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용호⁄ 2023.07.21 09:15:04
지난 20일 저녁 온라인 커뮤니티 에펨코리아에 올라온 게시물에 500개가 넘는 댓글이 달리며 네티즌 사이에서 큰 반응을 얻고 있다.
게시자는 ‘채수근 해병 얼굴과 이름 기억하자’는 제목으로 게시물을 올리며 채수근 해병의 영정사진과 함께 “부모가 언론에 공개하길 동의했다. ‘우리 아들 이름하고 얼굴 좀 기억해 주세요’라고 말하는 것처럼 들린다. (중략) 이름하고 얼굴 기억하자”라는 글을 올렸다.
네티즌은 “얼굴 보니 더 슬프다. 내가 이렇게 먹먹한데 부모님은…”,“얼굴만 봐도 참 순하고 착하신 분 같은데 명복을 빕니다”, “지켜주지 못해서 미안하다. 잘생긴 해병 동생 편히 쉬어라”, “부모님 입장에서도 모두 기억해달라는 의미로 공개하셨겠지” 등 댓글을 달며 안타까움을 표현했다.
실종자 수색 중 숨진 해병은 한평생 국가에 헌신한 소방관의 외동아들이자 한 집안의 장손이었다. 주변 사람들은 그를 자신보다 부모를 먼저 생각하는 효자이자 예의 바른 청년으로 기억했다.
20일 유가족과 소방 당국 등에 따르면 예천 수해 실종자 수색에 투입됐다가 급류에 휩쓸려 순직한 고 채수근(20) 상병은 전북도 소방본부에서 27년을 몸담은 소방대원의 외아들이었다.
전북 남원이 고향으로, 전주에서 대학에 다녔다. 대학 1학년을 마치고 해병대에 입대해 지난 5월 수료식을 치렀다.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채 상병 가족과 가깝다는 지인은 그를 '자신보다 부모를 먼저 생각하는 없는 효자'로 기억했다.
그의 빈소가 마련된 포항시 해병대 1사단을 찾은 공풍용 씨는 "채 상병이 자대 배치를 받고 난 뒤에 엄마 생일이라며 투플러스 소고기를 선물로 보냈다"며 "자기 쓰기도 바쁠 텐데 엄마를 이 정도로 생각하는 아이였다"고 떠올렸다. 공 씨는 또 채 상병에 대해 어디 누구보다도 예의가 바른 청년으로 기억했다.
1990년대 중반에 임용된 채 상병의 부친(57)은 아내와의 결혼 생활 10년 차에 어렵게 외아들을 얻었다. 부친은 환갑을 바라보는 나이에도 남원 지역 안전센터에서 현직 소방위 계급으로서 여전히 사명감이 투철한 소방관으로 활약하고 있어 주위로부터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고 소방 당국은 전했다.
부친 채 씨는 사고 소식을 접하고 아내와 전북 남원에서 경북 예천까지 달려왔고, 아들이 실종된 지점에서 부친은 해병대 중대장을 향해 “구명조끼 입혔어요? 입혔냐고. 왜 안 입혔냐고요. 왜. 그게 그렇게 비싸요”라고 말하며 격분했다.
채 이병의 어머니는 “착하게만 산 우리 아들인데…. 외동아들이에요. 외동. 혼자 있어요. 혼자. 어떻게 살아. 어디예요? 못 찾았어요?”라며 절규했다.
부친 채 씨는 해병인 아들과 지난 18일 2분의 전화 통화를 하며 “물 조심하라”고 했다. ‘아빠와 아들’의 마지막 통화가 될 줄은 아무도 몰랐다.
<문화경제 안용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