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46호 김예은⁄ 2023.04.19 17:54:31
왝더독이란 ‘꼬리가 몸통을 흔드는 현상(WAG THE DOGS.왝더독)’, 우리말로는 주객전도(主客顚倒)를 의미한다. 사물의 경중ㆍ선후ㆍ완급 따위가 서로 뒤바뀜을 이르는 말이다.
인터넷 전문은행으로 출범한 카카오뱅크는 이 ‘왝더독’ 기법을 활용해 금융 시장의 판도를 뒤바꾼 대표적 기업으로 손꼽힌다.
은행업에서 이자란 필연이자 숙명이다. 그런데도 카카오뱅크는 그들의 서비스와 차별화된 상품 특성보다 이자를 앞세우지 않는다. 대신, 모임통장, 저금통 기능, 최애덕질 등에 이르는 고객 행태와 밀착된 새로운 금융 서비스 형태를 다변화하며 소비자 유인을 제공하고 있다.
유통시장에서 왝더독 전략은 주로 증정품, 덤의 개념으로 사용된다. 반면, 금융시장에서 카카오뱅크는 ‘마이너스 왝더독 전략’으로 소비자를 유인하고 있다. ‘수수료’의 저감, ‘절차 및 시간’의 단축, ‘록인(lock-in)’ 장치들의 완전 해제 등이 그것이다.
지금은 출금, 이체 수수료 면제가 자연스러운 시대가 도래했지만, 7년 전인 2016년만 하더라도 많게는 예금 이자의 2배에 이르는 은행 수수료 지출이 불가피했다. ‘타행 자동화 기기 출금 수수료 6000원(5회), 타행 자동이체 수수료 2500원, 외화 송금 수수료 2만5000원, 통장 재발급 수수료 3000원 등이 적용됐기 때문이다.
당시 수시 입출금통장의 금리는 연 1% 수준. 40대 직장인 A씨는 500만 원을 납입한 입출금통장에서 연이자 5만 원을 받고, 동 기간 출금 수수료 등으로 연간 20만 원에 달하는 은행 수수료를 지출했다. 천 원대의 적은 비용 지출로 간과했지만, 연간으로 모아 보니 수십만 원의 목돈이 지출된 셈이다. 이자를 얻기 위해 맡긴 A씨의 500만 원은 수수료 지출로 오히려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했다.
이체 수수료 없애고 ‘저금통’ 등 서비스에 집중
2017년 출범한 카카오뱅크는 이 점에 착안해 입출금통장의 이체 수수료, ATM 수수료, 알림 수수료 등 은행의 3대 금융거래 비용을 모두 면제한 파격을 내세웠다. 전국 은행의 ATM기기를 비롯해 국내 주요 편의점과 지하철 등에 설치된 ATM 기기 이용 시에도 수수료가 면제됐다. 2017년 출시 이후 2022년까지 카카오뱅크가 고객들을 대신해 지급한 ATM 이용 수수료 비용은 2524억 원이다.
또한 해외송금 비용을 기존의 시중 은행 대비 10분의 1 수준으로 인하했다. 전신료와 중개수수료, 수취 수수료를 없애고 시중은행(영업점) 대비 90% 정도 할인해, 해외송금에 따른 사용자들의 높은 송금 비용 부담을 크게 낮춘 것이다.
ATM 수수료 등을 회사가 부담하는 대신 카카오뱅크는 당시 수시 입출금통장을 선보이며 시중은행이 제공하던 연 1%의 입출금 통장의 이자를 90%로 대폭 낮춘 연 0.1%의 이자를 제공했다. 2017년 출범 당시의 초저금리 시대를 거쳐 2023년 고금리 시대로의 재편으로 기준 금리는 변화해 왔지만, 카카오뱅크의 수시 입출금 금리는 그때나 지금이나 0.1%에 머물러 있다.
대신 카카오는 ATM 수수료 면제 등의 금융비용 저감 혜택을 지금까지 동일하게 부여함과 동시에 해당 통장에 ‘세이프 박스’, ‘저금통’ 등의 새로운 형태의 서비스를 부여하고 이를 핵심 전략으로 내세웠다.
세이프박스란 통장의 여유자금을 간편하게 관리하는 서비스로 일명 ‘카카오뱅크 계좌 속 금고’다. 입출금통장(모임 통장 포함)의 여유자금을 따로 떼 보관하면 하루만 맡겨도 당시 기준 연 1.2%(2023년 4월 10일 기준 연 2.60%)의 이자를 받을 수 있다. 입출금통장 1개당 1개의 세이프박스를 설정할 수 있고, 최대 500만 원(2023년 4월 10일 기준 최대 1억 원)까지 보관할 수 있도록 했다.
저금통은 입출금통장의 잔돈을 자동으로 저축하는 상품이다. 모으기 기능은 밤 12시 계좌에 남아있는 동전을 자동으로 저축하는 동전 모으기 기능과, 매주 토요일 인공지능(AI)이 납입자의 입출금 내역과 잔액을 분석해 1,000~5,000원을 자동으로 저축하는 자동 모으기 기능으로 구성된다. 두 가지 모으기 규칙은 선택적 적용과 동시 적용이 가능하다. 저금통은 원하는 납입액을 직접 선택할 수 없으며, 납입액도 소액으로 이루어지지만 비교적 높은 연 10.00%(2023년 4월 10일 기준)의 금리를 제공한다.
0.1%의 저금리 입출금 통장임에도 이 같은 수수료 저감, 다변화된 서비스 연계로 카카오뱅크의 이용자는 지속적으로 증대해 왔다. 카카오뱅크는 인터넷전문은행으로 2017년 7월에 출범한 이래, 약 2년 만인 2019년 1000만 고객을 돌파하며 사용자 기반을 빠르게 확대했고, 지난해에는 출범 5년 만에 2000만 명을 돌파했다. 지난해 말 기준 카카오뱅크의 월간활성이용자수(MAU)는 1644만 명으로 역대 최다 수준을 기록했다.
본인인증, 대출한도 조회 등 ‘속도’ 마케팅
카카오뱅크는 그 어떤 금융기업보다 ‘속도’에 집중하는 은행이다. ‘7분 신규 계좌 개설’, ‘60초 대출’ 등은 소비자의 편의성과 연계돼 카카오뱅크의 차별화된 서비스 전략이자 소비자를 유인하는 핵심 차별점으로 기능하고 있다.
카카오뱅크의 속도 철학은 앱을 구성하는 직관적인 UI(User Interface)와 UX(User Experience) 체계 구현 방식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카카오뱅크는 패턴 입력 즉시 홈 화면에서 바로 보유 계좌를 볼 수 있고, 찾고자 하는 서비스를 직관적으로 찾을 수 있도록 예상할 수 있는 위치에 서비스 버튼을 배열했다.
계좌개설 과정에서 본인인증은 휴대폰 본인인증, 신분증 인증(주민등록증, 운전면허증), 타행 계좌 이체 방식으로 진행된다. 주요 인증은 공인인증서 대신 인증비밀번호(핀번호)로 갈음해 모든 소비자 이용 경로에 ‘간소화’ 전략을 담아냈다. 이러한 전략은 2017년 당시 금융업계의 디지털 패러다임 변화를 가져온 메기 역할로 작동하며, 금융업계 전반의 절차 간소화와 신기술을 접목한 디지털 서비스 제공을 보편화했다.
초기 출범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카카오뱅크의 관심은 소비자의 이용 시 절차를 얼마나 간소화하여, 고객의 이용 시간을 최소화하느냐에 둔다. 초기 출범 당시 카카오뱅크가 비대면 실명확인을 통해 평균 7분이면 계좌를 개설하고, '비상금 대출'은 평균 60초 이내에 신청할 수 있도록 하고, ‘주택담보대출’에서 대출 가능 한도와 금리를 평균 3~4분 이내에 확인 가능하도록 한 것도 카카오뱅크만의 속도 철학에 의해 구현됐다.
카카오뱅크는 지난해 2월 출시한 주택담보대출을 지금까지 아파트에 한정해 제공해 왔다. 주담대 대상을 연립·다세대 주택까지 확대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카카오뱅크는 ‘속도’를 그 이유로 들었다. 연립·다세대 주택의 시세 파악이 어려워 부동산 담보가치 평가 과정에서 시간이 지체되는 소비자 불편과 비용을 최소화해야 카카오뱅크의 서비스로 기능할 수 있다는 의미였다. 부동산 가치 자동산정시스템(AVM) 시세를 통해 이 허들을 풀어낸 카카오뱅크는 결국 연립·다세대 주택의 대출 한도·금리 조회까지 소요되는 시간을 평균 3분 29초로, 기존 아파트 주택담보대출 한도·금리 조회에 걸리던 시간과 동일하게 구현해 냈다. 그 결과 카카오뱅크는 오는 20일부터 주택담보대출의 취급 대상을 기존 아파트에서 연립·다세대 주택까지 확대한다.
금융서비스에서의 ‘록인(lock-in)’ 장치의 완전 해제 역시 기존의 금융업계와 차별화된 전략이자 소비자를 유인하는 왝더독 마케팅 포인트로 기능한다. 카카오뱅크는 출범 초기부터 여·수신 상품에서 급여 이체나 카드 발급 등에 금리 우대조건을 부여하지 않는다. 이는 카카오뱅크에서 여러 거래를 하든, 한 가지 거래를 하든 똑같은 처우를 받게 된다는 의미다. 더 낮은 대출 금리를 받거나 더 높은 예·적금 금리를 받기 위해 추가적인 거래를 연계시키거나 기존 거래를 유지할 필요가 없다.
또한 정기 예·적금, 수시입출금 통장의 세이프 박스 기능에 중도 인출 기능을 포함했다. 중간에 급전이 필요해 예·적금을 깨야 할 경우 기존에 납입한 금액과 기간에 대해 약속된 금리를 받지 못하는 경우가 사라진 것이다.
반면, 신용대출뿐만 아니라 주택담보대출에서도 중도상환수수료도 전액 면제했다. 금융권 최초로 전·월세보증금 대출을 100% 비대면으로 구현하고, 중도상환수수료를 면제한 카카오뱅크의 주택담보대출은 2022년 12월 출시 10개월 만에 잔액 1조 원을 돌파했다.
팬덤 문화에 기반한 최애적금도
이 밖에도 카카오뱅크는 모임적금, 최애적금, 파트너적금 등 고객 행태에서 신규 기회를 발견하고 그것을 유인으로 한 금융상품을 모색해 고객 기반을 확대하고 있다.
모임통장은 계모임에 착안해 친구끼리, 연인끼리, 가족끼리 그리고 동호회까지. 모임별 계좌에 집중한 서비스다. 카카오뱅크는 모임통장에 참여하는 참여자들끼리 잔액과 입출금 내역을 누구나 쉽게 확인할 수 있도록 해 투명한 회비 운영이 가능하도록 했다. 카카오톡으로 간편하게 친구들을 초대할 수 있으며, 카카오뱅크 계좌가 없는 멤버도 모임통장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해 고객 커버리지를 확대했다. 수시입출금 통장과 마찬가지로 연 0.1%의 저금리가 적용되지만, 모임이라는 서비스에 집중하자 소비자가 몰려들었다. 모임통장은 2023년 2월 기준 1400만 명이 넘는 고객들이 이용하는 카카오뱅크의 대표적인 수신 상품으로 자리 잡았다.
이처럼 사회 내 소비자 행태 중심의 서비스 창출 전략은 카카오뱅크가 4월 18일 신규 서비스의 일환으로 출시한 ‘최애적금’에도 녹아있다. 카카오뱅크는 확대되는 팬덤 문화에 기반해 카카오뱅크의 신규 수신 상품인 기록통장의 첫 번째 서비스인 최애적금을 출시했다. 기록통장의 금리는 연 2.0%의 수시입출금이 가능한 보통예금으로 금리 상의 강점보다는 서비스 유인에 집중했다. 고객이 최애와의 의미 있는 순간마다 모으기 규칙을 통해 저축하고 기록을 남길 수 있는 서비스 등이 그것이다.
최애적금은 이미 아이돌 팬덤 사이에서 고유명사처럼 사용되고 있는 용어로, 가장 좋아하는 스타가 특정 행동을 할 때마다 일정 금액을 저축하는 ‘저축형 팬 문화’로 자리 잡았다. 카카오뱅크는 이에 착안해 앱상에서 자신만의 모으기 규칙을 설정해 이벤트가 발생할 때마다 버튼만 눌러 쉽고 빠르게 저축할 수 있도록 동선을 최소화한 서비스를 구현했다.
또한 기록과 공유를 중시하는 문화를 반영해 금융 서비스에 기록과 공유 문화를 덧입혔다. 저축하는 순간 메모 영역을 활용해 기록을 남길 수 있도록 해 출금할 때도 기록을 남길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최애적금을 해지하더라도 커버 이미지와 기록 내역을 계속 확인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또한 최애적금 현황을 다른 사람들에게 재밌게 공유할 수 있도록 다양한 공유하기 템플릿을 제공한다. 카카오뱅크는 향후 공유 템플릿을 다양화하고 한정판 템플릿도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올해 새로운 임기를 맞이한 카카오뱅크 윤호영 대표는 “올해를 카카오뱅크 시즌의 초석을 다지는 해”로 규정하고 “No.1 금융+생활 필수 앱’이 되도록 할 것”이란 포부를 밝혔다. 이를 위해 윤 대표는 “고객에게 카카오뱅크가 꼭 필요한 이유를 만들어 주고, 우리만의 특별한 경험을 만들어 주기 위해 높은 편의성과 금융상품의 재해석을 통한 플랫폼 역량을 강화할 것”이라 밝혔다.
올해 첫 단추로 ‘최애 적금’ 등을 앞세운 카카오뱅크가 어떠한 생활 속 유인으로 금리 혜택을 넘어서는 새로운 금융 서비스를 규정하고 고객 외연을 넓혀갈지 귀추가 주목된다.
<문화경제 김예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