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69호 김금영⁄ 2024.04.03 17:53:38
남양주에 위치한 갤러리퍼플이 4월 12일부터 5월 25일까지 G.P.S(Gallery Purple Studio) 6기 ‘아트 내비게이터(Art Navigator)’전을 진행한다.
갤러리퍼플 스튜디오는 2013년부터 벤타코리아의 후원으로 유망한 작가들에게 개인 스튜디오 공간을 마련해주며 작가들의 창작활동을 안정적인 환경에서 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2년의 입주 기간 동안 작가들에게 창작 공간과 전시 공간의 지원은 물론, 다양한 형태의 프로모션 기회와 갤러리퍼플이 후원자를 모집해 경기문화재단을 통해 개인 또는 기업이 입주작가에게 직접 매달 정기적인 후원금을 제공하는 G.P.S 내비게이터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2013년 첫 입주를 시작으로 1기부터 5기를 거쳐 올해 1월부터 2년간 8명의 작가가 갤러리퍼플 스튜디오에 입주했으며, 이번 G.P.S 6기 입주 작가의 전시를 통해 작품들을 한자리에서 소개하고 작가들이 지속적인 후원을 받을 수 있도록 후원 프로그램의 활동을 지향한다.
이번에 입주한 강건, 강주리, 권아람, 박이도, 서상익, 손민석, 원성원, 이동재까지 총 8명의 6기 작가는 국내 및 해외에서 회화, 설치, 미디어, 사진 등 현대 미술의 다양한 장르에서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으며, 앞으로의 활동이 더욱 주목되는 예술가들이다.
강건 작가의 작업은 한동안 갇힌 삶을 살아야 했던 가족과 그로 인해 같은 시간, 다른 공간에서 갇힌 마음으로 살아야 했던 자전적인 이야기로부터 출발한다. 작가의 작업 속 문득 잘린 조각 부분들은 마치 타인들과의 관계에 있어 그들에게 남겨질 자신의 자아와 닮아있음을 표현한다.
강주리 작가는 지구상에서 서로 살아남기 위해 필연적으로 만들어지는 생태 환경의 변화, 생명체의 변이, 진화에 주목하며, 인간과 자연 사이의 복잡한 상호작용을 다양한 관점에서 해석한 작업을 회화와 혼합적 설치로 발표해왔다. 그 과정에서 자연과 문명의 구분 없는 사고방식에 집중하며, 펜 드로잉과 종이 주물, 조트롭(zoetrope: 초기단계의 애니메이션 기구), 리본과 레이스 등을 기반으로 한 설치 작업과 유기체와 무기체, 과거와 현재, 실재와 환영의 경계 넘기를 시도한다.
권아람 작가는 주로 언어와 신체 그리고 미디어에 대한 개념적 연계성을 복합 매체(mixed media)를 이용해 압축적이고 은유적인 방식으로 드러낸다. 작가의 현재 작업의 중요한 기점이 되는 ‘월스(walls)’에서는 현실에 기반한 물리적 개념이 가상으로 연장되는 세계에서 스크린이 더 이상 이미지 운반의 매체가 아니라 욕망이 순환하는 통로로 작동하는 데 주목하며, 조각난 화면 속 ‘죽음의 블루 스크린(Blue Screen of Death)’과 ‘레드 스크린’을 통해 네트워크를 따라 공허하게 기계종횡하는 인간의 정보화된 욕망이 헛된 오류임을 제시한다.
박이도 작가는 다양한 시리즈 작업을 통해 보편적 삶과 주변 모습을 실상과 허상의 경계에 서서 조망하고 그 사이에서 작용하는 회화의 기능을 탐구한다. 작가는 기존의 형식을 벗어나 스스로 구성한 가상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풍경을 구성하는 다양한 감각과 자연물의 질감을 밀랍과 종이죽 등 다양한 재료를 사용해 표현한다.
서상익 작가는 일상과 상상을 결합한 ‘1인극’과 같은 평범한 삶을 그려낸다. 일상을 스토리텔링으로 작품에 담고 재해석하며 “이론적 구성에 국한된 정체가 가장 두려운 존재”라고 하는 작가는 “일상이라는 무미건조함이 보다 개인적으로 사실적인 일상이 되기 위해 상상의 공존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한다. 이를 바탕으로 현실과 상상 속 다양한 장면을 이질적인 요소와 결합시켜 독창적인 구도를 통해 작가만의 조형언어를 작품에 담아낸다.
손민석 작가는 일상에서 쉽게 볼 수 있어 주의 깊게 인식하지 않는 대상에 집중해 그것을 이질적으로 보이게 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작가는 정물을 가까이 있고 멈춰 있는 것이 풍경처럼 멀리 있고 미세하게 흔들리고 흐르며 변화하는 것으로 바라본다. 그리고 영원히 존재하며 소유할 수 있다고 생각되는 어떤 것들을 내 눈앞에 찰나의 현상처럼 지나가는 것들로 표현한다.
원성원 작가는 여러 시점의 현실 공간을 사진으로 직접 찍은 후, 하나의 화면을 구성하는 정교한 사진 콜라주 작업을 진행해왔다. 그렇게 만들어진 작품 속 이상적 공간은 마치 세상 어딘가에 있을 법한 풍경이면서, 동시에 어딘가 낯설고 생경한 느낌을 주기도 한다.
이동재 작가의 기존 작업들은 캔버스 위에 쌀, 콩, 녹두 등과 같은 곡식이나 크리스탈이나 단추 혹은 레진으로 만든 작은 알파벳을 캔버스 위에 붙여가는 방식으로 이미지를 형상화해왔다. 새롭게 선보이는 크리스탈 작업에서는 실제의 공간이 개입하며 관람자의 움직임에 따라 화면의 모습이 바뀌기 때문에 작품이 놓이는 장소와 현존하는 관람자의 신체는 작품에서 중요한 요소가 되며, 가사를 이루는 각각의 알파벳은 크리스탈 스톤으로 치환된다.
< 문화경제 김금영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