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허니버터칩 열풍 기억하시죠. 과자를 구하기 위해 편의점을 수색하듯 찾아다니고 대형 마트에도 재고가 동이 나는 사태가 벌어졌습니다. SNS에서는 네티즌이 재고가 있는 매장 정보를 공유하기도 했죠.
허니버터칩의 성공 요인은 맛도 맛이지만 품귀현상 때문입니다. 희소성이 인기에 인기를 더한 셈이죠. 업계에서는 이를 헝거 마케팅 또는 희소 마케팅이라 부릅니다.
한정된 물량만 판매해 소비자의 구매 욕구를 더욱 자극하는 마케팅 기법으로 의식적으로 잠재 고객을 ‘배고픔(Hugry)' 상태로 만드는 마케팅을 의미합니다. 상품의 희소성을 의식적으로 높여 소비자의 수요 욕구를 증대시키는, 수요 심리를 이용한 시장 조절 방식입니다.
한정판 마케팅은 크게 세 가지 유형이 있습니다. 먼저 제품의 개수를 한정하는 것입니다. 개수 한정 마케팅의 경우, 많지 않은 제품을 소비자가 쟁취함으로써 소비자가 특별함을 느끼도록 만듭니다.
두 번째 유형은 기간 한정입니다. 특정 기간에만 구매할 수 있는 상품들이죠. 이 제품들은 특별한 이벤트에 따라 한시적으로 생산·판매됩니다. 스타벅스의 시즌 굿즈들, 올림픽이나 월드컵처럼 글로벌 스포츠 이벤트가 있는 해에 발매되는 기념주화가 예가 될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가격 한정도 한정판 마케팅의 유형입니다. 고가 프리미엄 명품 한정과 할인 한정이 있는데 명품 브랜드들이 초고가로 내놓는 제품들이며, 할인 한정은 기간에 맞춰 특별 할인가에 판매되는 제품들입니다. 전자는 명품 브랜드들이 자신의 품격을 과시하는 방법으로 사용되었고, 후자는 재고 소비 측면에서 전략적으로 활용됩니다.
이번 호 문화경제는 한정판 마케팅에 열을 올리고 있는 국내 기업들을 소개합니다. 최근 밤양갱 판매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는데요. 그중에서도 크라운제과의 밤양갱이 인기를 모으고 있습니다. 인기의 비결은 가수 비비의 ‘밤양갱’ 노래 열풍입니다. 2월 13일 발매된 이 노래는 주요 음원 사이트 1위를 휩쓸었고 노래의 인기에 힘입어 크라운제과의 밤양갱 판매가 크게 증가했습니다. 실제로 비비의 앨범이 발매된 지난 2월 13일부터 26일까지 약 보름 동안 국내 주요 편의점 4사의 연양갱 매출은 전월 동기 대비 최대 40%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또한 긴 역사를 지닌 전통적인 제품이 현시대 트렌드에 맞춘 한정품을 선보여 화제가 됐습니다. 이마트/이마트에브리데이는 지난 3월 22일 한정판 ‘비비X밤양갱’ 판매를 시작했습니다.
커피 업계에서는 매번 돌아오는 시즌에만 만나볼 수 있는 한정품 출시가 활발합니다. 스타벅스 코리아의 ‘슈크림 라떼’는 봄 시즌을 대표하는 음료로 자리매김했습니다. 슈크림 라떼에 이어 여름 시즌 음료로는 ‘씨솔트 카라멜 콜드 브루’가 있죠. 이 메뉴는 지난해 여름 누적 200만 잔 이상 판매된 인기 음료입니다.
탐앤탐스는 2015년 출시 이후 매년 봄 리메이크 한정판으로 돌아오는 바나나 시즌음료를 선보입니다. 올해 선보이는 ‘리얼 바나나 파티 4종은 우유와 바나나를 함께 갈아 포만감이 높은 리얼 바나나 라떼, 바나나 고유의 꾸덕한 식감을 극대화한 리얼 바나나 스무디, 두 열대 과일을 섞은 리얼 바나나 망고 스무디, 리얼 바나나 파티의 시그니처 음료인 리얼 바나나 딸기 스무디로 구성됐습니다. 또한 시즌 한정 음료 출시와 함께 해당 시즌에만 만날 수 있는 굿즈도 마련했습니다.
게임업계는 한정판 굿즈로 게이머들을 유혹합니다. 라이엇 게임즈는 2023 리그 오브레전드 월드 챔피언십 국내 개최를 기념해 노티드 도넛과 협업해 한정판 도넛을 선보였는데요. 한정판 도넛은 가상 아티스트인 하트스틸 데뷔곡 파라노이아 뮤직비디오 공개 일부터 월드챔피언십 종료까지 종각 하이커 매장에서 단독 판매했습니다.
주류업계의 한정판도 눈여겨 볼 만합니다. 보해양조는 얼마 전 의미있는 한정판을 선보였습니다. 소주 ‘잎새주’와 영화 ‘택시운전사’(2017)의 컬래버 특별판입니다. 이 컬래버에는 한 시대를 투영하는 진한 울림이 있습니다. 이번 컬래버의 주제는 ‘5·18 민주화운동’입니다. 보해양조는 영화 택시운전사를 1980년 5월을 기억하는 매개체로 보고 ‘평범한 사람들의 비범한 용기’를 함께 기억하고자 잎새주와 택시운전사를 일체화했고, 녹색 바탕에 ‘택시운전사’라는 단어가 큼지막하게 자리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한정판이 대세가 된 시장이 되었는데요. 여기에는 부작용도 있습니다. 비정상적인 웃돈 거래가 대표적이죠. 밤샘 노숙을 해서라도 한정판을 사재기한 후 고수익을 올리는 사람들이 등장하게 된 것입니다. 또한 웃돈 판매는 물론 과소비 조장, 패키징만 바꿔 소비자들을 현혹한다는 비판도 잇따르고 있습니다. 의미 있는 한정판을 제공하기 위해서는 브랜드 가치와 동시에 고객에게 한정판 제품을 사야 하는 명분을 제공하는 기업의 책임 있는 자세와 지혜가 필요하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