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64호 김응구⁄ 2024.01.18 15:08:53
자치구는 늘 바쁘다. 한 해 계획을 빠듯하게 세워 이를 차질없이 진행하려면 하루 24시간이 모자라다. 그 과정에서 신사업도 추진하고 기존 사업을 보완하거나 확대하기도 한다. 신사업 중 좋은 아이템은 다른 자치구로 번진다. 그러면서 알게 모르게 자치구들도 진화한다.
갑진년(甲辰年) 새해를 시작하며 서울 자치구들은 저마다 올 한 해 사업을 소개했다. 민선 8기 3년 차인 올해는 자치구별로 눈에 띄는 신사업이 몇몇 보인다. 관심이 집중되는 사업만 몇 가지 추려 소개한다.
영등포구, ‘경부선 일대 마스터플랜’ 수립… 젊은 도시로 탈바꿈
영등포구(구청장 최호권)는 올해를 시작하며 ‘새롭게 달라지는 영등포 생활’을 펴냈다. 여기엔 5개 분야 67개 정책이 담겨있다. 이 중 39개가 새로운 정책이다. 그중 가장 눈에 띄는 사업이 ‘경부선 일대 종합발전 마스터플랜 수립’이다.
1월 9일 〈철도 지하화 및 철도부지 통합개발에 관한 특별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자, 영등포구는 더욱 바빠졌다. 이번 법안 통과로 영등포는 대방역에서 신도림역까지 관통하는 철도 3.4㎞ 구간이 지하로 내려간다. 핵심 사업은 철로를 걷어낸 상부 공간과 그 주변부를 개발하는 것이다.
경부선 철도는 영등포를 남북으로 갈라놓아 120년 넘는 세월 동안 단절돼 있었다. 게다가 소음·진동, 개발 규제 등으로 주민들이 많은 불편을 겪었고, 지금까지도 지역 개발을 막는 가장 큰 저해 요인이라고 영등포구는 지적했다.
영등포구 관계자는 “청계천 사례에서 보듯 고가 철거, 하천 복원, 주변 지역 개발이 핵심이었던 점을 참고해, 서울 3대 도심 중 하나인 영등포의 위상에 걸맞도록 구민들 뜻이 반영된 마스터플랜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예를 들면 △젊은이들을 위한 창업 공간 △4차 산업 관련 첨단 일자리 유치 △법정문화도시 위상에 걸맞은 문화·휴식 공간 △도심 속 대규모 녹지 등 활용방안은 무궁무진하다.
영등포구는 올해 예산에 이번 마스터플랜을 위한 용역비 3억5000만 원을 편성했다. 정부와 서울시가 구체적인 계획을 마련하기 전에 영등포구민이 원하는 바를 선제적으로 제시해 계획에 반영되도록 제대로 준비하겠다는 각오다.
1월 5일에는 ‘경부선 일대 종합발전 방안’을 주제로 직원 대상 아이디어 발굴 워크숍을 열었다. 이 자리에선 △4차 산업 산학 밸리 조성 △경부선 숲길 조성 △영등포역 복합환승센터 구축 같은 참신한 제안들이 쏟아져 나왔다. 앞으로는 공청회나 간담회를 열어 구민들의 상상력을 총동원하는 시간도 마련할 예정이다.
최호권 영등포구청장은 “영등포 대전환의 시대로 한 걸음 더 나아가게 됐다”며 “구(區) 면적의 20%를 차지하는 준공업지역의 규제 완화, 문래동 기계금속단지 통이전과 연계하면 그 시너지 효과로 완전히 새로운 모습, ‘젊은 영등포’로 탈바꿈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 구청장은 이어 “과거 산업화 시대에 ‘한강의 기적’을 이끈 영등포가 이제는 미래 4차 산업의 중심지로 재탄생하도록 구민들이 함께 힘을 모아주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마포구, ‘약자와의 동행’ 장애인 전자신문 구독 서비스 도입
마포구(구청장 박강수)는 올해 복지·경제·환경·보건 등 4개 분야 21건 정책을 새롭게 추진하거나 확대 운영한다. 이 중 새로 추진하는 사업은 모두 여섯 가지. 대개 민선 8기 마포구 최우선 가치인 ‘약자와의 동행’을 위한 사업이다. 가장 눈에 띄는 건 장애인 대상의 전자신문 구독 서비스와 홀몸·독거 어르신을 위한 ‘효도밥상’ 서비스다.
먼저, 장애인을 대상으로 한 전자신문(뉴스레터) 구독 서비스를 도입했다. 2월부터 관내 장애 구민에게 발송을 시작한다. 정확히는 아날로그를 디지털화하는 사업이다. 기존엔 관내 장애인 250명에게 매월 두 차례씩 종이 신문을 발송했다. 하지만 시각장애인이나 고령 장애인이 이용하기 힘들다는 의견이 많았고, 이에 카카오 알림톡, 문자, 이메일로 뉴스레터를 발송하는 새로운 방식의 구독 서비스를 시작한다.
뉴스레터는 최신 사회 이슈와 장애인복지정책 뉴스를 중심으로 기사를 편성한다. 이어 주 5회 평일 오전에 대상자에게 발송한다. 이 뉴스레터에는 기사 내용을 읽어주는 기능이 포함돼있어 시각장애인이나 저시력자, 고령 장애인의 정보 접근에 유용할 것으로 기대된다.
마포구는 등록 장애인 중에서 신청받아 250명을 모집할 예정이다. 구독 신청은 1월 15일부터 24일까지 주소지 동주민센터에서 하면 된다. 위임 신청도 가능하다. 모집인원을 초과하면 소득수준과 장애 정도 등 우선순위를 고려해 선정할 방침이다.
박강수 마포구청장은 “아무리 좋은 정책과 서비스가 있어도 모르면 활용할 수 없다”며 “장애인 전자신문 구독 서비스로 관내 장애 구민 모두가 빠르고 편리하게 필요한 정보를 얻고 제때 이용해 삶의 질이 한층 높아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또 한 가지. 마포구의 핵심 사업 중 하나인 ‘주민참여 효도밥상’ 규모가 더욱 확대된다. 효도밥상은 만 75세 이상 어르신을 대상으로 주 6일 따뜻한 점심을 제공하는 사업이다. 주민 후원으로 사업비 일부를 충당하는 주민 참여사업이기도 하다.
지난해 4월 시범사업을 시작한 이후 현재 16개 전 동에서 17개 급식 시설이 운영되고 있다. 이를 통해 500여 명의 독거 어르신이 점심을 해결한다. 마포구는 올해 급식 시설 32곳을 추가로 모집해 연말까지 대상자를 1500명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강북구, ‘신강북선’ 유치에 총력… 신청사 건립도 본격 추진
이순희 강북구청장은 1월 5일 성신여대 미아운정그린캠퍼스 대강당에서 열린 신년인사회에서 “올 한 해 ‘강북형 발전’에 집중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민선 8기 강북구의 슬로건인 ‘내 삶에 힘이 되는 강북’을 만들기 위한 올 한 해 4가지 실천 주제를 소개했다.
먼저, ‘지속 가능한 성장이 있는 활기찬 도시’로 만들겠다고 했다. △화계사 사찰림 ‘치유의 숲길’ △우이령 문화공원 △맨발 산책로 등을 조성해 강북구를 도심 속 힐링 공간으로 변신시킬 계획이다. 아울러 ‘2050 강북구 탄소중립 녹색성장 기본계획’을 수립함과 동시에 투명페트병 무인 회수기를 확대 설치해 탄소중립 실현과 자원순환에도 힘쓸 방침이다.
이순희 구청장은 “사람이 모여야 상권도, 지역도 살아난다”며 “우이천을 도심 속 수변 감성 공간이자 상권과 연계해 지역경제를 살리는 강북구 대표 관광명소로 만들고, 특색이 부족한 상권은 개성과 자생력을 가지도록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두 번째는 ‘몸도 마음도 안심인 따뜻하고 쾌적한 삶의 터전’으로 만들 계획이다. 이에 대해 이순희 구청장은 “‘강북구 주거지정비 기본계획’을 수립해 지역별 특성을 반영하고, 신속통합기획·모아타운·촉진지구사업 등 정비사업이 원활히 진행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빌라관리사무소는 사업구역을 더욱 확대할 방침이다.
빌라관리사무소는 강북구가 서울에서 처음 도입한 정책이다. 이순희 구청장의 주요 공약 중 하나이기도 하다. 통(統) 단위로 빌라를 몇 개씩 모아 청소, 안전 순찰, 주차·시설 관리 등을 지원하는 정책이다. 지난해 초 번1동 694세대를 시범 구역으로 선정해 운영에 들어갔다. 강북구에 따르면 관내 전체 주택 가운데 46% 정도가 빌라다. 강북구는 2026년까지 총 30통에서 빌라관리사무소를 운영할 계획이다.
세 번째는 ‘변화가 있고 즐거움이 움트는 도시’로 만들 예정이다. 이를 위해선 ‘2040 강북구 도시발전계획’에 담긴 여러 사업을 추진한다. 방치된 빈집은 주민 커뮤니티 공간으로 탈바꿈시키고, 강북구의 정체성을 살린 디자인으로 도시미관도 개선할 방침이다. 특히, 올해는 어린이와 청년을 대상으로 한 축제를 열고, 기존 ‘4·19혁명 국민문화제’나 ‘가을밤의 음악회’는 더 많은 방문객이 찾도록 확대 개최할 예정이다.
마지막으로 ‘교통도, 소통도 잘 통하는 도시’를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이와 관련해 이순희 구청장은 “도시철도 신강북선이 ‘제2차 서울시 도시철도망 구축 변경계획’에 반영되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순희 구청장은 지난해 8월 서울시 강철원 정무부시장을 만나 신강북선 유치의 필요성을 설명하고, 이 자리에서 강북구민 등 21만8922명의 서명을 전달했다. 신강북선은 강북구 우이동 4·19민주묘지역에서 상봉역까지 잇는 서울 동북권 도시철도로, 이 역시 이순희 구청장의 민선 8기 핵심 공약사업 중 하나다. 이 노선은 강북구와 노원·도봉·동대문·성북·중랑 등 6개 자치구를 관통하며, 지하철 1·4·6·7호선과 우이신설선, 2026년 개통 예정인 동북선까지 총 6개 노선을 교차한다.
아울러 강북구 신청사 건립에 대한 뜻도 내비쳤다. 이를 통해 행정 인프라를 개선하고, 주민 중심의 열린 공간이자 지역 활성화의 구심점으로 만들겠다는 복안이다. 강북구는 올해 1월 1일 자로 단행한 행정조직개편에서 행정안전국(옛 행정관리국) 내에 ‘신청사건립추진단’을 신설했다.
추진단은 2026년 착공을 목표로 신청사 건립 기본설계와 세부 개발 계획을 수립하고, 이어 공공건축물 기획 용역관리, 신청사 내 주민편의시설 세부계획‧설계공모 관리 등을 추진한다. 강북구의 신청사 건립 조성사업은 지난해 11월 행정안전부의 중앙투자심사를 조건부 통과했다.
이순희 구청장은 “민선 8기 강북구는 올해도 구민들의 바람을 실현하기 위한 도전과 시도를 아끼지 않겠다”며 “늘 구민 여러분 목소리에 귀 기울이면서 신뢰하는 구정을 펼쳐나가도록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강남구, ‘미래전략기획단’ 신설… 강남 미래발전에 역량 집중
강남구(구청장 조성명)는 1월 1일 자로 단행한 조직개편을 통해 ‘미래전략기획단’을 신설했다.
강남구는 현재 행정문화복합타운(G-Plex) 조성을 비롯해 영동대로 복합개발, 수서역 환승센터 복합개발, 로봇거점지구 조성 등 대규모 개발사업을 동시다발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특히, 재건축·재개발 사업이 활성화되면서 발생할 부지와 기부채납시설은 초기 단계부터 균형적인 개발 계획이 필요하다.
이 같은 큰 변화를 앞두고, 강남구는 지금이 행정 역량을 집중해야 할 시기로 판단했다. 강남구에 따르면 현 정부 조직관리 지침상 정원 증원은 어려워 기존 조직을 효율적으로 구성하되 업무의 중요성을 고려해 국(局) 단위(4급) 한시 기구로 미래전략기획단을 출범시켰다.
미래전략기획단은 2과(課) 6팀으로 구성됐다. 혁신전략과는 △로봇친화도시를 추진하는 ‘로봇인공지능팀’ △미래도시 공간 발전계획을 수립하는 ‘도시계획상임기획팀’ △광역교통망 확충과 자율주행자동차·도심항공교통(UAM) 등 미래 교통수단 도입을 맡은 ‘미래교통팀’으로 나눴다.
또 공간개발과는 △국제교류복합지구, 구룡마을 도시개발 등을 추진하는 ‘도시개발팀’ △행정문화복합타운 조성과 동(洞) 복합문화센터 건립을 추진하는 ‘공공청사건립팀’ △세곡천·탄천·한강변 등 수변공간 인프라를 확충하고, 강남 ‘워커블 웨이(Walkable Way)’ 프로젝트에 박차를 가하는 ‘생태문화도시팀’으로 구성했다.
조성명 강남구청장은 “1970년대 영동개발 이후 강남은 다시 한번 대변혁의 시기를 맞고 있다”며 “조직개편을 통한 행정 역량을 모아, 강남 미래발전의 체계적인 전략을 수립하고 대규모 개발사업을 성공적으로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화경제 김응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