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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마케팅②] ‘골프·바둑·e스포츠’…차별화된 종목 후원, 스포츠 저변 넓히며 글로벌 매출까지

골프홀릭 CJ, 바둑 이어 e스포츠까지 영역 확대한 농심... 더 CJ컵 비비고 전 세계에 알려, 농심 '신라면배 ' 중국 바둑 열기를 신라면 인지도로 연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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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737호 김금영⁄ 2022.12.01 11:13:24

대중적인 인기를 구가하는 야구, 골프와 기업의 이색 마케팅이 만났다. 기업의 본업인 유통과 연계해 상품 개발 및 할인 이벤트를 벌이는가 하면, 대규모 스포츠 대회 지원을 통해 자사 제품을 글로벌하게 알리는 등 방식도 다양하다. 바둑과 e스포츠 등 저변 확대도 눈에 띈다. 기업들이 활발하게 전개하고 있는 스포츠 마케팅의 현황을 둘러봤다.

이재현 CJ 회장. 사진=CJ

미 메이저 골프대회 ‘더 CJ컵’, 김주형 배출하며 비비고 알려

 

국내 주요 대기업들이 야구, 농구 등 대중 스포츠에 투자하는 동안 차별화된 영역에 후원을 이어가며 선수는 물론 해당 종목의 성장을 견인해 온 기업들이 있다.


CJ는 골프에 빠졌다. 이재현 CJ 회장은 지병으로 거동이 불편한 상황에서도 골프대회만큼은 직접 참관할 정도로 골프광이다. 2017년 ‘더CJ컵 @ 나인브릿지’ 현장은 물론, 중계방송에 깜짝 등장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당시 이 회장은 “더CJ컵은 젊은 골퍼들이 세계무대에서 경쟁하며 그들의 꿈을 이룰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마치 제가 오늘 이곳에서 꿈을 실현한 것처럼 말이다”라며 “더 CJ컵을 글로벌 CJ의 위상을 높이는 비즈니스 장으로 활용하라”고 강조했다.

CJ제일제당이 공식 후원하는 미국 메이저급 골프대회인 ‘더 CJ컵’은 매년 300억 원의 운영비가 투입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엔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 콩가리 골프 클럽에서 PGA투어 정규대회 더 CJ컵이 10월 20일부터 나흘 동안 열렸다.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 콩가리 골프 클럽에서 열린 '더 CJ컵'에서 갤러리들이 비비고 부스에서 K-푸드를 즐기는 모습. 사진=CJ제일제당

CJ제일제당은 올해로 6회째 진행된 더 CJ컵의 첫 대회부터 공식 후원을 맡아 왔다. 단순 후원에 그치지 않고 대회 현장에 CJ제일제당 ‘비비고’의 다양한 제품을 선보이며 자연스럽게 글로벌 고객에게 CJ 브랜드를 각인시키고 있다. 올해에도 ‘플레이어스 다이닝 비비고 키친’을 통해 출전 선수들에게 불고기와 프라이드 치킨, 만두 샐러드 등의 메뉴를 제공하고, 갤러리와 대회 관계자에게는 ‘비비고 코리안 키친’을 운영해 만두와 볶음밥, 닭강정 등 다양한 K-푸드를 선보였다.

비비고 치킨은 PGA투어가 인정한 맛집이기도 하다. 스코티 셰플러(미국)는 “지난해 더 CJ컵에서 먹은 음식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올해도 역시 만두를 비롯해 선수들에게 제공된 한식은 최고였다”고 말했다. 2018년 대회부터 매년 한식 체험 행사에 참가해 온 리키 파울러(미국) 역시 “더 CJ컵의 음식은 언제나 만족스럽다. 올해 대회에서도 식사 시간이 기다려질 정도”라고 말했다.

코스 중간 두 군데 마련된 비비고 코리안 키친은 식사 시간 전후로 수십 미터에 이르는 긴 줄이 늘어서며 갤러리의 호응을 얻기도 했다. CJ제일제당 측은 “비비고를 상징하는 대표 메뉴 만두를 비롯해 한국식 닭강정이 폭넓은 연령대의 갤러리들에게 선택받았다”며 “아울러 올해 처음 선보인 한국식 핫도그에 대한 반응도 좋았다. 대회기간 동안 약 7000인분의 비비고 메뉴가 판매됐는데, 이는 하루 10시간 운영시간 기준으로 1분에 약 3인분이 팔려나간 수준”이라고 밝혔다.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 콩가리 골프 클럽에서 열린 '더 CJ컵'에서 갤러리들이 비비고 부스를 방문하는 모습. 사진=CJ제일제당

CJ제일제당은 더CJ컵을 통해 글로벌 매출 효과도 보고 있다. CJ제일제당 식품사업부문은 올 3분기 비비고 브랜드 중심의 K-푸드 해외 판매 호조 등에 힘입어 3조 558억 원의 매출과 2093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식품사업은 사상 최초로 분기 매출 3조 원, 영업이익 2000억 원을 넘겼다. 특히 국내보다는 해외 사업 매출과 영업이익이 늘며 실적 개선을 이끌었다.

올해 미국 남동부의 사우스캐롤라이나로 무대를 옮긴 더 CJ컵은 주정부, 콩가리 재단과 함께 지역 어린이들의 꿈과 미래를 지원하는 사회 공헌 활동도 강화했다. 재단에서 후원하는 학생과 지역의 골프 유망주 학생을 초청해 김시우, 토미 플릿우드와 함께하는 ‘브릿지 키즈’ 프로그램을 진행했고, 팀 CJ 소속인 임성재, 이경훈, 배용준, 김민규 선수는 이벤트 대회를 통해 상금을 콩가리 재단에 전달하기도 했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더 CJ컵을 통해 비비고, 나아가 K-푸드가 전 세계 소비자에게 특별한 경험과 의미를 제공할 수 있어 기쁘게 생각한다”며 “더 CJ컵뿐 아니라 최근 새 시즌이 시작된 NBA LA레이커스와의 파트너십 등 글로벌 스포츠 이벤트를 통해, 비비고를 중심으로 명실상부한 ‘K-푸드 세계화 원조’로서의 역할에 주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2022 프레지던츠컵'에 출전한 CJ대한통운 소속골퍼 (왼쪽부터) 이경훈, 김시우, 임성재, 김주형. 사진=CJ대한통운 제공

CJ의 ‘온리원(ONLY ONE)’ 경영 철학을 담은 스포츠 후원 결실도 빛났다. CJ대한통운 소속 프로골퍼 김주형이 PGA 투어 사상 최연소 2승 달성의 쾌거를 이룬 것.

10월 10일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의 TPC서머린(파71)에서 열린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슈라이너스 칠드런스 오픈(총상금 800만 달러)에서 김주형 선수가 우승을 차지했다. 이로써 8월 윈덤 챔피언십에서 PGA투어 첫승을 따냈던 김주형은 2개월 만에 2승을 달성하며 PGA 최연소(20세 3개월) 2승 선수가 됐다.

CJ대한통운은 김주형 선수가 18세이던 2020년부터 후원을 이어 왔다. 눈앞에 보이는 결과보다는 선수 내면에 있는 잠재력과 가능성을 믿고 후원한 결과, PGA 투어에서 연이은 우승이라는 결실을 맺었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CJ대한통운이 후원을 시작한 2016년 이후 PGA투어 대회에서 우승한 한국 선수는 임성재, 김시우, 강성훈, 이경훈, 김주형 등 모두 CJ대한통운 소속 선수로, 총 10승을 함께 이뤘다.

CJ대한통운의 글로벌 스포츠 마케팅도 함께 빛을 발하고 있다. 선수 모자에 새겨진 ‘CJ’, 티셔츠 소매와 오른쪽 옷깃에 새겨진 CJ대한통운의 글로벌 브랜드 ‘CJ 로지틱스(Logistics)’가 중계방송을 통해 전 세계 시청자에게 지속 노출되면서 브랜드 인지도 상승이 극대화됐다.

농심, 중국·북미 시장 공략에 바둑·e스포츠 적극 활용

제1회 ‘농심 신라면배 세계바둑최강전’에 출전한 한국 조훈현 9단(오른쪽)과 일본 요다노리 모토 9단. 사진=농심

농심은 ‘신라면배’를 통해 바둑에 집중하며 스포츠 마케팅 저변 확대에 힘을 기울여 왔다. 1999년 시작돼 20년 넘게 이어지고 있는 신라면배는 농심의 대표적인 글로벌 스포츠 마케팅 중 하나다. 자사 대표 제품인 ‘신라면’ 이름을 넣어 1999년 7월 한국기원과 함께 바둑 국가 대항전인 신라면배를 창설했다.

대회는 한국, 중국, 일본의 프로 기사가 신라면배 반상에서 바둑 실력으로 맞붙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제1회 대회엔 한국의 조훈현·이창호, 중국의 마샤오춘·창하오, 일본의 요다 노리모토 등이 참가해 바둑팬의 관심을 받았다.

고 신춘호 농심 창업주는 생전 프로 기사들에 대한 애정이 남다른 바둑 애호가로 식품업계에서 유명했다. 신라면배 또한 “중국의 바둑 열기를 신라면 인지도로 연결하는 방법을 고민하라”는 신 창업주의 의지에서 비롯됐다.

농심 관계자는 “바둑은 대중 스포츠와 거리가 먼 것 아니냐는 의견들도 있지만, 중국에서 현재 바둑은 전 국민적인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 중국 CCTV에서도 여전히 바둑 관련 방송을 많이 노출하고, 시청률도 높다”며 “중국에서 커제 등 인기 바둑기사는 웬만한 유명인사와 아이돌을 넘어설 정도로 인기가 높다. 자국 바둑기사뿐 아니라 중국에 연속 패배의 충격을 안겨줬던 이창호, 중국의 영원한 맞수인 이세돌에 대한 관심과 인기도 여전하다”고 말했다.

제17회 농심 '신라면배'에서 한국의 이세돌(왼쪽), 중국의 커제가 맞대결을 펼친 모습. 사진=농심

2016년 방영됐던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88’에서 극 중 바둑기사 최택(배우 박보검 분)이 중국기사들을 상대로 어려운 상황 속에서 승리를 거둔 장면은, 2005년 이창호 9단이 신라면배에서 한국기사가 모두 탈락한 가운데 5연승을 거둔 실화를 오마주한 것이기도 했다.

매년 중국에서 치러지는 결승 대회는 중국 CCTV, 상해 TV, 인민일보 등 다수의 중국 언론사에서 보도할 정도로 현지에서 높은 관심을 보였다. 농심은 대국장 인테리어를 비롯해 팜플렛, 제품 전시, 기념품, 시식행사 등 대회를 통해 농심과 신라면을 알려 왔고, 이는 소비자층의 확대와 매출 증가로 이어졌다.

농심에 따르면 1999년 신라면배 창설 당시 700만 달러였던 농심의 중국 사업은, 2019년 2억 7000만 달러의 규모로 약 40배 가까이 성장했다. 특히 중국이 처음 우승했던 신라면배 제9회 대회는 중국 전역 700여 개 언론사를 통해 보도됨으로써 수백억 원에 해당하는 마케팅 효과를 거둔 것으로 분석됐다.

올해도 신라면배가 진행 중이다. ▲한국 강동윤 9단·박정환 9단·변상일 9단·신민준 9단·신진서 9단 ▲중국 퉈자시 9단·판팅위 9단·커제 9단·롄샤오 9단·구쯔하오 9단 ▲일본 이야마 유타 9단·이치리키 료 9단·쉬자위안 9단·시바노 도라마루 9단·위정치 9단이 참가했다. 1차 대회는 10월 11~14일, 2차 대회는 11월 25~29일 열렸으며, 3차 대회는 내년 2월 20~24일 예정됐다. 역대 우승 전적은 한국 14회, 중국 8회, 일본 1회다. 우승상금은 5억 원이며, 3연승부터 연승상금 1000만 원이 주어진다.

신라면배의 흥행에 힘입어 농심은 한국, 중국, 일본의 만 50세 이상 프로기사가 참가하는 세계기전 ‘백산수배 시니어 세계바둑최강전’(이하 백산수배) 창설 계획을 2020년 밝히기도 했다. 대표 제품인 신라면에 이어 백산수를 내세운 점, 바둑 르네상스 시대를 이끌었던 시니어 바둑기사를 다시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받았다.

다만 코로나19 사태가 터지면서 대회가 미뤄진 상황이다. 농심 관계자는 “코로나19가 안정화되면 오프라인으로 대회를 열 예정”이라며 “새로 만들어지는 대회인 만큼 출전 기사들이 현장에서 함께하는 의미 있는 대회로 시작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농심은 바둑 이외에 e스포츠로도 저변을 넓히고 있다. 2020년 11월 리그오브레전드(LoL) 프로게임단인 ‘팀 다이나믹스’(현 농심 레드포스)를 인수하고 북미지역 공략에 나섰다. 신라면배가 중국 시장에 집중했다면, 게임단 인수로는 e스포츠에 관심이 높은 북미지역의 10~30대를 주요 타깃층으로 잡았다. 공간과 시간의 제약 없이 즐길 수 있는 e스포츠는 특히 코로나19 환경에서 급성장했다.

농심의 신라면의 의미와 성장사, 지향점을 반영한 팀명을 지닌 농심 레드포스는 지난해 ‘롤드컵’ 출전에 실패하긴 했지만, ‘2021 리그오브레전드 챔피언스 코리아(이하 LCK) 서머 스플릿’ 초반에 좋은 경기력을 보여주며 게임 팬에게 존재감을 각인시켰다.

농심 관계자는 “e스포츠 또한 신라면배와 같은 스포츠 마케팅의 일환”이라며 “국경과 지역을 넘어서는 관심과 인기를 얻고 있는 e스포츠가 농심의 글로벌 시장 공략에 또 다른 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 문화경제 김금영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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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심  CJ  이재현  신라면배  더 CJ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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