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각적인 옷이 걸린 스토어는 마치 패션쇼의 한 장면을 캡처해 현실에 꺼내놓은 듯 세련된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그런데 이 옷들 옆엔 에어백 쿠션, 안전벨트, 카페트, 기타 등 한 카테고리로 엮기 힘든 다양한 물품들이 함께 전시돼 궁금증을 자아냈다. 이 물품들의 공통점은 ‘친환경 소재’를 사용했다는 것.
첨단소재 이야기를 어떻게 사람들에게 쉽게 풀어낼 수 있을까? 이 질문에 효성첨단소재와 현대백화점이 팝업스토어(이하 팝업)로 답했다. 효성티앤씨, 효성화학과 더불어 효성그룹의 ‘소재 3총사’로 꼽히는 효성첨단소재는 앞서 5월 성수동에서도 ‘효성 크리에이티브 랩: 첨단소재 아트를 만나다’를 주제로 팝업을 선보인 바 있다. 당시 효성첨단소재의 에어백 쿠션으로 만든 조명, 탄소섬유로 만든 기타 등을 체험할 수 있게 공간을 꾸렸다.
이번엔 백화점으로 장소를 옮겼다. 7월 현대백화점 목동점, 천호점, 디큐브시티점에서 팝업이 열렸고, 8월엔 중동점, 더현대 대구에서 팝업을 이어간다. 이중 디큐브시티점에 마련된 팝업 현장을 찾았다.
팝업은 첨단소재와 예술, 패션과의 만남이 가장 큰 특징이다. 효성첨단소재의 시트벨트, 카페트, 에어백 쿠션 등을 현대적으로 풀어낸 작품을 비롯해 패션 브랜드 ‘강혁’이 아라미드 섬유로 만든 업사이클링(재활용의 상위개념) 패션을 볼 수 있게 구성됐다. 아라미드는 강철보다 5배 강하고 500도의 높은 온도에도 견디는 고강도소재로 방탄복, 항공우주, 타이어코드, 광케이블 등 다양한 분야에 적용된 소재다.
팝업은 여러 첨단소재에 대한 설명을 복잡하게 늘어놓기보다 패션과 작품 형태로 전시하며 자연스럽게 관람객의 눈에 스며들도록 했다. 효성첨단소재 측은 “성수동 팝업을 본 현대백화점 측에서 먼저 전시를 제안했다”며 “앞선 팝업이 MZ세대의 핫플레이스인 성수동에서 열려 젊은 세대의 관심을 주로 받았다면, 이번엔 백화점으로 장소를 옮기면서 아트와 패션에 관심이 많은 20~50대로 주요 타깃층이 확대됐다”고 밝혔다.
콘텐츠도 추가됐다. 효성첨단소재 측은 “이번 팝업은 자사의 제품을 쉽게 접하고, 체험할 수 있는 문화공간이 되는 데 주안점을 뒀다. 특히 효성첨단소재의 미래 지향적이고 친환경적인 면모를 친근하고 유쾌하게 보여주려 했다”며 “효성첨단소재의 제품과 기술 전시를 보강하는 차원에서 이번 팝업엔 시트벨트와 카페트를 추가했고, 친환경 브랜드 119레오(REO)와 협업해 아라미드 방화복을 업사이클링한 패션 잡화도 전시한다”고 밝혔다.
상생의 의미도 더했다. 효성첨단소재는 비주얼 아티스트 플랫폼 픽스필즈(Pixpills)와 손잡고 1월 신진작가들을 대상으로 아트 공모전을 진행했다. 신진작가들의 시선으로 바라본 효성첨단소재의 브랜드 이미지와 특징이 작품으로 탄생했고, 이중 수상작 48점을 팝업에 선보였다. 특히 할매(HALMAE) 작가와 몬씨(MONCEE) 작가의 컬러풀한 작품은 효성과 어메이징브루잉컴퍼니가 협업한 맥주 라벨 디자인으로 채택되기도 했다.
효성첨단소재 측은 “HALMAE와 MONCEE 작가의 작품은 창의적이면서도 효성첨단소재의 미래 소재 이야기를 재미있게 풀어낸 점이 특징”이라며 “컬러풀한 아트 공모작과 풍선처럼 보이는 에어백 조명, 그리고 알록달록한 여러 색상의 시트벨트가 한 공간에서 시각적으로 잘 어우러지며 20대 방문객과 가족 단위 방문객으로부터 긍정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고 밝혔다.
팝업 비롯해 광주비엔날레·기관 후원 등 이어와
팝업은 효성첨단소재의 ‘미래 소재(Future Materials)’ 브랜드에센스(브랜드의 본질) 커뮤니케이션 활동 일환으로 마련됐다. 이론적으로 설명하면 다소 어렵게 느껴질 수 있는 효성첨단소재의 친환경 활동들과 브랜드 정체성을 대중에게 익숙한 팝업 형태로 예술과의 만남까지 아우르며 쉽게 접할 수 있게 돕는 것.
효성첨단소재 측은 “새롭고 미래지향적인 안전함과 편안함, 그리고 친환경성이 효성첨단소재의 새로운 정체성이다. 이를 대중이 체감할 수 있게 직접적인 캠페인 실행의 필요성을 느꼈다”며 “‘미래 소재를 통한 새로운 안전함과 편안함의 발견(Discover New Safety & New Comfort through Future Materials)’이라는 메시지 아래 예술작품을 통해 효성 제품의 첨단성과 새 브랜드 이미지를 대중에게 친근하게 전달하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이는 평소 친환경 패션과 섬유 트렌드에 큰 관심을 갖고 있는 효성 조현준 회장의 의지에서 비롯된 것이기도 하다. 앞서 2021년 조현준 회장은 패션브랜드 강혁 측에 먼저 협업을 제안하며 에어백 원단을 무상으로 공급했다. 재활용 소재로 의류를 만드는 강혁과 버려진 페트병으로 친환경 섬유를 만드는 등 지속가능경영을 실천하고 있는 효성의 기업가치가 만나 MZ세대를 중심으로 불고 있는 윤리적 가치소비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 판단했기 때문.
당시 효성첨단소재가 제공한 에어백 원단은 치수 등 규격이 맞지 않아 판매하지 못했던 제품으로, 자켓 700벌을 만들 수 있는 양이었다. 자칫 쓰레기가 될 뻔 했던 이 원단은 강혁의 손을 통해 스키복 콘셉트의 자켓, 팬츠 등 의류 23종으로 새 생명을 부여받았고, 그해 5월 컬렉션 무대의 주인공이 됐다. 이는 성공적인 협업 사례로 주목받았고, 인연은 현재 팝업으로 이어졌다.
팝업 뿐 아니라 후원 형태로도 효성은 예술과의 동행을 꾸준히 이어 왔다. 조현준 회장은 평소 “지속적인 문화예술 후원으로 보다 많은 시민이 문화예술을 가까이에서 접할 수 있고, 또 그 감동을 함께 나눌 수 있는 사회를 만들고 싶다”고 강조한 바 있다.
대표적으로 4월 7일 개막해 7월 9일 막을 내린 제14회 광주비엔날레에 전시관용 카페트를 후원했다. 광주비엔날레 후원은 올해로 3년째다. 광주비엔날레는 1995년에 처음 열린 후 2년마다 열리는 국제미술전으로, 올해엔 세계 32개국에서 79명(팀)의 작가가 참여해 ‘물처럼 부드럽고 여리게’를 주제로 전 지구적 공존과 연대를 담았다. 효성첨단소재가 제공한 카페트는 광주비엔날레 주 전시관인 ‘광주비엔날레 전시관’과 외부 전시 공간인 ‘예술공간 집’ 등지에서 국내외 작가들의 현대미술 작품 전시에 활용됐다.
4월엔 서울문화재단에 서울장애예술창작센터 후원협력을 위한 기부금 1억 원을 전달했다. 서울장애예술창작센터는 서울문화재단이 운영하는 장애예술가 창작 레지던시로, 2007년 잠실종합운동장 내에 ‘잠실창작스튜디오’란 이름으로 처음 개관해 현재까지 총 160여 명의 입주 장애예술가들을 선발하고 지원해 왔다.
효성이 기부한 기부금은 서울장애예술창작센터의 입주 장애예술가 대상 ‘입주작가 창작지원 프로그램’ 사업비로 전액 사용된다. 이 사업은 장애예술가를 대상으로 교육, 비평, 워크숍, 네트워킹 등을 지원하는 역량강화 프로그램을 비롯해 오픈스튜디오, 기획전시 등으로 구성돼 연간 운영하고 있다.
기부금 전달식에서 서울문화재단 이창기 대표이사는 “세계적인 경기침체 상황 속에서도 장애예술가들의 창작 활동에 지속적인 후원을 이어온 효성 측에 감사하다”고 말했다. 효성은 기업과 기관이 협력해 장애예술인의 창작 활동을 지원하는 우수 협력사례로 평가받으며 2020년 12월, 서울특별시가 선정하는 ‘민관협력 우수기관’으로 선정돼 서울특별시장 표창을 수상하기도 했다.
브랜드 이미지 제고 및 대중과의 소통 범위를 넓히는 시너지 효과를 거둔 효성은 앞으로도 예술과의 동행을 이어갈 계획이다. 효성첨단소재는 ‘미래 소재(The Material from Futre)’를 테마로 국내뿐 아니라 글로벌 아티스트들과 협업을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효성첨단소재 측은 “자사의 혁신과 ESG(환경·사회·지배구조), 브랜드 역량을 기존 고객뿐 아니라 잠재고객에게도 알릴 수 있도록 다양한 활동을 집중 전개하겠다”고 밝혔다.
< 문화경제 김금영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