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64호 김예은⁄ 2024.01.18 16:52:08
현대자동차그룹은 지난 2022년 10월, 2025년부터 전 세계에서 판매하는 모든 현대차그룹 차량을 ‘소프트웨어 중심의 자동차(SDV, Software Defined Vehicle)’로 대전환해 새로운 스마트 모빌리티 시대의 문을 열 것이라 선포했다.
SDV생태계 하에서 고객들은 무선(OTA, Over-the-Air) 소프트웨어를 기반으로 성능과 기능이 업데이트되며 지속적으로 진화하는 자동차를 경험하게 된다. 현대차그룹은 그룹의 커넥티드 카 서비스 생태계 내에 고객들을 결집한다
현대차그룹은 데이터 플랫폼을 구축하고 차량의 생애주기 전반에서 생성되는 다양한 데이터를 서로 연결하고 가공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통해 기존에 없던 가치와 혁신 서비스를 창출하고, 소프트웨어 업데이트·구독 등을 통해 고객마다 개인화된 모빌리티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구상이다. 또한 이를 물류, 쇼핑, 레저, 숙박 등 다양한 이종 산업과도 제휴할 계획이다.
나아가 현대차그룹은 글로벌 소프트웨어센터를 중심으로 미래 모빌리티와 로지스틱스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하기 위한 소프트웨어 중심의 모빌리티용 디바이스와 솔루션을 개발하고 있다. 현재 독자적으로 구축되고 있는 미래 모빌리티 제품군 역시 소프트웨어 중심으로 개발해 하나의 계정만으로도 미래 항공 모빌리티(AAM, Advanced Air Mobility), 목적 기반 모빌리티(PBV, Purpose Built Vehicle), 로보택시, 로봇 등과 연동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현대차그룹 연구개발본부장 박정국 사장은 SDV의 미래를 처음으로 선포하는 자리에서 “새로운 기술 개발과 혁신을 통해 물리적인 한계를 넘어서고 이동 경험을 새롭게 하도록 차의 개념을 다시 정의하겠다”며 “데이터와 소프트웨어 기반으로 제품과 비즈니스를 전환해 모빌리티 패러다임 전환의 주역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룹 중장기 소프트웨어 전략 SDx 발표
이 같은 현대차그룹의 중장기 전략은 2024년 SDx(Software-defined everything)로 보다 구체화했다. 현대차그룹은 CES2024를 통해 포티투닷(42dot)과 함께 자체 개발 중인 실증 소프트웨어 및 AI 기술을 선보이며 SDx 전략과 세부 기술을 대중에 공개했다.
포티투닷은 2019년 네이버 최고 기술 책임자 출신인 송창현 대표가 설립해 2022년 현대차그룹에 인수된 자율주행 모빌리티 개발 스타트업으로, 현재 현대차그룹의 글로벌 소프트웨어센터로서 SDV 전환의 선봉장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현대차그룹 SDx의 최종 목표는 소프트웨어로 정의된 차량과 플릿(fleet, 운송·물류·유통 등을 목적으로 하는 차량 그룹)으로 이동 데이터를 축적하고 인공지능(AI)과 접목하여 다양한 이동 솔루션으로 확장한 후, 로지스틱스, 도시 운영 체계 등과 연결된 미래 모빌리티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이다.
현대차그룹의 SDx는 소프트웨어 중심의 차량 개발 체계를 전환하는 SDV (Software-defined vehicle)에서 출발한다. SDV란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분리(decoupling)하여 각각 개별적인 개발 및 업데이트가 가능한 ‘소프트웨어 중심의 아키텍처’를 구축하는 것을 의미한다.
SDV개발 방식이 모빌리티 전반에 확산하면 차량의 정확한 위치와 상태를 투명하고 정교한 데이터를 통해 실시간으로 확인함으로써 효율적인 차량관리가 가능해진다. 더불어, 교통, 운송 인프라 등 외부 데이터와의 연결성도 높아져 문제 상황 발생 시 최신 데이터에 기반한 의사결정이 즉각적으로 가능하다.
현대자동차는 이를 기반으로 플릿 비즈니스 솔루션을 강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SDx 솔루션 하에서 비즈니스 파트너들은 민첩한 상황 대응은 물론, 차량 운영을 최적화하고 차량 관리 및 감독 업무 부담 또한 줄일 수 있게 된다.
나아가 모빌리티 전반을 소프트웨어 중심으로 전환하면 AI 기능을 다양하게 구현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데이터 수집부터 전처리, 모델 학습, 평가 및 배포까지 지속적으로 운영되는 머신 러닝 프로세스(MLOps)를 적용하기 쉽다.
머신 러닝 프로세스가 적용된 차량 기술과 서비스는 시스템 유지 및 업데이트가 자동화돼 항상 최신 데이터와 트렌드를 통합, 관리할 수 있고 잠재적인 문제를 예측, 예방하고 이슈 발생 시 즉각 해결할 수 있다. 이러한 과정은 이동 디바이스, 모빌리티, 로지스틱스, 나아가 도시 전반 체계의 안정적이고 효율적인 운영으로 이어진다.
이를 위해 현대차그룹은 먼저 사용자 편의를 높이기 위한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차량용 앱마켓 구축을 통해 외부 개발자들이 직접 참여하여 킬러 앱을 개발할 수 있도록 ‘소프트웨어개발키트(Software Development Kit, SDK)’를 공유한다.
또한 자체 개발한 대형 언어 모델 (Large Language Model, LLM) 기반 음성 어시스턴트와 AI내비게이션을 적용해 사용자가 보다 안전하고 편리하게 차량과 상호작용할 수 있는 사용자 경험(user experience, UX)을 구현할 계획이다.
SDx 전략의 최종 지향점인 ‘클라우드 트랜스포테이션(Cloud Transportation)’에서는 사람과 디바이스, 그리고 도시 인프라가 연결된 미래 모빌리티 생태계가 구축된다.
도시 교통을 소프트웨어와 AI 중심으로 재정의하면 사용자는 사용자 위치나 이동 등 일상 속의 다양한 상황과 환경, 맥락을 인지하고 이동 디바이스나 서비스 등을 적시에 이용할 수 있다. 이를 통해 누구나 쉽고 편리한 이동의 자유를 누릴 수 있다.
이는 현대자동차그룹이 CES 2024에서 발표한 ‘Ease every way’ 비전과 맞닿아있다. 모두의 삶이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모빌리티 서비스로 이동의 편의와 자유를 경험하도록 하는 것이다.
이번 CES2024 전시 공간에는 퍼스널 모빌리티부터 공공 모빌리티, 물류에 이르기까지 개인부터 도시까지 확장되는 미래 모빌리티 콘셉트가 단계별로 구현됐다.
퍼스널 모빌리티 DICE(Digital Curated Experience)는 AI를 기반으로 개인에게 최적화된 소프트웨어 기술을 통해 이동 중 개인화된 디지털 경험을 제공하는 플랫폼이다. DICE를 이용한다면 개인 기기 연동을 통해 개인의 일정과 목적지 등을 파악하고 이동하는 곳들의 명소, 식당 등 맞춤형 여정을 제안받을 수 있다. 이동 중 갑작스럽게 일정이 변경된다면 해당 일정을 경로에 반영하고, 바이오 센싱을 통해 컨디션을 체크하며 건강 상태를 확인할 수 있는 '테라피 모드(Therapy Mode)'도 작동할 수 있다.
공공 모빌리티 SPACE(Spatial Curated Experience)는 다양한 탑승객들의 니즈를 충족하기 위해 사용자 조건에 맞춘 최적화된 공간과 맞춤형 시트를 제공한다. 나아가 지상고 제어 기능을 통해 휠체어, 마이크로 모빌리티, 반려동물 등에게 편안한 승하차를 지원한다. 이와 더불어, 도어에 배치된 투명 대형 디스플레이를 통해 맞춤형 컨텐츠를 즐길 수 있으며 인테리어 콘솔에 적용된 AI 에이전트와의 교감으로 여정 중에 필요한 다양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CITY POD은 소프트웨어 기술에 기반한 무인 대형 모빌리티로 ‘자동 물류 분류 시스템’을 가능케한다. 모듈 결합형 시스템을 취하고 있으며, 각각의 POD은 필요에 따라 자동으로 연결 또는 분리되어 도로는 물론 건물 내부에서도 고객에게 직접 물건을 전달할 수 있다. 이를 통해 효율적이고 체계적인 미들 마일(Middle mile)과 라스트 마일(Last mile) 물류 서비스를 제시한다.
스트레치(Stretch)는 보스턴 다이내믹스에서 개발한 물류 상하차 로봇으로, 짐을 실은 트레일러와 배송용 컨테이너를 비우는 작업을 수행한다. 인공지능을 바탕으로 모든 상자에 대해 실시간으로 결정을 내리며 스스로 세운 규칙에 따라 물류를 분류하기 때문에, 사전에 별도의 정보를 입력하지 않아도 작동할 수 있다. 최대 무게 50파운드(약 22.7kg)의 상자를 운반할 수 있으며 한 번에 여러 상자를 집을 수도 있는 것이 특징이다.
CES2024 전시부스에서 현대자동차가 공개한 SDV 세부 기술은 ▲SDV 전기·전자 아키텍처(Electrical·Electronics Architecture) ▲HPVC(high-performance vehicle computer) 등이다.
SDV 전기·전자 아키텍처는 SDV의 핵심 하드웨어 구조를 구현한 것으로 차량의 카메라, 레이더, 센서들이 도로를 인식하고 차량에 내장된 통합 제어기가 작동해 자율주행이 이뤄진다.
HPVC(high-performance vehicle computer)는 SDV 핵심 기술들을 통합한 하드웨어로 SDV의 모든 제어기들을 통제하며, 소프트웨어 기술들이 차에 적용될 수 있도록 도와주는 SDV의 두뇌 역할을 수행하는 통합 제어기다. HPVC는 운전자의 주행을 돕고 차량 내부에서 생성되는 데이터 간의 게이트웨이 역할을 하며 고성능 컴퓨터로서 차량의 성능, 안전, 편의성을 크게 향상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포티투닷은 HPVC와 제어기들로 재편되는 하드웨어뿐 아니라 이를 기반으로 차량 내 애플리케이션을 안정적이고 효율적으로 작동하도록 해주는 운영 체제인 SDV OS도 개발하고 있다.
또한 데이터 기반의 머신 러닝 운영인 MLOps(Machine Learning Operations)과 데이터 운영인 DataOps(Data Operations)을 통해 지속적으로 자율주행 기술을 고도화시키는 시스템을 개발 중이다. 이 밖에도 SDV와 탑승자 사이의 자연스러운 의사소통을 지원하는 대화형 AI 비서와 차량을 넘어 도시까지 확장되는 SDV 기술, 사이버보안 및 안전 주행 제어를 위한 기술을 통해 SDx 생태계를 완성한다는 구상이다.
2025년, 모빌리티 생태계와 수익구조 전환 일어날 것
현대자동차는 SDV를 기반으로 신규 모빌리티 생태계를 조성하면 기업의 수익 구조가 크게 전환될 것이라고 밝혔다.
먼저, SDV 하에서 하드웨어·소프트웨어 플랫폼을 공용화 하면 차급과 관계없이 부품을 공유할 수 있어 전반적으로 차량 개발 효율성을 높이고 제조 원가를 약 20% 이상 절감할 수 있다.
차량 판매 이후에도 고객이 필요한 소프트웨어 기능을 선택적으로 구매할 수 있는 구독형(FoD, Feature on Demand) 서비스를 확대해 고객의 다양한 니즈를 충족시키고 동시에 서비스 판매 매출을 기대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글로벌 소프트웨어센터를 중심으로 다양한 모빌리티 디바이스와 서비스를 연결하는 새로운 모빌리티 생태계를 조성하고 신사업에 진출해 수익성을 확보할 계획이다.
<문화경제 김예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