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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아트] 명화 속에 와인이 보이고, 와인 라벨엔 명화가 담긴다

GS리테일, 베토벤 명곡 모티프로 한 라벨 시리즈 선보이며 ‘명화 와인’에 한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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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740호 김응구⁄ 2023.01.16 10:39:45

GS리테일이 명화 와인으로 선보인 ‘넘버 3 에로이카’를 모델이 들어 보이고 있다. 이 와인은 GS25 창립 30주년과 베토벤 탄생 250주년을 기념한 헌정 와인이다. 사진=GS리테일

18세기 프랑스 화가 장-시메옹 샤르댕(Jean-Siméon Chardin)은 자신과 그림에 진지했고 솔직했다. 그러니 독창적이었다. 주류(主流)에 편입하기보다 살짝 비켜나 있었다.

당시 미술계의 양식은 로코코(Rococo). 누구의 그림에서든 귀족들의 실크 드레스와 관능적인 신화 속 누드가 넘실대던 때였다. 샤르댕은 그런 그림엔 고개를 돌렸다. 대신 그의 붓은 가정의 일상을 담은 장르화나 소박한 정물화에 열중했다.

샤르댕의 명화(名畫) ‘시장에서 돌아옴’(1739년, 47×38㎝, 캔버스에 유채) 구석구석에는 당시의 시대상이 그대로 드러나 있다. 그림 내용은 제목이 전부다. 한 여인이 장을 보고 지금 막 부엌으로 들어왔다. 왼손에 들고 있던 커다란 빵 덩어리는 이제 막 내려놓은 듯 보이고, 오른손엔 닭(또는 칠면조)이 담긴 봉지가 들려있다.

명화 속 와인으로 그 당시 시대상 예측

시선을 오른쪽 아래 바닥으로 옮긴다. 와인 두 병이 보인다. 한 병은 세워져 있고 또 한 병은 눕혀있다. 아마도 여인은 지난밤에 누구와 이 와인을 마셨으리라.

와인병은 양파 모양이다. 둥글며 위로 올라갈수록 길쭉하다. 라벨은 없다. 잘 보면 코르크는 반 정도 들어가 있다.

김준철와인스쿨 김준철 원장은 이를 두고 “이 와인병은 상품으로 팔던 게 아니라 주전자나 디켄터(decanter) 역할을 했던 것으로 보인다”며, 그 이유로 “소매점에서 병에 들어있는 형태로 와인을 팔았던 건 20세기 들어서이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김 원장은 “당시 와인은 오크통 단위로 거래가 됐었다”고 덧붙였다.

병 입구에 반만 들어가 있는 코르크도 주목해보자. 지금의 사람들은 이걸 보고 “마실 만큼 마신 후 와인이 남아있으니 코르크를 꼽아놓은 것 아니냐”고 할 테다. 그러나 당시에는 코르크 스크류(screw)가 없었다.

김준철 원장은 “그림이 완성된 연도는 1739년이지만 코르크 스크류는 1795년 영국에서 처음 특허를 냈다. 그러니까 스크류가 없었다는 얘기”라고 말했다. 결국, 반만 닫아놓아야 이후 손으로 빼든 이로 물고 빼든 한다는 말이다.

이 양파 모양의 와인병도 1700년대 후반부터는 지금의 모습처럼 점점 가늘어진다. 눕혀서 보관할 수 있는 형태가 된 것이다.

이처럼 명화는 그 당시 생활상은 물론 소품 하나하나의 발전 상황까지 유추할 수 있으니, 그림 이상의 가치이며 귀한 자산이자 유산이다.

샤르댕의 명화를 통해 당시 와인의 현주소를 봤다면, 이번엔 그 명화가 와인 라벨 속으로 들어간 모습을 들여다보자.

 

명품 와인이 선택한 명화 라벨

프랑스의 ‘샤토 무통 로칠드(Chateau Mouton Rothschild)’는 전 세계 와인 애호가들의 사랑을 한껏 받는 와인이다. 보르도 그랑 크뤼(Bordeaux Grand Cru) 1등급이며, 프랑스 5대 샤토 중 하나다.

이 와인이 남다른 점은 또 하나 있다. 필립 드 로칠드 남작(1902~1988)이 시작한 ‘아트 라벨’이 그것이다. 샤토 무통 로칠드는 전 세계 유명 미술작가의 작품을 라벨에 담아낸다. 1924년 빈티지에 처음 시도했는데, 1945년부터는 지금까지 끊이지 않고 이어오고 있다. 고가(高價) 와인을 구매하는 소비자는 예술적 취향 수준이 높다는 점을 간파한 전략 마케팅이다.

해마다 어떤 작가가 선정될지, 그들은 이 와인에게서 어떤 영감을 받았는지, 그렇게 만든 라벨은 어떤 모습인지,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다. 살바도르 달리, 세자르, 샤갈, 피카소, 앤디 워홀, 프란시스 베이컨, 제프 쿤스…. 지금까지 이 아트 라벨에 참여한 작가 이름만 대충 나열해도 “오~” 소리가 절로 나온다. 2013년 빈티지 라벨은 우리나라 서양화가 이우환 화백의 작품이 장식했다.

GS리테일의 또 다른 명화 와인인 ‘넘버 9 크로이처’. 라벨의 명화는 프랑스 화가 르네 프랑수아 자비에 프리네의 ‘크로이쳐 소나타’라는 작품이다. 사진=GS리테일

국내선 베토벤 명곡서 영감 받은 명화 시리즈 선보여

이번엔 국내 와인시장으로 눈을 돌려보자.

우리나라에선 GS리테일이 ‘명화 와인’ 선보이기에 한창이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명화 라벨과는 궤를 달리한다. 단순히 명화로 라벨을 장식하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좀 더 정확히 표현하면, 베토벤과 명화가 담긴 라벨이다. 베토벤의 명곡에서 영감을 얻은 화가들이 명화를 남겼고, 그 명화가 와인 라벨에 들어간 것이다. 와인 한 병이 명곡과 명화를 모두 품었다.

GS리테일은 2016년 9월 ‘넘버 9 크로이처’, 2017년 9월 ‘넘버 2 로만체’, 그리고 2020년 5월 ‘넘버 3 에로이카’ 등 3종의 베토벤 명화 시리즈를 출시했다.

먼저, ‘넘버 9 크로이처’는 베토벤이 작곡한 바이올린 소나타 10곡 중 최고 걸작으로 꼽히는 9번 소나타 ‘크로이처(Kreutzer)’를 모티프로 한 와인이다. 라벨에 인쇄된 그림은 프랑스 화가 르네 프랑수아 자비에 프리네(René François Xavier Prinet)의 ‘크로이쳐 소나타(Kreutzer Sonata)’라는 작품이다. 그는 러시아의 문호 톨스토이의 소설 ‘크로이처 소나타’에 나오는 한 장면을 이 그림으로 표현했다.

톨스토이는 음악에도 조예가 깊었다. 그는 격동적인 멜로디의 ‘넘버 9 크로이처’를 들으며 ‘크로이처 소나타’를 구상했다. 그런 이유로 음악과 소설이 완벽하게 조화를 이루는 작품으로 남게 됐다. 참고로 체코의 작곡가 레오시 야나체크(Leos Janacek)는 톨스토이의 이 소설에 영감을 받아 같은 제목의 현악 4중주곡을 완성하기도 했다.

이 와인은 ‘돈 막시미아노’, ‘맥스 리제르바’ 등으로 유명한 칠레 와이너리 에라주리즈(Errazuriz)가 만들었다. 칠레의 대표적인 와인 산지인 마이포 밸리(Maipo Valley)와 아콩카구아 밸리(Aconcagua Valley)에서 재배한 카베르네 소비뇽 품종을 사용한다.

이 와인 라벨에 삽입된 정보무늬(QR코드)를 활용하면 베토벤의 ‘넘버 9 소나타 크로이처’를 감상할 수 있다.

‘로만체(Romanze)’는 베토벤이 로맨스를 테마로 작곡한 두 개의 현악 협주 작품이다. 라벨에는 프랑스 화가 피에르 오귀스트 콧(Pierre Auguste Cot)이 1873년 그린 유화작품 ‘봄날(Le Printemps)’이 장식하고 있다. 현재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에 전시돼 있다. 그는 베토벤의 ‘넘버 2 로만체’를 듣고 영감을 받아 이 그림을 그렸다.

이 와인은 국내 아영FBC가 칠레 콘차이토로(ConCha Y Toro)와 손잡고 만들었다. 100% 카베르네 소비뇽으로 만들며, 오크통에서 8개월간 숙성한다. 콘차이토로는 2017년 영국 유명 주류전문지 드링스 인터내셔널(Drinks International)이 선정한 세계적으로 가장 존경받는 와이너리 세 곳 중 하나이기도 하다.

이 와인 역시 라벨의 QR코드로 베토벤의 ‘넘버 2 로만체’를 감상할 수 있다.

‘넘버 3 에로이카’는 베토벤의 3번 교향곡 ‘에로이카(Eroica)’를 표현한 헌정 와인이다. 라벨에는 GS25 창립 30주년과 베토벤 탄생 250주년을 기념한 헌정 와인이라는 문구와 베토벤의 초상화, 교향곡 3번 에로이카 악보가 인쇄돼있다.

베토벤은 나폴레옹 보나파르트에게 바치기 위해 이 교향곡을 작곡했다. 평민 장교 출신에 프랑스의 정치를 평정한 후 민주주의와 공화제의 기치를 들고 혁명전쟁에 나선 나폴레옹에 베토벤은 열광했고 존경을 표했다.

그러나 나폴레옹은 스스로 황제에 등극했고, “그 역시 자신의 야망에 탐닉한 평범한 속물이었나”라며 격분한 베토벤은 ‘보나파르트’라고 써놓은 교향곡 표지를 찢어버렸다. 대신 ‘신포니아 에로이카–한 위대한 인물을 추념하기 위해’라고 제목을 수정했다.

라벨 하단의 QR코드로는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가 직접 연주한 에로이카 교향곡의 동영상과 설명을 접할 수 있다.

이 와인은 천재 와인메이커로 불리며 샤토 발란드로(Chateau Valandraud)를 운영 중인 장 뤽 튀느뱅(Jean-Luc Thunevin)과 GS리테일이 함께 만들었다. 세계 50대 컬트 와인으로 선정된 ‘샤토 발란드로’와 같은 방법으로 블렌딩한다. 평균 수령 30년인 포도나무에서 2016년에 수확한 포도로 만들었으며, 프랑스산 오크통에서 20개월간 숙성했다. 최소 10년 넘게 보관할 수 있다.

프랑스 화가 장-시메옹 샤르댕의 작품 ‘시장에서 돌아옴’에 등장한 와인으로 당시의 시대상을 이해할 수 있다. 사진=루브르박물관 홈페이지

아무 그림에나 명화라는 타이틀을 붙이지 않는다. 와인 역시 그렇다. 아무 와인에나 명품이란 수식어를 붙이지 않는다. 이름난 명품 와인은 많다. 하지만 명화나 명곡과 나란히 할 수 있는 건 몇 되지 않는다.

명품 수준에 1%만 부족해도 명화의 가치는 저렴해진다. 너무도 호화로운 와인이면 오히려 명화의 품격이 떨어지기 쉽다. 그래서 함부로 하나로 묶지 않는다. 조심스럽고 부담스러운 걸 떠나 서로에게 긁힘을 주지 않을까 싶어서다.

와인은 라벨로 시작한다. 역사나 스토리는 그 다음이다. 그래서 첫인상이 매우 중요하다. 명품 와인에 명화는 더없이 좋은 궁합이다. 와인을 잘 알든 그렇지 않든, 모두에게 좋은 인상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문화경제 김응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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