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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특집: 세계관 전쟁 ④] “토니모리 제페토월드 세계관 탄생 스토리”, 정경희 DT혁신부문 상무

600개 오프라인 매장 가지고 있던 뷰티 브랜드 토니모리, 디지털 전환의 절체절명의 순간… 아바타 토니가 펼치는 ‘스트리트 컬처’, 온·오프라인 넘나들며 옴니채널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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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723호 안용호⁄ 2022.05.04 13:39:55

기업이 새로운 마케팅에 주목한다. 세계관 마케팅은 새로운 재미를 추구하는 MZ세대와의 소통을 강화해 브랜드에 대한 팬덤을 형성하는 수단으로 각광 받고 있다. 고객은 알면서도 모르는 척 가상 세계관에 빠져 즐긴다. 브랜드는 숨고 캐릭터가 주인공이 된다. 다양한 업종에서 전쟁처럼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는 세계관 마케팅의 현장을 살펴본다.

 

토니모리의 디지털 전환을 이끄는 정경희 DT혁신부문 상무. 사진=토니모리

 

디지털을 넘어 가상현실의 세계에서 브랜드들이 치열한 전쟁을 벌이고 있다. 메타버스는 이미 글로벌 트렌드로 자리 잡았고 브랜드들은 고객들과 새로운 방식으로 소통하기 위한 전략을 고민한다.

디지털 전환이 가장 급격한 뷰티 업계에 속해있는 ‘토니모리(TONYMOLY)’는 그 최전선에 서 있다. 토니모리 제페토 월드점을 론칭한 이 브랜드의 디지털 총괄책임자 정경희 DT혁신부문 상무(CDO)를 만나 가상현실에서 뷰티 브랜드가 세계관을 형성하는 과정, 메타버스 사업의 방향성, 메타버스 속 비즈니스의 현실, 옴니채널의 중요성 등을 들어봤다.

“토니모리에 처음 출근하는 날이 코로나19가 시작된 그해 2월이었는데, 첫날 마스크를 쓰기 시작했어요. 뷰티는 감성이잖아요. 그때까지만 해도 뷰티 제품을 구매할 때는 자기와 비슷한 사람들이 직접 구매하고 경험한 얘길 들은 후, 오프라인 매장에서 직접 보고 구매하는 경향이 컸습니다. 직접 쓰거나 향을 느끼지 않으면 구매 전환이 쉽지 않은 상품이었어요. 그런데 코로나19 이후 2년 동안 그 어떤 상품보다 판매량, 고객 활동이 디지털로 가장 빨리 넘어간 품목이 바로 화장품이에요.”

토니모리는 최대 600개 정도의 매장을 가지고 있었을 정도로 오프라인 고객들과의 관계를 통해 성장한 브랜드이다. 그런데 온라인 쇼핑이 가파르게 늘어나고 코로나19 여파까지 겹치면서 고객과의 관계 측면에서 ‘디지털 전환’을 해야 하는 절체절명의 순간이 찾아왔다.

오프라인 매장 중심의 브랜드에 찾아온 디지털 전환의 순간

오프라인 매장에서 만나던 고객들을 이제 디지털에서 만나게 됐다. 문제는 디지털에서 고객을 맞이할 준비가 안 됐다는 점이었다. 디지털에서 소비되는 상품은 오프라인 매장에서 판매되는 상품과 달랐다. 디지털에서 어떤 고객들이 토니모리를 좋아하는지에 대한 데이터를 읽어내는 역량도 부족했다.

“오프라인 직원은 매장에 들어오는 고객을 보고 몇 마디 대화를 건네면 ‘이 손님에게는 이런 제품을 추천하면 좋아할 것이다’라는 직관적인 감이 생깁니다. 그런데 디지털에서는 오프라인 매장의 감을 적용할 수 없죠. 결국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이란 인스타그램, 유튜브, 혹은 자사몰 등 다양한 디지털 채널에서 고객과 커뮤니케이션할 때 어떤 단어를 쓰고 어떤 대화를 할 거냐, 에서부터 시작된다고 보면 됩니다. 오프라인 중심으로 오랫동안 비즈니스를 해온 브랜드들은 이런 준비가 아예 안 되어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빨리 준비해서 디지털에서 고객과 만나 대화하고 같이 놀 수 있게 만드는 것이 바로 저희 디지털 전환 전략의 핵심입니다.”

 

토니모리 제페토 월드점은 홍대 매장을 디지털 트윈으로 삼았다. 사진=토니모리 

 

지난해 7월, 토니모리는 디지털 비전 선포식을 개최했다. 토니모리 제페토 월드점 론칭은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전략의 일환이었다. 정경희 상무는 이를 위해 사내에 TF를 꾸려 가동했다. 가장 먼저 가상 세계에서 토니모리의 세계관을 기획했다.

“‘해리포터’를 보면 ‘9와 3/4 플랫폼’이라는 현실 세계와 마법 세계를 연결하는 통로가 나오잖아요. 우리 브랜드에 이런 공간은 어딜까, 생각해봤어요. 토니모리의 시그니처 매장은 요즘 젊은이들에게 가장 핫한 홍대 거리의 매장입니다. 그래서 홍대 매장을 디지털 트윈으로 삼아 메타버스와 연결하기로 했습니다. 토니모리의 브랜드 세계관이 원래 스트리트 컬처(Street Culture)이거든요.”

‘이 거리의 당당한 주인공은 바로 나’라는 브랜드 세계관은 가상현실에서도 이어졌다. 그리고 ‘토니’라는 아바타를 주인공으로 내세웠다.

18세 토니가 펼치는 당당한 스트리트 컬처

이름 토니(TONI), 나이 18세, 특징 틱톡커 또는 뷰티 인플루언서, 사는 곳 서울 마포구…. 토니는 사진 찍는 걸 좋아하고 모든 걸 기록하길 좋아하는 본투비 인플루언서이다. 호기심 많고 모험심이 강해 새로운 것이라면 직접 경험해봐야 직성이 풀리는 행동주의자이다. 예쁜 것보다는 개성 있고 나다운 것에 관심이 많고, 더 가치 있는 오늘의 행동이 모여 더 나은 내일은 만든다고 믿는 미 크러시(me-crush) 걸이다. 토니는 모리(MOLY)라는 강아지와 우정을 나누는 펫 러버이기도 하다.

‘제페토’라는 가상 세계 안에서 토니는 토니모리의 상품을 기획하는 BM이 되는 게 꿈이다. 제페토에서 프로모션을 할 때도 토니가 주최하고 스스로 팔로워를 모은다. 토니는 백팩, 의상, 모자, 그리고 애견 모리 관련 아이템을 내어 인기를 끌고 있다.

“토니모리 하면 생각나는 제품이 쇼킹립, 쇼킹카라, 쿠션류 등 자기를 적극적으로 표현하는 색조화장품입니다. 홍대 거리에 가보면 다른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춤, 노래, 패션 등을 길거리에 나와 공유하잖아요. 거리를 활보하면서 당당하게 자기를 표현하는 스트리트 컬처를 브랜드 세계관과 토니라는 아바타를 통해서 표현하고 있는 셈이죠.”

귀여운 토니펫 모리도 알고 보면 비밀이 꽤 많은 존재다. 사실 모리는 강아지가 아니라 비숑이 되고 싶은 북극곰이다.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비숑이 너무 좋아 토니모리의 클렌징폼으로 거품을 내 머리에 올려 비숑 코스프레를 하는 중이다. 아직 제페토에 출연하진 않았지만, 토니의 두 번째, 세 번째 강아지들도 있다. 이번에는 진짜 강아지들이다.

 

토니 인 루프탑. 토니는 제페토에서 프로모션을 주최하고 스스로 팔로워를 모은다. 사진=토니모리

 

“지난해 토니모리가 ‘오션’이라는 회사를 인수해 애견 건강·기능식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애견 관련 사업을 시작한 배경에는 MZ세대의 강아지 사랑이 반영되었습니다. 토니모리 타깃 고객층과 애견 사업 타깃 고객층의 연령대가 맞아떨어지거든요. 이렇게 고객층을 서로 연결해 확장하자는 전략으로 토니라는 아바타에 강아지를 연결했습니다.”

오프라인뿐만 아니라 디지털에서도 타깃 고객 설정이 매우 중요하다. 토니모리의 제페토 론칭은 재미있고 힙한 트렌드를 소비하는 1020 글로벌 유저와의 접점을 확대하기 위함이다. 18세의 토니는 10대와 어느 정도 경제력이 있는 20대 그사이의 연령이면서 동시에 새로운 커뮤니케이션과 콘텐츠를 즐기는 연령대이다.

“제페토의 핵심 메커니즘이 꾸미기, 따라 하기, 라이브인데요. 특히 라이브를 살펴보면 팔로워들과 소통하는 방식이 참 재미있어요. ‘뒤로 가주세요’,‘앞으로 와주세요’,‘모자가 예뻐요’처럼 아주 단순하고 가벼운 이야기, 시간 보내기 같은 것은 그런 대화 소재들이 많습니다. 소통하는 방식부터 다른 거죠. 그러면서도 자신만의 유니크한 것, 감성적인 부분들을 함께 엮어가는 모습이 재밌어요. 예를 들어 자신의 모습을 표현하며 눈이나 입술을 크게 하고, 실제 느낌이 나게 빨갛게 터치된 무릎이 베스트셀링 아이템이기도 하고요”

제페토와 같은 메타버스는 가상현실이라는 의미뿐만 아니라 상거래와 같은 현실 속 일상이 구현된 공간이라는 의미도 담겨 있다. 그럼 토니모리 제페토 월드점은 실제로 매출을 일으키고 있을까?

“현재 직접적인 매출 채널은 아닙니다. 지금은 실험 단계이고 가상공간을 방문한 고객도 신기해하긴 하면서도 실제 재화를 구매하려고 하진 않는 것 같아요. 메타버스가 커머스로 연결되지 않으면 의미가 없지만, 지금은 잠재고객과 소통하는 채널로 자리매김하고 있습니다.”

정 상무는 메타버스에서 실제 상품 판매와 연결하려면 플랫폼상에서 고객이 거쳐야 하는 단계가 아주 단순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최소한 두 단계 안에서 끝나야지 그렇지 않으면 구매 전환율이 의미 없는 숫자가 되기 십상이고 그 방식도 제페토와 같은 메타버스에서는 지금의 쇼핑몰과는 다른 모습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정 상무는, 아직 제페토 안에서 브랜드 커머스 공간으로 연결되는 툴이 덜 개발되어 있지만 브랜드의 부캐를 가지고 제페토답게 꾸준히 고객들과 소통하면서 만들어 나가면 결국 브랜드의 이미지가 가상 공간에서 확장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디지털 전환 측면에서 옴니채널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정경희 상무. 사진=토니모리

 

옴니채널, 온·오프라인 어디든 동일한 브랜드 경험과 로열티가 중요

제페토와 이후 메타버스에서 토니모리의 또 한 가지 중요한 비전은 가상과 현실을 넘나들며 마케팅과 세일즈 활동의 진정한 옴니채널(omnichannel)화를 실현하는 것이다. 옴니채널은 소비자가 오프라인, 온라인, 모바일 등의 여러 경로로 상품을 검색하고 구매할 수 있도록 제공하는 서비스 또는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유기적으로 융합한 유통 구조로 정의된다.

“지난해 카드 구매 데이터를 분석해보면 온라인 51, 오프라인 49로 온라인 매출이 오프라인을 처음으로 초과했습니다. 고객은 오프라인과 온라인 양쪽에서 모두 구매하는데 오프라인에서만 고객과 소통한다면 결국 반쪽 데이터밖에 없는 꼴이 됩니다. 브랜드는 고객이 오프라인 매장에서 제품을 샀건, 네이버 쇼핑에서 또는 자사몰에서 샀건 간에 고객을 알아보고 인정해야 합니다. 즉 어느 채널에 가서 토니모리 제품을 구매한다고 해도 그 고객의 충성도를 우리가 알고 있어야 고객과 소통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옴니채널이 중요하죠.”

 

정 상무는 이렇게 온·오프채널을 양쪽으로 이용하는 고객이 실질적으로 로열티가 높고 구매 금액뿐만 아니라 객단가도 30% 이상 높다고 전했다. 또한 충성도가 높기 때문에 한번 구매하고 끝나지 않고 재구매를 통해 지속해서 관계를 이어갈 수 있다. 정 상무는 마케팅 관점에서 보면 신규 고객을 유치하는 비용이 기존 고객을 업셀링 하는 비용보다 10배 이상 더 든다고 말했다.

“화장품은 쿠팡에서도, 11번가에서도 살 수 있어요. 네이버 쇼핑에서 사면 더 싼 경우도 있어요. 그런데 왜 고객이 오프라인 매장이나 자사몰에서 사야 하는가, 여기에 대한 답을 고객에게 드려야 합니다. 직관적으로 자사몰이 몇백 원, 몇천 원 더 비싸더라도 ‘다른 혜택까지 고려해 계산해보니 좀 더 낫네’, ‘배송받아보니 토니모리 서비스가 더 좋네’라는 인식을 만들어줘야 합니다. 사실 쿠팡이나 네이버 같은 다른 채널에서 구입한 고객은 우리 고객이 아니고, 한번 구매했던 고객을 거기서는 두 번 세 번 우리가 다시 컨택할 수 없거든요. 우리 채널에서 맺었던 고객들과의 관계를 최대한 확장해 그 고객에게 브랜드 경험을 주는 게 바로 옴니채널이고, 디지털 전환 측면에서도 매우 중요합니다.”

메타버스의 브랜드 콘텐츠 주인공은 기업 아닌 개인 

토니모리의 디지털 전환을 이끄는 정경희 상무는 토니모리에 합류하기 전 SK플래닛, SK텔레콤, 11번가 등에서 주로 IT서비스를 담당했다. SK플래닛에서는 T맵, 모바일 마케팅 플랫폼 시럽(Syrup), 오케이캐시백 등 IT 기반 서비스 기획 운영에 참여했고, 바로 직전 회사인 11번가에서는 데이터 기반으로 고객 행동을 분석하는 데이터 혁신 TF를 맡기도 했다.

“이전 경험이 큰 도움이 됩니다. 토니모리에서는 실제 상품의 브랜드 유통을 기반한 마케팅과 세일즈를 새롭게 경험하면서 IT 서비스를 융합하게 되었는데요. 업의 본질이 완전히 다르고 호흡도 다릅니다. 디지털 기반의 사업은 호흡이 빨라 쉽게 바꾸고 대응하는데 토니모리와 같은 유통 브랜드는 실제 상품을 다루기 때문에 최소 한 달 단위로 전략이 돌아가고, 준비하는 것까지 합하면 두세 달, 상품 하나가 나오기까지는 3~6개월이 걸리는 경우도 있어요. 업의 본질로 보면 완전히 다르다고 볼 수 있지만, 이제는 상품 유통도 디지털 기반의 서비스로 접근해야 한다고 봅니다.”

 

정경희 상무는 토니모리에 합류하기 전 SK플래닛, SK텔레콤, 11번가 등에서 주로 IT서비스를 담당했다. 사진=토니모리

 

토니모리에서 디지털 전환이라는 중대한 과제를 수행하고 있는 정 상무는 제페토와 같은 메타버스가 아직 실험적인 단계이지만 여기서 브랜드는 고객과 소통하는 기회를 계속 만들어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메타버스의 발전 방향은 결국 커머스와의 연결입니다. 그런데 커머스와 연결될 때 기존에는 기업이나 사업자가 중심이 됐다면 가상 세계에서는 콘텐츠 크리에이터, 개인이 중심이 될 거로 생각해요. 바로 그 부분에서 브랜드가 소통하거나 해야 할 일을 찾는 게 저희의 역할 아닐까요.”

 

(문화경제 안용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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