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원석⁄ 2024.02.14 17:26:00
#. A씨는 해외 가상자산거래소에서 가상자산을 구입해 이를 국내 가상자산거래소로 전송한 뒤 매각하고 이 대금을 페이퍼컴퍼니 계좌로 송금했다. 이를 허위 무역대금 등의 명목으로 해외업체 계좌로 외화 송금해 김치프리미엄(국내 가상자산 시세가 해외보다 높은 것) 수익을 공제하고 다시 이러한 행위를 반복했다.
이처럼 가상자산을 악용한 불법 외환유출이나 자금세탁 등이 기승을 부리고 있는 가운데, 지난해 가상자산을 이용한 자금세탁 의심거래보고(STR) 건수가 전년 대비 약 49%, 법집행기관 통보 건수가 약 90%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14일 금융위원회 금융정보분석원(FIU)은 올해 업무계획 중 심사·분석 분야 정책 방향을 구체화한 ‘가상자산, 불법사금융 관련 자금세탁 대응 강화 현황 및 향후 계획’에서 이같이 밝혔다.
FIU가 가상자산 범죄 관련 의심거래에 대해 모범사례를 공유하고 피드백을 확대한 결과, 지난해 가상자산사업자의 STR 건수가 전년대비 48.8% 증가한 1만6076건으로 증가했다. 또한 전체 STR 중 비중도 2022년 1.2%에서 2023년 1.7%로 늘어났다.
가상자산 거래에 대한 집중분석을 실시하고 분석시스템을 고도화한 결과 가상자산 관련 범죄 의심 사례로 검찰·경찰·국세청 등 법집행기관에 통보한 건수도 전년 대비 약 90%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구체적으로 불공정거래행위를 통해 다수의 투자자에게 피해를 입힌 가상자산 발행업자, 가상자산 투기 세력의 김치 프리미엄을 이용한 불법 외화유출 사범, 가상자산을 악용해 마약을 유통한 혐의자 등을 적발해 법집행기관에 통보했다.
아울러 작년 말부터 올해 초까지는 불법 사금융 의심거래에 대한 전략적 심사 분석을 실시해 국세청·경찰청에 불법사금융 의심 사례 100여건을 통보했다.
같은 기간 FIU는 미등록대부업자의 소득신고 누락, 대부업자의 불법재산 은닉 등을 위주로 과거 STR DB 축적자료를 분석한 결과, 미등록 대부업체를 운영하면서 연 300% 이상의 고금리 이자를 수취하거나, 다른 대부업자와 연계해 수십억 원의 금액을 대부하고 이자 수익 신고를 누락하는 등의 사례 100여건도 적발해 법집행기관에 제공했다.
FIU는 향후 신종·민생범죄 근절에 역량을 더욱 집중할 계획이다. 우선 현재 가용 인력 및 시스템을 적극 활용해 가상자산, 불법사금융, 마약, 도박 등 신종·민생범죄 관련 금융정보 분석을 강화한다. 아울러 신종·민생범죄 관련 최신 유형·사례를 금융회사 등에 적극 공유하는 한편, 심사분석 인력을 집중 투입해 신속하고 실효성 있는 정보를 분석·제공할 예정이다.
한편 중장기적으로는 가상자산 분석 전담 인력을 보강·확충하는 한편, 분석 인력에 대한 특화 교육 등을 통해 분석의 전문성을 향상시킬 것이다. 또한 가상자산 거래내역과 복잡한 이동 경로를 추적·분석할 수 있는 ‘가상자산 전용 분석시스템’ 구축을 추진하는 등 심사분석기법을 고도화할 예정이다.
범죄의 신속한 적발, 추가범죄 차단 및 범죄수익의 효과적 환수를 위한 ‘선제적 의심거래 정지제도(Suspension)’ 도입 방안도 마련할 계획이다. 의심거래 정지제도는 검찰 수사 전 단계에서 FIU가 의심거래 진행을 보류·정지하는 즉각적 조치로, 현재 국내 도입을 위한 해외사례 조사 및 도입방안 검토를 위한 전문가 연구 용역이 오는 3월까지 진행 중이다.
<문화경제 한원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