러한 기준과 시스템의 수정도 서둘러야 하는 상황으로 보인다.

한편, 암은 가족력 등의 유전적 요인이 중요하게 작용하지만, 아울러 잘못된 식습관, 환경호르몬, 흡연 및 음주, 운동 부족, 비만 등이 암의 주요 위험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이에 대해 국가암정보센터는 ‘국민 암 예방 수칙’으로 다음 10가지를 권하고 있다.

①금연, 남이 피우는 담배 연기도 피하기 ②채소, 과일을 충분히 섭취, 다채로운 식단으로 균형 잡힌 식사 ③짠 음식 피하기, 탄 음식 먹지 않기 ④암 예방을 위하여 하루 한 두 잔의 소량 음주도 피하기 ⑤주 5회 이상, 하루 30분 이상 땀이 날 정도로 걷거나 운동하기 ⑥자신의 체격에 맞는 건강 체중 유지하기 ⑦예방접종 지침에 따라 B형 간염과 자궁경부암 예방접종 받기 ⑧성 매개 감염병에 걸리지 않도록 안전한 성생활 하기 ⑨발암성 물질에 노출되지 않도록 작업장에서 안전 보건 수칙 지키기 ⑩암 조기 검진 지침에 따라 검진을 빠짐없이 받기 등이다.
 

2030세대에서 고혈압, 당뇨병, 암 진단 환자가 급격히 증가하는 추세의 원인 중 하나로 비만이 지목되고 있다. 사진은 기사 본문과 무관함. (사진 = Andres Ayrton, Pexels)

 

다양한 얼리케어·프리케어 시도

얼리케어·프리케어의 필요성 및 수요가 커지면서 의료계 안팎에서 이에 맞춘 다양한 시도들이 이어지고 있다.

먼저 손목에 착용하는 웨어러블 스마트기기를 통해 수집되는 다양한 건강 데이터(활동량·칼로리 소모량·심박동 수·스트레스 지수·수면 관련 데이터 등)와 연동하는 다양한 스마트폰 헬스케어 앱이 등장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갤럭시 워치는 식약처로부터 의료기기 허가를 받았으며, 미국에서는 당뇨 관리 서비스 앱, 심전도 측정 앱 등을 통해 환자를 관리하고 의료보험 적용도 받을 수 있다.

이와 같은 데이터를 실제 의료서비스에 폭넓게 적용하려는 시도도 있다. 원광대학교병원은 아이티아이즈와 업무협약을 통해 ‘마이 헬스웨이’ 사업을 추진한다. 마이 헬스웨이 사업은 각 병원에 흩어진 의료 데이터를 개인이 손쉽게 수집하여 활용할 수 있는 서비스로, 원광대병원은 호남지역 1, 2차 의료기관들과 연계해 마이 헬스웨이 시스템 구축 및 데이터 정제 등에 나서고 있다.

마이 헬스웨이 사업은 병원의 의료 기록 외에도 웨어러블 기기와 각종 헬스케어 기기를 통해 수집한 각종 데이터를 표준화하여 자가 건강 관리의 기틀을 마련할 수 있는 서비스로 발전될 전망이다. 향후 개인은 자신의 의료 데이터를 직접 보관, 관리함으로써 병원 진료를 받을 때도 본인의 건강 데이터를 활용해 더욱 수준 높은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효과적인 시스템이다.

 

원광대학교병원 전경. (사진 = 원광대학교병원)
프리케어미 '맞춤 질병 예방 구독 케어' 사용 예. (사진 = 프리케어미)

 

스타트업 ‘프리케어미’(PrecareMe)는 건강 검진 결과에서 발견되는 의심 질환, 또는 유전자 검사 결과 및 가족력으로 나에게 위험성이 높은 질병을 예방하기 위해, 해당 질병 예방에 도움이 되는 맞춤형 헬스케어 콘텐츠를 큐레이션 서비스하는 ‘맞춤 질병 예방 구독 케어’를 최근 출시했다.

프리케어미 ‘맞춤 질병 예방 구독 케어’는 현재 ▲대사질환 예방 ▲암 예방 ▲치매 예방 등 3개 카테고리로 구성됐으며 이중 나에게 위험성이 큰 질병 예방 한 가지를 선택해 구독할 수 있다.

구독자에게는 그 질병의 리스크를 상쇄하는 데 효과적인 식이요법과 운동, 수면과 스트레스 관리 등에 관한 심층 콘텐츠를 맞춤형으로 제공한다. 식이요법의 경우 콘텐츠에 근거해서 내 몸이 원하는 식재료 쇼핑 편의와 레시피, 헬시 밀키트와 건강기능식품 등을 큐레이션 서비스한다.

별도의 앱 설치가 필요 없이 카카오톡을 통해 구독할 수 있으며, 쌍방향 소통이 가능하다. 또 6명의 의사로부터 맞춤형 조언을 받을 수도 있다.

프리케어미 관계자는 “질병의 예측 및 예방이 중요하게 여겨지는 흐름에 따라 스타트업을 시작하게 됐다”며 “‘맞춤형 질병 예방 구독 케어’에 이어 2030 세대를 위해 건강한 다이어트와 건강 불균형 바로잡기에 특화된 구독 서비스를 출시 예정”이라고 밝혔다.

 

(문화경제 윤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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