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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이 마케팅①] “제발 철들지 마세요”…유통가, 어른이 입맛·취향 저격

농심·롯데웰푸드·백화점 3사·이디야커피·탐앤탐스 등 관련 마케팅 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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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761호 김금영⁄ 2023.12.05 17:19:17

어린이 중심이었던 과자 시장이 어른이(어른+어린이)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 사진은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서 시민이 과자를 고르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요즘 유통가에서는 ‘어른이’가 대세다. 어른이는 ‘어른’과 ‘어린이’의 합성어로, 어른이 됐어도 어린 시절의 취미를 유지하거나, 관련 콘텐츠에 아낌없이 지갑을 여는 소비층을 일컫는다. 주요 소비층으로 부상한 이들에게 유통업계는 ‘제발 철들지 말라’고 호소하며 입맛부터 취향까지 맞추는 다양한 마케팅을 전개하고 있다.

농심·롯데푸드 ‘어른이 입맛 맞추기’

농심 ‘먹태깡’ 제품 이미지. 사진=농심

요새 마트나 편의점에서 찾아보기 힘든 과자가 있다. 바로 ‘먹태깡’이다. 농심이 지난 6월 26일 처음 선보인 먹태깡은 출시된 지 12주 만에 600만 봉이 넘게 팔려나갔다. 먹태깡은 농심이 여섯 번째로 선보인 ‘깡’ 스낵이다. 농심이 대표제품 ‘새우깡’의 인기를 이어갈 후속 제품을 개발하고자 2021년 진행한 사내 제품개발 공모전에서 대상을 받은 게 먹태깡이다.

먹태깡이 다른 과자와의 차별되는 부분은 ‘어른용 과자’라는 정체성을 확고히 한 상태에서 출발했다는 점이다. 농심이 먹태깡의 성공 요인으로 분석한 것이기도 하다. 일반적으로 과자는 어린이가 선호하는 카테고리로 치부돼 달콤한 맛을 위주로 개발되는 경향이 강했는데, 먹태깡은 과자를 좋아하는 어른의 입맛을 사로잡는 데 주안점을 뒀다.

농심 측은 “맥주 안주로 인기 있는 먹태와 청양마요소스 조합을 스낵으로 즐길 수 있도록 해보자는 연구원들의 아이디어가 바탕이 됐다”며 “먹태 특유의 풍부한 감칠맛이 특징이며, 먹태와 함께 소스로 곁들이는 청양마요맛을 첨가해 짭짤하면서 알싸한 맛을 살렸다”고 설명했다. 그 결과 먹태깡은 출시 직후부터 ‘맥주 안주로 어울리는 스낵’, ‘진정한 어른용 과자’로 평가받으며 인기를 얻었다.

롯데웰푸드의 ‘오잉 노가리칩 청양마요맛’ 제품 이미지. 사진=롯데웰푸드

이처럼 어른이의 입맛에 맞춘 이른바 ‘어른용 안주 스낵’ 시장의 움직임이 활발하다. 이에 맞춰 롯데웰푸드도 담백한 노가리에 매콤 고소한 청양마요맛을 더한 ‘오잉 노가리칩 청양마요맛’을 9월 초 출시했다. 롯데웰푸드가 기존에 내놓은 ▲오잉 해물맛 ▲오잉 포차 꾸이오잉칩 ▲숏다리 오잉 등에 이은 오잉 시리즈로 오잉 포차 꾸이오잉칩을 리뉴얼했다. 롯데웰푸드는 해당 제품을 연초부터 준비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웰푸드 측은 “안주로 과자를 찾는 젊은 층이 늘어나면서 기존 오잉 제품에 노가리 콘셉트를 입힌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최근 과자 시장 트렌드가 기존 어린이 중심에서 성인 중심으로 옮겨가고 있다. 이에 성인의 입맛을 맞춘 제품 개발이 더욱 중요해졌다”며 “이는 출산율이 낮아지면서 어린이를 위한 과자보다 어른을 위한 과자에 대한 수요가 늘어난 영향도 있다”고 진단했다.

백화점 3사, ‘어른이 취향 맞춘 팝업’ 전개

현대백화점 신촌점에서 열린 ‘2023 짱구는 못말려 시네마퍼레이드 투어 팝업 스토어’ 현장 모습. 사진=김금영 기자

신촌 현대백화점의 한 공간에 길게 줄이 늘어서 있었다. 흥미가 생겼지만 바로 들어갈 수는 없었다. 이곳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먼저 다른 곳에서 예약을 해야 했고, 이후에도 줄을 서서 자신의 입장 시간까지 기다려야 했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기다림에 주저함이 없었다. 줄을 선 대부분은 가족 단위 고객보다는 2030‧3040세대여서 눈길을 끌었다. 이는 11월 초 현대백화점 신촌점에서 열린 ‘2023 짱구는 못말려 시네마퍼레이드 투어 팝업 스토어(이하 짱구 팝업)’ 현장 모습이었다. 스위트스팟이 대원미디어와 협업해 현대백화점에 선보인 팝업이다.

이처럼 어른이의 ‘입맛’뿐 아니라 ‘취향’에 맞춘 팝업도 활발하게 마련되고 있다. 특히 캐릭터 팝업이 눈에 띈다. 짱구 팝업도 이러한 일환이다. 짱구는 1990년대 초부터 전 세계 40여 개국 출판·방영을 통해 꾸준한 인기를 얻은 캐릭터다. 특히 어렸을 때 짱구를 보고 자란 어른이 팬층이 탄탄하다. 걸그룹 에스파 멤버 카리나는 여러 방송에서 ‘크레용 신짱’이 최애 만화 중 하나라고 밝히며 “특히 맹구 캐릭터를 좋아한다”고 애정을 아낌없이 드러낸 바 있다.

짱구 팝업 현장을 찾은 30대 김세희 씨는 “짱구 만화를 좋아해서 관련 팝업이나 행사가 열리면 꼭 예약을 해서라도 방문하는 편”이라며 “어렸을 땐 짱구 상품을 사고 싶어도 부모님에게 조르거나 참아야 했는데, 이젠 내가 번 돈으로 아낌없이 사는 쾌감이 있다. 오늘도 10만 원 이상 썼다”고 말했다.

롯데백화점 잠실 월드몰에서 ‘디즈니 플러피 페스티벌’을 구경 중인 고객. 사진=롯데쇼핑

롯데백화점은 ‘잔망루피’, ‘포켓몬스터’, ‘라인프렌즈’ 등의 캐릭터 행사를 꾸준히 열며 어른이의 관심을 끌어왔다. 최근엔 월드몰 5층 ‘노티드 월드’에서 일러스트레이터 최고심과의 컬래버 팝업을 11월 22일까지 진행했다. 최고심은 단순하고 재치있는 문구로 MZ세대에게 인기를 끄는 캐릭터로, 팝업 첫날인 11월 9일부터 매일 오픈런이 발생했다.

캐릭터 팝업에 대한 어른이의 뜨거운 관심은 ‘디즈니 플러피 페스티벌’이 이어갔다. 디즈니 플러피 페스티벌은 지난해 중국과 홍콩에서 인기몰이에 성공한 ‘디즈니·픽사’의 축제로, 디즈니·픽사의 다양한 캐릭터 중 털뭉치 캐릭터들만 모았다. 이 행사는 중국의 강후이 헝룽 광장, 홍콩의 랭함 팰리스에서 가족 단위 고객뿐 아니라 2030세대 고객에게도 호응을 받았다.

이 행사는 국내에선 처음으로 롯데백화점을 통해 열리고 있다. 롯데백화점은 잠실월드몰(11월 15일~12월 14일), 수원점(11월 24일~12월 10일), 부산 광복점(12월 16~31일) 등 세 점포에서 팝업을 순차적으로 진행한다.

헬로키티 생일파티 팝업스토어에서 모델들이 상품을 선보이고 있다. 사진=신세계백화점

신세계백화점은 11월 1일 ‘헬로키티’의 생일을 맞아 센트럴시티 1층 오픈스테이지와 강남점 지하 1층 특설행사장에 팝업을 열고 헬로키티 팬과 MZ고객 모시기에 나섰다. 1974년 태어난 헬로키티는 50년 가까이 전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캐릭터다. 신세계백화점은 “아이들의 동심을 사로잡고 어른들에게는 추억을 선사하는 캐릭터”라고 소개했다.

약 3m 높이의 초대형 키티와 ‘헬로키티 하우스’를 설치해 포토존과 볼거리를 갖췄다. 헬로키티 하우스엔 오토 포커스 카메라, 디지털 계산기 등 역대 굿즈 포토존을 마련했다. 동시에 강남점 지하 1층 특설 행사장에는 헬로키티 굿즈와 글로벌 캐릭터 기업 산리오코리아의 ‘산리오캐릭터즈’ 굿즈를 위한 공간을 마련했다.

커피업계, ‘어른이 취향 저격’ 컬래버 굿즈 출시

이디야커피는 산리오코리아와 협업한 새 굿즈를 11월 30일 한정 출시했다. 사진=이디야커피

어른이의 ‘입맛’과 ‘취향’에 맞춘 팝업과 더불어 ‘컬래버레이션 굿즈’도 눈길을 끈다. 이디야커피는 산리오캐릭터즈와 협업한 새 굿즈를 11월 30일 한정 출시했다. 앞서 6월 선보인 흥행에 이어 선보이는 ‘이디야커피X산리오캐릭터즈’ 시즌 2다.

새롭게 출시한 굿즈는 ▲따끈따끈 핫팩 ▲랜덤 피규어 마그넷 총 2가지 품목이다. 따끈따끈 핫팩은 ‘쿠로미’, ‘마이멜로디’, ‘시나모롤’, ‘폼폼푸린’, ‘헬로키티’ 등 5종이며 이디야의 겨울 디자인이 새겨진 휴대용 핫팩으로 겨울 추위에 대비할 수 있도록 출시됐다.

지난 시즌 품절 대란의 주인공인 랜덤 피규어 마그넷도 겨울 한정 디자인으로 재출시된다. 이번 시즌엔 헬로키티가 추가돼 총 5종으로 즐길 수 있다. 랜덤 피규어 마그넷은 마그넷으로 사용할 수 있고, 동봉된 볼체인을 연결해 키링으로도 활용 가능할 뿐만 아니라 캐릭터를 모으는 재미 또한 느낄 수 있게 한다.

탐앤탐스는 EBS 대표 캐릭터 ‘펭수’와 굿즈 출시, 팝업 스토어 등 다양한 협업을 전개 중이다. 사진=탐앤탐스

탐앤탐스는 EBS 대표 캐릭터 ‘펭수’와 꾸준한 협업을 이어오고 있다. BTS 같은 스타가 되기 위해 남극에서 헤엄쳐 왔다는 사연을 지닌 펭수는 ‘20~30대의 뽀로로’라 불리며 어린이보다 어른이 팬이 더 많은 것으로 유명하다. EBS에 따르면 펭수의 공식 유튜브 채널 ‘자이언트 펭TV’ 시청 연령층은 만 18~24세 24.6%, 만 25~34세 40.2%, 만 35~44세 21.8%, 만 45~54세 7.8%로 어른이에게 폭넓게 사랑받고 있다.

탐앤탐스는 펭수와 컬래버한 MD를 쇼핑 라이브 등을 통해 선보여왔다. 이번엔 더 클래식 압구정로데오점, 탐스커버리 건대점, 블랙 압구정점 3개 매장에서 ‘탐앤펭수 팝업’을 12월 1~3일 열며 오프라인에서도 관련 상품을 만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했다.

 

약 5만 원 상당의 인기 탐앤펭수 제품들을 최대 50% 저렴하게 소장할 수 있는 럭키박스 2종도 마련했다. 탐앤탐스 MD 제품, 탐앤펭수 굿즈 및 럭키박스 구매 시 펭수 쿠키를 증정했고, 럭키 박스 중에는 ‘럭키 티켓’이 동봉된 스페셜 박스가 숨어있었다. 일반 럭키 박스 1종의 경우 직영점 16곳에서도 동시에 만나볼 수 있게 했다.

 

소비 주축에 선 어른이들

농심이 6월 26일 선보인 '먹태깡'은 출시되자마자 오픈런이 벌어지며 품귀 현상이 벌어졌다. 사진=연합뉴스

소비력을 갖춘 어른이를 겨냥한 마케팅 효과는 톡톡하다. 어른이 입맛을 맞춘 먹태깡을 선보인 농심은 3분기 연결기준 매출 8559억 원, 영업이익 557억 원을 기록하며 함박웃음을 지었다. 영업이익은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103.9% 늘었고, 당기순이익은 76.9% 증가했다. 관련해 농심 측은 “국내 라면·스낵 등 신제품 효과가 좋은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먹태깡은 현재까지도 편의점, 마트 등에서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품귀 현상을 보이고 있다. 농심은 높은 수요에 대처하기 위해 당초 부산공장에서 생산했던 먹태깡을 지난 8월부터는 아산공장으로까지 확대했다. 제품 출시 초기 주당 30만 봉 수준이던 생산량은 현재 60만 봉으로 2배 늘어난 상태다.

 

롯데웰푸드 또한 노가리칩 공식 출시 이전 자사몰 스위트몰에서 사전 예약 판매를 진행했는데, 1시간도 안 돼 준비물량이 전략 소진되는 등 인기를 끌었다.

롯데백화점 잠실 월드몰에서 '디즈니 플러피 페스티벌' 팝업매장에 고객이 몰린 모습. 사진=롯데쇼핑

캐릭터를 중심으로 한 어른이 취향 공략도 성공적이다. 현대백화점 신촌점에 앞서 판교점, 대구점 등에서도 짱구 팝업이 열렸는데, 판교에서는 오픈 첫날 500명이 넘는 대기자가 발생하고, 부산 팝업 또한 300명 가량 대기가 이어지는 등 많은 관심 속 누적 방문객 15만 명을 기록하며 흥행했다.

 

롯데백화점이 최근 동탄점에서 진행한 ‘캐치티니핑’ 싱어롱 이벤트 사전 접수에는 5분 만에 모집인원 1000명이 모여 마감됐고, ‘와다다곰’ 팝업을 진행한 광복점에서는 1만5000여 명이 방문해 문전성시를 이뤘다. 신세계백화점 또한 헬로키티 생일 기념 팝업 기간 동안 주말을 포함한 5일 동안 8000여 명의 고객이 강남점에 마련된 팝업을 찾아 상품을 구매한 것으로 나타났다.

신세계백화점이 전개한 헬로키티 생일파티 팝업스토어에 사람들이 줄을 서 있다. 사진=신세계백화점

이디야커피는 상반기 산리오코리아와 협업해 선보인 산리오캐릭터즈 제품 4종이 출시 약 10일 만에 누적 판매 30만 개를 돌파했다. 해당 컬래버를 통해 다양한 온·오프라인 행사를 기획해 고객과의 소통 활동에 우수한 성과를 인정받아 최근 ‘디지털 콘텐츠 대상’ 컬래버 부문에서 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이 열기는 더욱 뜨거워질 것으로 보인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2005년 2조700억 원이었던 국내 캐릭터 시장 규모는 저출산 시대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20조 원까지 커지며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롯데백화점 측은 “국내 캐릭터 시장 열기가 어른을 중심으로 뜨거워지고 있다. SNS와 웹툰을 통해 새로운 캐릭터들이 계속 생겨나고 레트로(Retro, 복고) 트렌드가 지속됨에 따라, 과거 어린이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캐릭터 시장을 어른들이 주도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롯데백화점이 잠실 롯데월드몰 5층에서 진행한 '노티드X최고심' 팝업 입구 및 굿즈 판매 공간. 사진=롯데쇼핑

어른이의 관심을 끌어들이기 위해선 지속적인 취향 공략이 필요하다. 뻔하지 않고, 희소성 등의 가치를 갖춘 상품을 내놓는 전략 등이 눈에 띈다. 신세계백화점의 경우 헬로키티 팝업 당시 소장가치 높은 한정판 굿즈를 신세계에서만 단독 선판매로 만나볼 수 있게 했다. 1975년에 출시된 헬로키티 최초의 굿즈인 동전지갑(M사이즈), 50주년을 기념해 한국에서만 발매하는 K패션 헬로키티 디자인을 포함한 7종의 스트랩, 헬로키티 레트로 탁상 시계 등 헬로키티 팬들의 취향을 저격할 다양한 상품들도 선보였다.

 

탐앤탐스는 12월 초 펭수 팝업에서 오프라인 최초, 탐앤탐스 단독으로 팝센토이의 신규 펭수 굿즈 95종을 선공개했다.

 

< 문화경제 김금영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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