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42호 김응구⁄ 2023.02.08 15:26:14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이 1년을 넘겼다. 아직은 과도기. 시행 2년을 맞는 2024년 1월 27일부터 건설업은 공사금액 50억 원 미만 공사도 법 적용 대상이 된다.
부산상공회의소는 8일 중대재해법 시행 1년을 맞아 기업별 대응 현황 모니터링 결과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업종과 상관없이 대부분 기업이 법으로 규정한 의무사항을 준수하고자 전사적 대응에 나서고 있다. 가장 기본적인 대응책은 안전관리 전담 조직 구축이다. 중대재해법 시행 이전에는 관리자 한 명이 담당했던 안전관리를 안전 전담부서로 격상하고, 인력과 예산을 확대한 경우도 많았다.
이처럼 전 산업에 걸쳐 이제 안전은 경영의 중요한 파트로 자리 잡고 있다. 실제, 새해 들어 각 건설사가 발표한 신년사를 살펴보면 그 어느 때보다 안전을 강조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최근 안전과 관련해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는 건설사 두 곳의 사례를 정리해서 소개한다.
롯데건설 경영진, 안전체험관서 직접 안전교육 체험
롯데건설은 며칠 전 의미 있는 안전교육을 진행했다. 박현철 대표이사 부회장을 포함한 경영진 전원이 1월 31일부터 2월 1일까지 이틀간 직접 안전체험교육을 받았다. 장소는 경기도 오산시 부산동 롯데인재개발원 오산캠퍼스 내 안전체험관 ‘세이프티 온(Safety On)’.
이곳에서 롯데건설 경영진은 안전벨트 착용 상태에서의 추락이나 VR(가상현실) 기기를 이용한 추락·낙하 등 안전관리 체험과 심폐소생술 같은 보건관리 체험을 직접 경험했다.
경영진이 실제와 비슷한 안전사고 상황을 직접 체험토록 해 안전 의식을 더욱 높이고, 이로써 중대재해를 제로(0)화하겠다는 목적이다. 박현철 부회장은 안전 최우선 경영에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말 취임 후 경영진과의 첫 외부 일정을 이번 안전교육으로 정한 것도 그에 따른 것이다.
박현철 부회장은 “안전은 기본과 원칙을 지키는 게 가장 중요하다”며 “사고는 불안전한 환경에서 발생하기 때문에 경영진은 현장에서 근무하는 직원이 모두 가족이라는 마음을 갖고, 사고 예방 시스템과 개선 대책 마련에 더욱 힘써달라”고 당부했다.
롯데건설은 2021년 12월 안전조직을 안전보건경영실로 격상시켜 세 개 팀으로 조직을 확대 개편했다. 이어 지난해 1월에는 안전사고 예방을 위한 ‘안전소통센터’를 확대 운영하고 있고, 4월에는 업계 최초로 표준화된 안전 통합관리지표를 개발했다.
㈜한화 건설부문, 스마트 안전기술 적극 도입
㈜한화 건설부문이 최근 스마트 안전기술을 활용해 구축한 ‘고위험 통합관제시스템’도 눈여겨봐야 한다.
‘H-HIMS’(Hanwha-High-risk Integration Management System)라고도 하며, 전국의 건설현장 폐쇄회로(CC)TV를 본사 모니터링 시스템과 연동해 이중(二重)으로 안전을 관리하는 시스템이다. 주로 고위험도 작업 시 활용한다.
현장의 안전관리자들과 본사 통합관제 조직 사이에서 실시간 이뤄지는 정보 공유를 통해 위험 상황을 감지하고 예방 역량도 강화할 수 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한화 건설부문 고강석 CSO(최고안전책임자)는 “고위험 통합관제시스템 내 128개 화면이 전국의 현장과 연결돼있어 고위험요소의 사전 방지 효과를 극대화하고 있다”며 “안전환경관리 시스템을 지속적으로 강화해, 계묘년에는 중대재해 제로를 달성할 것”이라고 말했다.
고강석 CSO의 말처럼 ㈜한화 건설부문은 전사적 안전환경관리 강화를 위해 다각적이고 폭넓은 시도를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현장에서 사고 발생이나 위험 상황이 예측되면 협력사는 물론 현장 근로자 누구나 작업중지를 요청하는 ‘작업중지권’을 행사할 수 있다.
2017년부터 시행 중인 자체 개발 모바일 안전관리시스템 ‘HS2E’(Hanwha Safety Eagle Eye)는 대표적인 안전문화로 정착됐다. 현장 내 위험 요소나 안전 관련 개선사항 발견 시 누구든 휴대전화로 사진을 찍어 전송하면 실시간으로 현장 전 직원과 협력사 직원들에게 전파돼 곧바로 조치하는 시스템이다.
특히, 지난해부터 타워크레인 등에 설치하는 고정형 CCTV를 이동형 CCTV로 바꾸며 스마트 안전기술을 더욱 현실화했다. 이를 활용하면 특정 현장에서 중요한 고위험 공사작업을 할 때 다양한 각도의 화면을 전송해줘 위험 요소를 놓치지 않고 관리할 수 있다.
늘 말한다. 안전은 결국 근로자의 행동이 가장 중요하다고. 아무리 좋은 제도여도 사람이 움직이지 않는 한 작든 크든 안전사고는 끊이지 않는다.
그러나 시대가 많이 바뀌었다. 이젠 경영자가 앞장서 솔선수범하고, 현 트렌드에 맞추듯 신기술은 계속 늘어난다. 사람이 따라갈 수밖에 없다. 근로자가 따라 할 수밖에 없다. 그러다 보면 모범 사례는 계속 쌓인다. ‘중대재해 제로’라는 게 결코 꿈 같은 일만은 아니다.
<문화경제 김응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