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한국을 전격 방문해 윤석열 대통령 부부를 만난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부인 올레나 젤렌스카가 연합뉴스와의 사전 인터뷰에선 분명하게 “외교 관례를 깰 정도로 파격적인(radical) 지원이 필요하다”고 요청했었지만, 정작 윤 대통령을 만난 자리에선 무기 지원이 아니라 “비살상 군 장비의 지원”만을 요청했다고 대통령실이 밝혀 그 배경에 관심이 모인다.
대통령실 이도운 대변인은 16일 브리핑에서 “젤렌스카 여사가 한국으로부터 지뢰 탐지 및 제거 장비, 구급 후송 차량 등 비살상 군사 장비의 지원을 희망한다”고 했으며, “다수의 고려인이 거주하는 헤르손 주를 비롯한 우크라이나 재건 과정에 한국의 많은 기업이 참여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비살상 군 장비의 지원만을 요청했다는 이 대변인의 이 같은 전달은, 같은 날 보도된 연합뉴스와의 사전 인터뷰 내용과는 정면으로 배치된다.
이 인터뷰에서 젤렌스카는 “윤 대통령의 현명한 판단이고, 이러한 이해에 감사드린다. 집에 범인이 있다면 그 집주인은 당연히 이 범죄자를 몰아내기 위해 인도적 지원이나 음식, 의약품뿐 아니라 보다 근원적인 무언가를 필요로 하게 된다. 이게 바로 우리가 전 세계에 말하고 있는 것이다. 이를 위해 나는 프로토콜(외교적 의례)도 깨고 모든 이에게 ‘자원을 달라, 그럼 우리는 범죄자를 우리의 집에서 내쫓겠다’고 말하고 있다”고 분명하게 말했다.
집 안에 쳐들어온 범죄자를 쫓아내기 위해선 음식이나 약 같은 인도적 자원으로는 안 되고, 응징을 가할 군사 장비의 지원이 절실하다는 호소였다.
하지만 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살상 무기에 대한 지원 요청은 없었는지 궁금하다’는 기자의 질문에 대해 “그런 요청은 없었다. 오히려 젤렌스카 여사는 군사적 지원을 하는 데 한국의 어려움이 있다는 것을 잘 이해한다고 이해를 표시하기도 했다”고 대답했다.
사전 인터뷰에선 분명히 ‘파격적 군사 장비 지원’을 요청했음에도 불구하고 정작 윤 대통령을 만나서는 살상 무기 지원 요청은커녕 군사적 지원을 못하는 한국의 어려운 사정을 이해한다고 했으니 앞뒤가 잘 맞지 않는다.
김 대변인은 젤렌스카 여사에게 윤 대통령이 “나토(NATO) 회원국 및 국제사회와 긴밀히 공조하면서 우크라이나 국민을 적극적으로 지원해 나가겠다”고 대답했다고 전했다.
젤렌스키 대통령, 히로시마에 깜짝 등장해 '전격 결정' 촉구?
19일부터 일본 히로시마에서 열리는 G7(주요 7개국) 정상회담에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온라인으로 참석할 예정이라고 일본 언론들이 보도해 왔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젤렌스키가 히로시마를 전격 방문할 가능성이 있다는 추측도 나오고 있다.
지난 13~14일 이탈리아, 독일, 프랑스(모두 G7 국가들)를 전격 방문해 각국 정상들을 만나 무기 지원을 요청한 그가 지난 3월 우크라이나를 깜짝 방문했던 기시다 일본 총리에 대한 답방 차원에서 히로시마까지 찾아올 수도 있다는 추측들이다. 물론 이는 군사적 지원을 요청하기 위해서다.
젤렌스카 여사가 일본을 추가로 방문하리라는 보도는 현재까지 일본 언론에 나온 바 없다. 그러나 G7 개막을 사흘 앞둔 시점에 서울까지 온 그녀가, 우크라이나 지원에 선도적으로 나선 '고마운' 일본을 건너뛰고 우크라이나로 돌아간다면 그것 또한 이상한 일이긴 하다.
요미우리신문은 G7 정상회담에서 우크라이나를 지원하는 별도 문서를 채택하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고 지난 9일 보도했다.
현재까지의 진행은, 젤렌스카 여사의 무기 지원 요청 연합뉴스 인터뷰 → 윤 대통령을 만나서는 “비살상 군사 장비 지원까지만” → 윤 대통령의 “국제사회와 긴밀히 공조해” 순서였지만, 히로시마 G7 현장에서의 국제적 결의가 이뤄질 경우 윤 대통령과 한국은 어떤 결정을 내릴지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