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한은)이 기준금리를 3.5%로 동결했다. 또한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2.1%, 물가상승률 전망치를 2.6%로 종전과 같이 유지했다.
22일 한은은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를 열고 이같이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번 결정은 금통위원 전원 일치로 내린 결정이다. 앞서 한은은 지난해 1월 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0.25%p 올린 3.5%로 결정한 이후 이번까지 9차례 열린 금통위에서 금리 동결 결정을 내려왔다.
금리 동결 이유에 대해 한은 금통위는 이날 ‘통화정책방향’ 자료를 통해 “물가상승률이 둔화 추세를 이어가고 있지만 전망의 불확실성이 큰 상황”이라면서 “주요국 통화정책과 환율 변동성, 지정학적 리스크 등 대내외 정책 여건의 변화도 점검해 볼 필요가 있는 만큼 현재의 긴축 기조를 유지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설명했다.
이로써 한국과 미국(5.25~5.50%)의 기준 금리 차이는 지난 2022년 9월 이후 1년 5개월 연속 2.0%p로 금리 역전 상태를 유지하게 됐다. 역대 가장 오래 지속된 금리 역전은 지난 2005년8월 9일부터 2007년 9월 17일까지 2년 1개월 간이다.
한은은 “세계경제는 둔화 흐름이 이어지겠지만 예상보다 양호한 성장세를 나타낼 것”이라면서 “주요국의 인플레이션은 낮아지고 있지만 목표수준으로 안정되기까지 상당한 기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했다.
유로존은 지난해 3분기 –0.5%의 역성장을 기록했지만 4분기 0.2%로 반등에 성공했다. 같은 기간 일본은 –3.3%로 떨어졌다가 –0.4%로 격차를 줄였고, 중국은 4.9%에서 5.2%로 성장률이 확대됐다.
국제금융시장에서는 미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조기 금리인하에 대한 기대 약화 등으로 국채금리가 상승하고 미 달러화는 강세를 나타내었다. 실제로 미국 국채금리(10년물)는 지난해 12월 3.8%에서 올해 2월 21일 4.67%로 상승했다. 한은은 “앞으로 세계경제와 국제금융시장은 국제유가 및 글로벌 인플레이션의 흐름, 주요국의 통화정책 운용 및 파급효과, 지정학적 리스크의 전개양상 등 에 영향받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은은 국내경제는 수출을 중심으로 완만한 개선 흐름을 이어갔다고 평가했다. 고용은 견조한 취업자수 증가세가 이어지는 등 전반적으로 양호한 상황이라는 진단이다. 한은은 “앞으로 국내 경제는 소비 회복세가 더디고 건설투자가 부진하겠지만 수출 증가세가 지속되면서 개선 흐름을 이어갈 것”이라면서 “올해 성장률은 2.1%로 지난해 11월 전망에 부합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주요국 통화정책의 영향, IT(정보통신) 경기 개선 속도,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구조조정의 영향 등과 관련한 전망의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이라고 내다봤다.
한은에 따르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속적으로 둔화세를 보이고 있다. 1월 소비자물가는 개인서비스 및 가공식품 가격 상승폭 축소 등으로 2.8%로 낮아졌다. 식료품 및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인플레이션율과 단기 기대인플레이션율도 각각 2.5%와 3.0%로 둔화됐다.
한은은 “앞으로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농산물가격 상승 등으로 일시적으로 소폭 높아졌다가 이후 다시 완만히 낮아져, 연간 상승률은 지난해 11월 전망(2.6%)에 부합할 것”이라면서 “근원물가 상승률은 더딘 소비 회복세 등의 영향으로 지난해 11월 전망치(2.3%)를 소폭 하회하는 2.2%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다만 향후 물가경로는 지정학적 리스크의 전개양상, 국제유가 및 국내 농산물가격 움직임, 국내외 경기 흐름 등에 영향받을 것으로 봤다.
금융·외환시장에서는 미 연준 조기 금리인하 기대 약화에 주로 영향받아 장기 국고채 금리와 원/달러 환율이 상승했다. 가계대출은 주택관련대출의 증가세가 이어졌으나 기타대출 감소세가 지속되면서 낮은 증가세를 이어갔다. 주택가격은 수도권과 지방 모두에서 하락세를 지속했으며,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과 관련한 리스크는 여전한 상황이다.
금통위는 “앞으로 성장세를 점검하면서 중기적 시계에서 물가상승률이 목표 수준에서 안정될 수 있도록 하는 한편 금융안정에 유의해 통화 정책을 운용해 나갈 것”이라면서 “이 과정에서 인플레이션 둔화 흐름, 금융안정과 성장 측면의 리스크, 가계부채 증가 추이, 주요국의 통화정책 운용 및 지정학적 리스크의 전개양상을 면밀히 점검해 나갈 방침”이라고 밝혔다.
<문화경제 한원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