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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과 정부까지 나선 게임업계 ‘확률형 아이템’, “뽑기로 돈 버나?”

다수 게임의 비즈니스모델(BM), 확률형 아이템 획득 기댓값 투명하게 공개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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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734호 이윤수⁄ 2022.10.24 17:54:19

10월 5일 개최된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가 흥미로운 자료 하나를 내놨다. 이 자료는 게임업계의 ‘확률형 아이템’ 정보공개 법제화를 담고 있다.

문체부의 정의에 따르면 ‘확률형 아이템은 게임이용자가 직간접적으로 유상으로 구매하는 게임아이템 중 구체적 종류, 효과 및 성능 등이 우연적 요소에 의해 결정되는 것’을 말한다. 일종의 게임 내 ‘뽑기’라고 할 수 있다. 문체부는 이 확률형 아이템의 낮은 확률과 과도한 결제 유도 등으로 인해 업계 자율규제가 신뢰를 상실했다고 봤다.

법제화를 통해 문체부는 먼저 확률형 아이템의 법적 정의를 신설하고 게임물, 홈페이지, 광고 등 표시지점과 종류, 종류별 확률정보 등 게임에 확률형 아이템 관련 정보 표시의무 규정을 추진하고 위반 시에는 제재를 가할 방침이다.

사실 확률형 아이템에 대한 게임사의 의무와 책임, 공정성에 대한 논의는 정치권에서 먼저 제기됐다.

지난 10월 5일, 더불어민주당 이상헌 의원이 문화체육위원회 국정감사에 참석하며 문화체육관광분야의 전반적인 사안에 대해 지적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 8월 더불어민주당 이상헌 국회의원은 확률형 아이템의 종류·종류별 공급 확률정보를 표시하도록 의무화하는 내용 등을 담은 게임산업법 전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이 의원은 다수의 국내 게임사들이 수익 모델로 삼고 있는 확률형 아이템의 획득 기댓값에 주목했다.

현재 획득 기댓값은 게임사에 맡겨 자율적으로 공개하도록 하고 있지만, 확률형 아이템의 확률을 임의로 조작하는 사례들이 발생해 이용자들의 불신이 커지고 있다는 주장이다. 즉 확률형 아이템 획득 기댓값을 투명하게 공개해 게임 이용자들의 알 권리를 보장하라는 것이다.

문제는 이 확률형 아이템이 많은 게임의 비즈니스모델(BM)이라는 데 있다.

게임 콘텐츠는 무료와 유료 콘텐츠로 나뉜다. 무료 콘텐츠는 게임 내에서 무료로 획득할 수 있는 아이템 등의 콘텐츠를 말한다. 유료 콘텐츠는 이용자가 유료 구매를 통해 획득할 수 있는 아이템 등의 콘텐츠다. 이용자가 현금으로 직접 구매하거나 현금 지불을 통해 획득하는 재화를 통해 교환 또는 구입한다.

유료 콘텐츠에 속하는 확률형 아이템은 게임 내에서 우연에 의해 결정되며 캡슐형, 강화형, 합성형 등으로 나뉜다. 흥미로운 것은 이는 구매 시점에는 결과를 확인할 수 없으며 사용 시점에야 종류, 효과, 성능 등을 알 수 있다는 점이다.
 
많은 모바일 게임에는 확률형 아이템, 즉 뽑기를 통해 얻을 수 있는 희귀아이템이 존재한다. 특히 이용자가 갖고 있지 않은 캐릭터나 상품을 유료형 콘텐츠로 판매한다. 결국 게임 이용자들은 이를 얻기 위해 큰 비용을 지불하며 ‘뽑기’를 하는 셈이다.

현재 한국게임산업협회(이하 협회)는 강화된 확률형 아이템 자율규제를 시행하고 있다. 지난해 12월부터 시행된 개정 강령에 따르면 기존 ‘캐릭터 뽑기’, ‘장비 뽑기’와 같은 캡슐형 콘텐츠의 결과물 개별 확률을 공개하는 것뿐만 아니라, ‘장비 강화’, ‘캐릭터 강화’ 등 ‘강화형 콘텐츠’와 ‘장비 합성’, ’팻 합성‘ 등 합성형 콘텐츠에도 성공 확률 등을 공개하도록 했다.

또한 2021년 5월 개정된 자율규제 시행령에 따르면 적용 대상은 유료 확률형 콘텐츠를 제공하는 모든 게임물(유료 요소와 무료 요소가 결합한 경우에도 공개)이다. 확률형 아이템 운영 시 허위 또는 오인할 수 있는 표시, 꽝, 유료 캐시를 포함하는 행위, 필수아이템을 포함하는 행위도 금지다.

초등학생 즐기는 게임, 자율 규제 미준수 누적 무려 8회

협회는 매월 1일부터 말일까지 온라인과 모바일 상위 100위권 게임을 대상으로 확률형 아이템 확률 공개 여부를 모니터링하며 그 결과를 한국게임산업협회와 게임이용자 보호센터 홈페이지에 게시하고 있다.

표=한국게임산업협회 자율규제 미준수 게임 리스트(2022년 9월 자료)

지난 9월 기준, 자율규제 미준수 게임물로 15개 게임이 리스트에 올랐다. 미준수 게임 리스트에서 라스트 포트리스: 언더그라운드 게임은 공표 1회로 첫 등장 했지만, 에이펙스 레젠드, 도타2, 퍼즐오브 Z, 라이즈 오브 킹덤즈 AGE OF Z, 라스트 쉘터: 서바이벌, 브롤스타즈, 요신:구미호뎐은 누적공표횟수가 벌써 8번째다. 특히 초등학생들이 즐기는 브롤스타즈 게임의 누적공표횟수가 8번이라는 사실이 놀랍다.

관련해 황성기 자율규제평가위원회 위원장은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간한 2021 대한민국 게임백서에, 확률형 아이템 자율규제 강화 시행 인지도는 54.7%, 만족도는 74.9%에 달했다”며 “앞으로 이용자의 만족도가 더 높아질 수 있도록 자율규제의 강점을 살리겠다. 또한 실질적인 이용자 보호를 위해 새로운 BM에 대한 기준 마련 등도 계획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과연 그럴까? 지난여름, 게임업계는 일반 이용자들로부터 수모에 가까운 일을 당했다. 엔씨소프트의 ‘리니지2M’ 게임과 카카오게임즈가 서비스 중인 '우마무스메 프리티 더비’ 게임이 사건의 주인공이다.

지난 9월 19일, 경기 성남시 엔씨소프트 사옥 앞에 리니지m 이용자들이 보낸 시위 트럭이 서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 9월 30일 리니지2M 이용자들은 게임사인 엔씨소프트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다. 게임사 측의 특정 유튜버 프로모션(광고료 지급)으로 피해를 봤다는 것이다. 소송을 낸 리니지2M 일반 이용자들은 엔씨소프트가 특정 유튜버에게 방송 송출을 대가로 광고료를 지급한 것이 신의성실의 원칙 위반이며, 게임 세계에 개입하지 않고 중립성을 지킬 주의 의무를 어겼다고 주장했다. 또한 리니지2M 게임 일반 이용자들은 엔씨소프트의 행위로 재산적, 정신적 손해를 입었다고 덧붙였다.

이번 손해배상 소송을 주도한 유튜버 '추노TV' A 씨는 앞서 지난 8월, 경기 성남시 엔씨소프트 본사 앞에서 프로모션 문제에 항의하는 '트럭 시위'를 진행한 바 있다.

리니지2M 게임 일반 이용자들의 소송 사례에서 보듯, 일반 게임 이용자가 프로모션 계정과 경쟁하는 것은, 프로모션 계정인지 알 수 없는 상태에서 일반 유저를 대상으로 게임사가 의도적으로 과금을 유도하는 것으로 볼 수 있어 공정하지 않다는 의견이 많다. 관련해 더불어민주당 이상헌 의원도 ‘프로모션 계정 표시’ 공개를 제안하며 게임사들이 먼저 나서 조치할 것을 제안한 바 있다.

카카오게임즈의 '우마무스메 프리티 더비' 국내 이용자들이 게임사 측의 운영 방침에 반발했다. 항의 문구 현수막을 붙인 마차가 8월 29일 오전 카카오게임즈 본사가 위치한 경기도 성남시 판교역 인근 도로를 달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편 일본 게임 개발사인 사이게임즈 '우마무스메 프리티 더비' 게임을 서비스하고 있는 카카오게임즈는 지난 9월 국내 이용자들에게 단체 환불 소송을 당했다.

지난 9월 23일, 부실 운영 논란이 빚어진 모바일 게임 '우마무스메 프리티 더비' 이용자들을 대표해 카카오게임즈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낸 이용자 대표 김성수 씨(오른쪽 두번째)와 소송을 대리하는 신재연 변호사(가운데)가 서울중앙지법 민원실 앞에서 고소장을 들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우마무스메 국내 이용자 201명은 일본 서버와 쥬얼(게임 내 아이템을 살 수 있는 재화)의 양이 다른 점, 사투리 번역과 오타 발생, 특히 픽업 이벤트 변경으로 인한 피해 보상 등을 요구하며 게임에 쓴 금액을 환불해 달라는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다.

영국은 도박으로 분류, 자율 규제 안 된다면 법으로

협회가 강화된 확률형 아이템 자율규제를 시행하고 있는 가운데 불거진 일반 게임 이용자들의 소송 제기는 확률형 아이템에 관한 공정성 문제와 피해가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관련해 이경혁 게임평론가는 본지와의 인터뷰를 통해 "현재 모바일 게임에 등장하고 있는 시스템은 중국 게임 시스템과 일본 게임 시스템의 합성으로 나온 결과물이다"라고 말했다.

중국 ‘VIP 시스템’은 돈을 지불하고 게임 플레이하며 비용에 따라 혜택이 달라진다. 일본 ‘갓챠 시스템’은 예전 동네 초등학교 문방구 앞 뽑기 상자를 떠올리면 된다. 돈을 넣고 확률에 따라 다양한 아이템이 나오는 시스템이다.

 

이 평론가는 "국내 게임사들이 이런 해외 시스템을 받아들여 자체 개발을 통해 유료 비지니스 모델을 만들었고 이용자들 사이 갈등과 게임사와의 갈등 등 문제가 발생했다"고 언급했다. 이어 "예전 게임 이용자들은 자신들의 몸에 숙련도를 쌓고 게임 플레이를 했다. 이는 게임 이용 시간이 높을수록 고스란히 게임 이용자들의 경험치로 쌓였고 많은 아이템을 얻을 수 있었다. 하지만 현재 국내 게임사들은 게임이용자의 숙련도를 자신의 서버에 저장했고 이들의 숙련도를 이제 유료 아이템을 통해 단축시킬 수 있게 됐다"고 분석했다.

이 평론가에 따르면, 영국은 확률형 아이템의 도박적 성격에 대한 조사를 진행해 확률형 아이템을 도박으로 분류하고 있다. 벨기에 역시 게임 내에서 확률형 아이템을 판매하는 것 자체를 금지했다. 특히 중국도 2017년부터 확률형 아이템의 확률 정보를 공개하고 있다.

법은 지켜야 할 최소한의 수단이다. 게임사는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이다. 게임 이용자는 공정하고 투명한 서비스를 받을 권리가 있다. 자율경쟁 시장에서 자유가 없어진다면 문제다. 하지만 게임사와 이용자 간에 신뢰와 불신이 생기고 불만이 커진다면 이용자들은 소비자로서 권리를 행사할 수밖에 없다.

게임 이용자, 정치권, 정부까지 나서 확률형 아이템의 문제를 지적하고 있다. 이제 게임업계가 나설 차례다. ‘강화된 자율 규제’가 먹히지 않는다면 이제 법 규제의 차례이다.

 

관련해 이경혁 게임평론가는 "법제화를 하면 국내 게임사는 장사를 못하게 되고, 해외 게임들만 장사를 할 수 있다. 또한 모바일게임 규제를 하게 되면 국내 온라인 게임에 대한 형평성 논란이 일어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문화경제 이윤수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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