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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베이징동계올림픽, 중국의 노림수는 따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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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718호 안용호⁄ 2022.02.21 08:44:06

지난 4일 시작됐던 베이징동계올림픽이 20일 막을 내렸습니다. 이번 올림픽은 우리 국민들에게 분노와 환희가 교차했던 시간으로 기억될 것입니다.

남자 1,000m 황대헌, 이준서가 이해하기 어려운 실격 판정을 받았고, 반사 이득을 본 중국이 금메달을 차지했습니다. 이러한 편파판정은 오히려 우리 대표팀을 뭉치게 하고 이어진 경기에서 초인적인 힘을 발휘하는 계기가 됐습니다. 중국은 중국 선수에게 유리한 편파판정과 홈 텃세 논란으로 전 세계의 공분을 샀습니다. 하지만 이것은 베이징동계올림픽의 단면에 불과합니다.

올림픽은 개최국에 정치적·경제적 이익을 선물합니다. 패전국가로 낙인찍혔던 일본은 1964년 도쿄올림픽을 기점으로 60~70년대 고속 성장을 통해 선진국 대열에 들어섰습니다. 중국도 지난 2008년 베이징하계올림픽 개최를 통해 현대화된 도시와 시설을 세계에 보여줌으로써 성장 잠재력을 과시했습니다.

그런데 이번 베이징동계올림픽은 중국에 정치적으로, 경제적으로 모두 큰 실익이 없어 보입니다. 미국을 포함한 주요 서방국가들은 중국 인권탄압 문제 등을 이유로 사절단을 보내지 않는 외교적 보이콧을 선언했습니다. 또한 이번 올림픽은 코로나19 재확산 탓에 개막식부터 모든 경기의 입장권을 팔지 않았습니다. 외국인의 방문을 기대할 수 없으니 경제적 이익은 아예 기대할 수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20일 중국 베이징 국립경기장에서 열린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폐회식을 마치면서 불꽃이 터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베이징동계올림픽을 개최하면서 중국은 ‘과기(科技) 올림픽’을 내세웠습니다. 성화부터 심판까지 로봇, AI, 자율주행 기술이 투입됐습니다. 흥미로운 부분은 이번 올림픽에서 중국 정부가 자국의 디지털 위안화(e-CNY)를 외국인에게 개방했다는 점입니다.

중국은 선수단과 취재진 등 외국인들도 디지털 위안화를 쓸 수 있게 허용하면서 국제사회에 디지털 위안화를 정식으로 선보였습니다. 디지털 위안화는 스마트폰 전용 앱의 소프트웨어 지갑이나 카드, 팔찌 등의 형태의 하드웨어 지갑을 이용해 쓸 수 있으며 선수촌과 경기장의 디지털 위안화 결제 시스템이 깔린 기념품 숍, 편의점, 식당 등에서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게 했습니다.

왜 중국은 올림픽을 통해 디지털 위안화 사용을 알리고 확산시키려 했던 걸까요?

먼저, 시대적 흐름에 앞서 나가는 중국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디지털 세상에는 디지털 화폐가 필요하다면, 원하든 원하지 않든 먼저 도입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지난 2월 초 KBS 1라디오 ‘홍사훈의 경제쇼’에 출연한 안유화 성균관대 대학원 교수는 중국이야말로 디지털 화폐 사용을 가장 빨리 시행할 수 있는 나라라고 말했습니다. 사회주의 국가 특성상 정부가 결정하면 쉽게 시행할 수 있다는 거죠.

중국은 지난달 디지털 위안화 스마트 지갑 앱의 시범 버전을 iOS와 안드로이드 앱 스토어에 내놨습니다. 디지털 위안화 앱을 통해 지갑 개설, 자금 관리, 송금, 거래 등의 서비스가 가능해졌습니다. 또한 2014년부터 CBDC(중앙은행 디지털 화폐) 연구와 개발을 진행해 수년간 중국 내 여러 지역에서 시범 운영을 하기도 했습니다. 중국 인민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2억6000만 명 이상이 디지털 위안화 계정을 보유했으며 누적 거래 규모는 960억 위안(18조 원)에 달합니다.

이번 베이징동계올림픽이 세계에 디지털 위안화를 알리는 홍보의 장이었을 뿐만 아니라, 세계인을 대상으로 한 또 하나의 테스트베드였다는 해석이 가능합니다.

올림픽에서 디지털 위안화 사용과 홍보는 세계 기축 통화인 미국 달러화에 불신의 표현으로도 볼 수 있습니다. 2009년 미국발 금융위기가 터지면서 미국은 엄청난 달러를 찍어냈습니다. 이때 중국은 자신이 국채로 보유하고 있던 달러 가치가 급격히 하락하는 아픈 경험을 했습니다. 중국 노동자들이 열심히 일해 달러를 벌어봐야 미국이 마음대로 달러를 찍어내면 끝이라는 인식이 생겼습니다.

이에 중국은 2009년에 위안화 국제화를 선포하고 중국 본토 이외의 지역에 위안화 허브(무역 결제를 위한 위안화 거래와 자금 조달, 신용거래, 투자 및 헤지 거래 등이 모두 가능한 중국 본토 이외의 지역)를 통해 해외에서 위안화를 자유롭게 쓸 수 있는 정책을 펼치고 있습니다. 미국 달러나 유로처럼 위안화를 글로벌 통화로 만들겠다는 전략입니다.

스마트폰 속의 디지털 위안화 전자지갑. 디지털 위안화 앱 화면을 켜면 마오쩌둥의 초상이 그려진 지폐 모양과 함께 아래 지갑 내 잔액이 표시된다. 사진=연합뉴스

디지털 위안화야말로 위안화 국제화 전략의 핵심입니다. 해외에 갈 때 10억 위안을 현금으로 들고 가는 게 편리할까요, 스마트폰에 담아 가는 게 편할까요. 그만큼 디지털 위안화는 해외에 유통하기가 쉽습니다. 중국은 이미 아랍에미리트와 같은 산유 국가들과 디지털 위안화 거래를 시도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세계 기축 통화인 달러를 발행하는 미국은 이러한 움직임을 보고만 있을까요? 이에 대해 안유화 교수는 ‘시대적 흐름에 역행하는 국가는 패망할 수밖에 없다’는 무거운 말을 던졌습니다. 전기차 사용, 세계적인 친환경 움직임에 따라 석유 사용이 감소하게 되면 석유 가격에 매칭된 달러의 패권적 지위는 자연스럽게 힘을 잃게 된다는 주장입니다.

그렇다고 앞으로 위안화가 달러를 대신할 세계의 기축통화가 될 것이라는 말은 아닙니다. 디지털 세상에서는 이 안에서 유통될 수 있는 통화 시스템이 있어야 하는데, 현재 미국 달러가 디지털 세상으로 가는 길은 아직 요원해 보입니다.

변화하는 시대에는 시스템을 빨리 장악하는 자가 미래를 선도합니다. 베이징동계올림픽을 통해 표면화된 디지털 위안화 사용은 그런 의미에서 중국의 발빠른 시도로 봐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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