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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셜: 민지(MZ) 전담팀 ③] 고민 많은 MZ 공무원, 집중 케어하라! 서울 관악구청 특급 작전

구청장은 '아저씨', 선배는 다정한 '멘토'... 서울 관악구의 새내기 공감토크와 멘토링 사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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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734호 김응구⁄ 2022.10.22 11:59:56

셀카봉을 든 박준희 관악구청장이 ‘새내기 공감토크 MZ세대에게 듣는다’ 프로그램을 마치고 새내기 직원들과 셀카를 찍고 있다. 사진=관악구청

MZ세대 공무원은 자신의 공직생활에 만족할까? 수직 문화에 잘 적응할까? 어마어마한 경쟁률을 뚫고 입사했으니 자부심이 대단할까?

꼭 그렇지만은 않은 것 같다. 최근 들어 20~30대 공무원의 퇴직이 가파르게 늘고 있다. 수치가 증명해준다. 얼마 전 국민의힘 김웅·조은희 의원실이 행정안전부 등에서 받은 ‘국가직 공무원 퇴직 현황’을 보면 그렇다.

해마다 자발적으로 퇴직한 20~30대 공무원은 2017년 1559명에서 2021년 2454명으로 늘었다. 4년 새 57%가 증가했다. 같은 기간 40대는 1090명에서 1523명으로 40% 늘었고, 50대 역시 6869명에서 9153명으로 33% 늘었다. 40~50대와 비교하면 MZ세대 공무원의 퇴직자 수는 꽤 높은 수치다.

국가직 공무원의 예이긴 하지만 지방직 공무원이라고 크게 다를 것 같진 않다. 공무원 특유의 조직문화, 경직된 분위기, 권위적인 지시, 이해하기 힘든 관행 등 공감하지 못할 이유가 수두룩하다. 젊디젊은 MZ세대는 이 같은 문화가 익숙지 않다. 견디기 힘들다. 바뀔 것 같지 않으니 내가 바뀌어야 하는데, 그게 불가능해 공무원 신분증을 스스로 반납한다.

서울시 자치구를 사례로 들여다보자. 자치구마다 조금씩 다를 순 있지만, 1990년대만 해도 나이 50이면 대개 간부급이었다. 새내기 직원은 간부의 얼굴을 마주할 일이 별로 없었다. 지금은 어떤가. 사회가 고령화되면서 다양한 연령대가 한 공간에서 근무한다. 팀장급(6급)과 과장급(5급)이 50대인 곳이 적지 않다. 자연스럽게 마주 보며 일하는 경우가 잦다.

MZ세대는 좀 더 유연한 조직이길 바란다. 잘못된 관행이 있다면 과감히 바꿔주길 원한다. 납득이 되면 나부터 바꿀 줄도 안다. 개인의 개성과 자유를 존중받고 싶어 하는 것만이 MZ세대의 전부는 아니다. 누구도 말하기 불편했던 얘기를 테이블에 올려놓고 이를 공론화해 개선하는 것에 큰 거부감이 없다. 그들의 특징이자 장점이다.

공무원 조직에 MZ세대를 우선시해야 한다는 얘기가 아니다. 모두가 걷거나 뛸 때 그들도 같은 선에 서 있게 해야 한다는 얘기다. 훌륭한 조직(자치구)을 만들기 위해선 MZ세대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전체 직원 중 절반 이상이기 때문이다. 역으로 이들을 훌륭히 키워내야 건강하고 올바른 조직이 만들어진다. 그러려면 MZ세대를 잘 이해하고 좀 더 가까워져야 한다. 기존 세대가 먼저 손을 내밀어야 한다.

공무원 조직은 여전히 업무적·세대적·문화적 간격이 벌어져 있다. 그 갈등의 깊은 골을 메우는 데는 적잖은 시간이 필요하다. 머리를 맞대고 또 맞대야 한다. 수학 공식처럼 딱 떨어지는 답을 얻을 순 없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곳저곳 두리번거리다 썩 괜찮은 예를 찾았다.

서울 관악구가 좋은 모델일 수 있다. 기존 세대와 MZ세대의 공존을 위해 마련해놓은 정답이 있다면 아마도 90점 이상은 받을 것 같다. 구청장이 나서서 직접 챙기니 그 효과는 배가된다.

먼저, 관악구의 ‘조직문화혁신 기본계획’을 살펴보자. 그 목적이 ‘직장 내 모든 세대가 공감하는 조직문화 개선방안을 마련해 변화와 소통에 동참하는 유연한 조직원으로 변모시키고, 아울러 건강하고 따뜻한 직장문화를 만들어가고자 함’이다.

건조한 문장이지만 쉽게 풀면, MZ세대가 잘 적응하도록 여러 장치를 마련했으니 이를 십분 활용해 건강한 조직문화를 만들어보자는 말이다. 4대 분야 20개 중점과제를 마련했지만, 그중 딱 두 가지 과제만 소개한다. 가장 대표적이면서도 조직문화혁신 사업의 성격이 아주 잘 드러나 있기 때문이다.

박준희 관악구청장(흰색 와이셔츠)이 민선 8기 취임 100일을 맞아 ‘새내기 공감토크 MZ세대에게 듣는다’ 참가자들과 이를 기념하고 있다. 사진=관악구청

구청장 가깝게 느끼는 만큼 소속감 더 커진다

관악구는 지난해부터 ‘새내기 공감토크, MZ세대에게 듣는다’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새내기 직원들이 구청장과 한자리에서 터놓고 얘기하는 시간이다. 지난해 처음 시작했다. 한 해 상·하반기 두 차례에 걸쳐 시행한다. 지금까지 서른두 차례 진행됐다. 한 회당 참가 직원은 10명 이내다.

이 자리에 구청장을 끌어들인 건 그 이유가 분명하다. 이야기를 전달하는 리더가 아닌 들어주고 실천하는 리더의 모습을 보여주겠다는 것이다. 그로 인해 새내기 직원들이 심리적인 안정을 찾고, 더 나아가 조직에 대한 애착심까지 갖게 하겠다는 의도다.

생각해보니 일개 공무원이 구청장과 대화할 일이 며칠이나 있을까 싶다. 보통 임용되고 나면 집합교육 후 커다란 식당에서 함께 식사하며 구청장과 처음 대면한다. 그나마도 구청장과 한 테이블에 앉은 직원 정도만 말 한마디 주고받을 뿐, 나머지는 얼굴조차 크게 보기 힘들다. 이후 업무에 본격 투입되면 구청장의 얼굴은 청사(廳舍)에서 스치듯 보는 게 전부다.

공감토크는 그런 구청장과 직접 마주하며 속마음까지 터놓는 시간이다. 새내기 직원들보다 박준희 구청장이 오히려 더 열성이다. 대략 한두 차례 진행하고 발길을 끊을 수도 있지만, 급작스러운 업무가 생기면 이 프로그램 시간을 미뤄서라도 꼭 참석한다.

이 자리는 약 45분간 진행된다. 처음 순서는 ‘준희아저씨, 이 친구는 말이죠’다. 보통 7~8명의 새내기 직원이 참석하는데, 구청장에게 한 명이 다른 한 명을 소개하는 형식이다. 이를 위해 프로그램 시작 전 새내기 직원들끼리 한 시간가량을 함께한다. 그러면서 서로를 알아가고 공통점도 찾는다.

구청장에게 소개할 땐 업무와 관련한 이야기는 가급적 삼간다. 이 친구는 “치즈케이크를 좋아한다”, “넷플릭스 보는 걸 즐긴다”, “외국어를 잘한다” 이런 식으로 소개한다. 공무원증도 메지 않는다. 대신 가슴에 반짝이 이름표를 붙인다. 이름표도 성은 빼고 이름만 쓴다. 이 자리만큼은 동등한 위치라는 걸 강조하기 위해서다.

그다음은 ‘준희아저씨께 아무거나 물어봐’로 이어진다. 구청장보다 개인에 초점을 맞춰 묻고 싶은 모든 걸 물어보는 시간이다. 딱딱하지 않고 부드럽다, 차갑지 않고 따뜻하다, 어렵지 않고 편하다는 걸 보여주는 자리인데, 그 같은 분위기를 만들고자 테이블도 원탁으로 마련했다.

‘준희아저씨, 있잖아요’는 평소 말 못 할 고민을 구청장에게 직접 말하는 시간이다. 꽤 진지한 얘기가 오간다. 직접 말하기 부담스러운 직원은 익명으로 메모지에 적어 내도록 한다. 일회성으로 지시에 따라 전달받은 고민거리가 아니라 직원이 직접 입으로 말하는 고민이어서 그 문제점은 더 크게 다가오고 우선 해결과제가 된다.

이 고민거리들은 담당 부서로 전해져 해결점을 찾도록 한다. 듣기만 하고 끝내는 게 아니라 실제 행동으로 옮긴다. 대면 민원업무를 맡은 한 직원이 심리적 스트레스를 호소하자, 그간 코로나19로 잠시 중단했던 ‘힐링캠프, 1박2일 숲속 테라피’를 서둘러 진행했다. “내 고민이 정말 해결되네?” 놀라지 않을 수 없다. 당연히 만족도는 높아지고 소속감은 절정에 이른다.

어느 조직이든 일개 직원은 먼 데서 만족감을 찾지 않는다. 포상도 좋지만 내 고민 한 가지가 해결되면 자존감이 높아지고 소속감은 더욱 두터워진다.

박준희 관악구청장은 “조직의 성장과 안정은 신뢰 구축이 기본으로, 직원들 간 신뢰와 존중이 바탕이 돼야 조직혁신을 추구할 수 있다”며, “상호 소통과 배려를 통해 직원들이 신뢰하는, 건강하고 즐거운 직장문화를 만들기 위해 꾸준히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공감토크는 한 회가 마감되면 프로그램 만족도 조사를 한다. 다행히 결과가 좋다. ‘매우 만족’ 78%, ‘만족’ 16%다. 94%가 좋은 점수를 줬다.

관악구 새내기 직원들이 멘토링 프로그램에서 팀별로 팀미션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관악구청

또래가 또래를 멘토한다, 그래서 더욱 진심이다

“공직생활은 첫 적응이 가장 중요하다고 들었는데, 이런 멘토링 활동이 있어 첫 단추를 잘 꿰었다고 생각합니다.”

“여전히 잘 모르는 신입 같아서 누군가의 멘토가 된다는 게 조금 부담스러웠지만, 서로 나누는 고민이 비슷해 공감대를 형성하기가 더 쉽지 않았나 생각됩니다. 이번 멘토링으로 긴 공직생활에 함께 걸을 수 있는 좋은 인연을 만나게 돼 행복합니다.”

‘어서와, 이런 멘토링은 처음이지?’는 글에서도 알 수 있듯이 멘티(mentee)와 멘토(mentor)를 연결해주는 프로그램이다. 앞의 멘트는 올 상반기에 참가한 멘티와 멘토의 참여 소감이다. 둘의 말에서 기대 이상의 만족감이 보인다. 흔히 보는 프로그램일 텐데, 뭔가 특별한 게 있는 걸까?

관악구는 멘토를 선배 직원 중 1~2년 차로 특정 지었다. ‘또래’의 장점을 극대화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는 프로그램 시작 전 MZ세대 직원 대상의 설문조사에서 힌트를 얻었다. ‘멘토링이 필요한가?’, ‘한다면 본인은 참여할 것인가?’ 이 질문에 ‘멘토링을 하고 싶다’, ‘멘토는 또래였으면 좋겠다’는 답변을 가장 많이 받았다.

그래서 1~2년 차 멘토 한 명에 새내기 직원 두 명을 붙였다. 멘토는 멘티가 고르게끔 했다. 이를 위해 멘토들은 자기소개서를 작성했다. 그 이름도 공무원스럽지 않게 ‘어서와, 내가 누군지 알려줄게’로 했다. 내용도 딱딱하지 않게 썼다. 모든 걸 새내기 직원에 맞춘 것이다.

멘티·멘토의 만남은 월 2회 정도로 정해놓았다. 업무에 방해가 돼선 안 되기 때문이다. 서로 눈치 보다가 만남이 끊어지지 않을까 걱정했지만, 그들은 알아서 잘 만났다. 그런 만큼 빨리 배우고 조직 적응력을 키웠다. 특히, 다른 부서 직원들과 소통하고 교류한 시간이 가장 만족스러운 경험이었다고 엄지를 치켜세웠다.

이 역시 프로그램 종료 후 만족도를 조사했다. ‘매우 만족’ 65.4%, ‘만족’ 19.2%로 85% 가까운 수가 만족 이상이었다.

모든 프로그램은 관악구청 인사과가 기획했다. 처음 기획하면서도 반신반의했다. 참여도가 좋을까? 만족도는? 이런 생각이 늘 따라다녔다. 강요할 수 없는 세대니 무조건 해보라고 등을 밀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퀴즈 하나라도 재밌게 만들기 위해 있는 자료 없는 자료 다 끌어 모았다. 프로그램 하나하나 성의를 다하지 않은 게 없다.

결과는 잘 스며들었다. 성공적이었다. 그들의 생각을 깊이 알 수 있었고, 고민 몇 가지는 해결점도 찾았다. 용기도 생겼다. 멘토링 프로그램의 경우 올 하반기엔 멘토의 경력치를 현행 1~2년 차에서 5년 차까지 늘리기로 했다.

MZ세대에 집중했는데 뜻밖에 기존 세대도 그들과 소통하고 싶어 한다는 걸 알게 됐다. 큰 수확이 아닐 수 없다. 이쪽과 저쪽은 결국 통하는 걸까? 그럼 이제 남은 건 두 세대를 잘 잇기만 하면 될 일이다.

관악구의 예를 소개한 건, 사실 단순한 이유에서였다. 공무원 조직의 아주 불편한 분위기를 깨고자 스스로 기획했고, 거침없이 추진했으며, 그 전면에 MZ세대를 당당히 내세운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그러면서 다른 지역에도 은근히 퍼지길 바랐다. 덧붙여 관악구를 뺀 나머지 서울 24개 자치구를 위한 지면이었으면 했다.

너무 MZ세대 위주 아니냐, 어차피 조직생활도 각자도생이다, 이래도 저래도 남을 사람은 남고 도태될 사람은 도태된다, 여러 말이 나올 수 있겠다. 더구나 1970년대 후반부터 1980년대 초·중반의 소위 ‘낀 세대’는 더 억울하다. MZ세대와 나이 차도 별로 없는 데다, ‘라떼’는 꿈도 못 꿀 일이었으니 말이다. 상실감이 이만저만 아닐 테다.

이렇게 생각해보기로 한다. 본인들도 꽤 힘들었다. 눈치에 잔소리에 서툰 업무에, 하루하루를 신병(新兵)의 마음으로 살았다. 지금의 파릇파릇한 새내기들도 똑같은 마음이다. 개성과 자유를 중요시한다지만 그들이라고 다를 바 없다. 똑같이 힘들다.

그런 그들 옆에 함께 서 있어주는 것만으로도 큰 힘이 된다. 아주 고마운 일이다. 그러니 또래 선배가 그 자리를 채워주라는 것이다. 같은 말이라도 “나 때는 이렇게 했다”보다 “나는 이렇게 했어요”가 이해하기 훨씬 쉽고 편하다.

“오늘 점심은 카레를 먹고 싶었는데 순대국밥을 먹으러 가잡니다. 순대국밥은 싫어요.”,“일 좀 가르쳐주면서 시키세요.” 관악구 MZ세대 참여 소감에는 이런 직설도 있었다. 이 말이 불편하지 않거나 웃어넘길 수 있다면 그 조직도 충분히 바뀔 수 있다. 경직되고 불편한 분위기와 ‘헤어질 결심’을 한 조직이라면 말이다. 그리고 변화가 필요하다면 누구보다 빨리 시작하는 게 좋다. 벌써 광주광역시 남구청이 소문을 듣고 벤치마킹하러 온단다.

 

<문화경제 김응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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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악구  박준희구청장  MZ세대  공감토크  공무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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