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원석⁄ 2024.02.07 17:41:15
지난해 국내 100대 기업의 여성 사외이사가 사상 처음으로 100명을 돌파한 것으로 나타났다. 체 사외이사 중 여성이 차지하는 비중도 4명 중 1명 수준으로 증가했다.
7일 글로벌 헤드헌팅 전문기업 유니코써치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2023년 기준 국내 100대 기업 사외이사 현황 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기준 국내 100대 기업 전체 사외이사는 총 452명으로, 이 가운데 여성은 4명 중 1명꼴(23.7%)인 107명을 차지했다. 여성 사외이사는 지난 2020년 35명(7.9%)에서 2021년 67명(15%), 2022년 94명(21%)으로 꾸준히 증가 추세를 나타냈다.
100대 기업 중 여성 사외이사를 1명 이상 둔 곳은 2020년 30곳에서 2021년 60곳, 2022년 82곳, 지난해 88곳으로 확대됐다. 여기에 여성 사내이사를 둔 기업까지 포함하면 여성이 이사회에 1명 이상 진출한 기업은 94곳이나 됐다.
이처럼 여성 이사가 늘어난 배경에는 자산 2조 원이 넘는 기업에서 이사회를 특정 성별로만 채워서는 안 된다는 개정 자본시장법이 2022년 8월부터 시행됐기 때문이라고 유니코써치는 설명했다. 하지만 이러한 규정을 어기더라도 별도의 제재 조항이 없다.
100대 기업 여성 사외이사를 살펴보면 1966년생과 1967년생이 각각 9명으로 가장 많았다. 1980년대생 사외이사는 6명으로 ▲한화손해보험 김정연(1980년) ▲한화오션 현낙희(1980년) ▲BGF리테일 최자원(1981년) ▲롯데쇼핑 전미영(1981년) ▲HL만도 박선영(1982년) ▲E1 박소라(1983년) 사외이사 모두 여성이었다.
100대 기업 중 2곳 이상에서 사외이사를 맡고 있는 여성은 ▲김태진(SK이노베이션‧현대해상) ▲신미남(S-Oil‧LG에너지솔루션) ▲여미숙(CJ대한통운‧LG에너지솔루션) ▲조승아(삼성SDS‧KT) ▲조화순(기아‧LG화학) ▲최혜리(롯데하이마트‧삼성증권) 사외이사 6명으로 파악됐다.
여성 사외이사의 출신을 보면 학계가 52.3%로 가장 많았고, 이어 재계(26.2%)와 법조계(18.7%) 순이었다. 학계 출신은 7.7%p나 증가한 반면 변호사 등 법조계 출신은 5.8%p 감소했다. 이는 여성 사외이사의 경우 법조계 출신보다 교수 등 전문성이 높은 인물을 사외이사로 더 선호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는 대목이다.
장·차관급 고위 관료 출신 여성 사외이사는 ▲유영숙 전 환경부장관(포스코홀딩스) ▲정현옥 전 고용노동부 차관(풍산) ▲이인실 전 통계청장(한화생명)이 포함됐다.
지난해 3분기 기준 여성 사외이사가 가장 많은 곳은 SK이노베이션으로 총 6명 중 절반인 3명(김주연‧이복희‧김태진)이 여성 사외이사였다.
SK이노베이션을 제외하고 100대 기업 내 여성 사외이사가 2명 이상 활약하는 기업은 18곳으로 ▲삼성전자 ▲현대차 ▲SK하이닉스 ▲기아 ▲LG디스플레이 ▲S-Oil ▲한국가스공사 ▲LG화학 ▲삼성화재 ▲SK텔레콤 ▲삼성SDI ▲롯데쇼핑 ▲LG에너지솔루션 ▲대우건설 ▲삼성전기 ▲금호석유화학 ▲아모레퍼시픽 ▲SK(주)가 속했다.
국내 100대 기업에서 사내이사와 사외이사를 포함한 전체 등기임원은 모두 728명으로, 이 가운데 여성은 116명(15.9%)으로 전년 대비 2.2%p 증가했다.
이번 조사와 관련해 김혜양 유니코써치 대표는 “100대 기업 중 상당수는 최소한의 법 규정만 충족하기 위해 여성 이사 1명 정도만 이사회에서 활약하는 곳이 많다”며 “이러한 흐름이 이어질 경우 2024년 올해 여성 사외이사 증가 속도는 다소 더뎌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문화경제 한원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