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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주 친화 경영④] 유사 '채권'으로 변모한 은행주, 여전히 저평가주인 이유

밸류업 모멘텀, '확정 수익' 제공하며 은행주 패러다임 변모시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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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776호 김예은⁄ 2024.07.25 14:22:31

정은보 한국거래소 이사장이 지난달 24일 서울 영등포구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상장기업 사내·사외이사 대상 '기업 밸류업' 설명회에서 개회사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상반기 국내 주식시장은 밸류업 프로그램 구상과 자본시장 선진화 방안 구체화 등으로 과거 어느 때보다 많은 제도 정비를 거쳤다. 이는 관련 종목의 수급 집중과 수익률 제고에 기여했다.


특히 상반기 주식시장 지수 성과에 큰 영향력을 행사한 것은 자사주 매입과 배당 확대였다. 노동길·강진혁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의 분석에 따르면 코스피 상장사들은 밸류업 프로그램의 본격 시행 전부터 주주환원 조치를 강화하며, 올해 1분기 기준 KOSPI200 주주환원 수익률 2.3%를 기록했다. 이는 S&P500의 3.1%와 0.8%p 격차로, 특별배당의 경우를 제외하고 미국 주식시장에 가장 근접한 성과다.

 

올해부터 배당의 예측 가능성을 높인 배당절차 개선 역시 연초 배당주 수급 증가에 기여했다. 과거 배당주는 투자자가 수익률을 가늠할 수 없었던 ‘깜깜이’ 투자였던 반면, 올해 배당 투자자는 배당 규모를 미리 파악하고 접근하는 것이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이에 따른 배당주 수급 증가로 올해 상반기 코스피는 대표 지수가 5.6% 상승하는 동안 배당주로 구성된 배당성장 50, 고배당 50, KOSPI200 고배당 지수는 각각 14.0%, 7.0%, 6.3% 상승했다.


특히 상당 기간 밸류트랩(Value trap, 가치함정)에 갇혀 저평가돼 왔던 저PBR주인 은행주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코스피가 지난해 연말부터 지난 15일 기준 7.7%가 상승하는 동안 은행과 증권업종은 각각 25.2%, 18.1%로 시장수익률을 상회했다.

KB금융그룹 여의도 신관 전경.사진=KB금융지주

은행주, 여전히 유망 투자처인 이유
기업가치 제고 정책과 은행의 수익 구조 다변화가 은행주에 대한 투자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다. 올해 큰 폭의 주가 상승을 보였음에도 여전히 은행주가 저평가 국면에 놓여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는 은행주에 대한 패러다임 변화에서 기인한다는 분석이다.


정준섭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은행주가 장기 보유 목적의 투자자산으로 변모하고 있다”며 “은행주 평가에서 과거의 금리 상승 수혜주, 금리 하락 피해주 관점에서 벗어난 새로운 관점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역사적으로 은행주는 대표적인 금리 상승 수혜주로 꼽혀왔다. 은행은 금리가 상승하면 은행 실적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이자 이익의 마진 지표인 순이자마진(NIM, Net Interest Margin)이 상승하며 실적이 개선되고, 이것이 주가에 반영되는 공식을 따라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같은 연결 고리가 올해부터 점차 느슨해지고 있다. 올해 금리와 NIM 하락 전망이 우세한 상황에서도 은행주 주가가 강세를 보인 것이 이를 대변한다.


이 같은 연결 고리 약화에 기여한 것이 바로 정부의 밸류업 정책과 은행의 수익 구조 변화이다.


자산의 가치는 그 자산을 획득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미래 현금흐름을 적절한 할인율로 할인한 현재가치로 평가된다. 이러한 맥락에서 은행주의 적정가치를 평가할 때는 주가순자산비율(PBR)을 주로 사용한다. 은행주 평가에서 PBR이 주로 사용되는 이유는 자산 및 자본이 수익을 창출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이론적으로 PBR은 ‘시가총액/자기자본’의 함수로서 주주 몫인 자기자본에 대한 시장의 평가를 의미한다.


또한 PBR은 '자기자본이익률/할인율'의 함수로, 자기자본이 벌어들이는 미래 순이익의 현금흐름을 현재가치로 할인한 가치로 측정할 수 있다. 따라서 PBR을 높이기 위해서는 순이익을 증가시키거나 자기자본의 축소가 필요하다.


이에 따라 순이익, 즉 자기자본이익률(ROE, 순이익/자기자본의 함수)이 증가하면 PBR이 높아지는 것이 일반적이다. 다만, 은행은 금리 변동에 따른 순이익 변동성이 높기 때문에 성장이 제한적인 이자 이익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비은행·비이자이익 확대하는 전략이 요구된다.


최근 은행 수익 구조 다변화의 유의미한 결과가 도출되며 은행주 가치평가 개선에 기여하고 있다.

 

올해 상위 금융지주를 중심으로 점차 은행 NIM과 금융지주 실적 간의 괴리가 커지고 있는데 이는 비은행, 비이자이익 비중이 확대된 데 따른 결과란 분석이다. 특히 지난해 4분기 주요 금융지주의 실적과 주가 향방의 성패는 '비은행·비이자'의 성과에 따라 극명하게 갈렸다.


올해 4대 지주 가운데 밸류업 개시 전후를 기점으로 최근 6개월간 가장 큰 폭의 주가 성장세를 보인 KB금융(68.88%)은 지난해 4대 금융지주 중 유일하게 실적 증가세를 보였는데, KB금융이 거둔 비이자이익은 4조 8천74억 원이었다. 이는 동 기간 달성한 이자 이익(11조 5천153억 원)의 30%를 웃도는 규모이며, 지난 2022년의 비이자이익 대비 80%가 늘어난 수치다.


동기간 주가가 50.12% 성장한 하나금융 또한 비이자이익 부문에서 전년 대비 65.3% 늘어난 1조 9천70억 원의 실적을 기록했다. 동기간 신한금융(47.20%)은 전년 대비 51% 이상 늘어난 3조 4천295억 원의 비이자이익을 달성한 반면, 우리금융(19.36%)의 비이자이익은 지난 2022년 1조 1천491억 원에서 지난해 1조 948억 원으로 4.72% 감소했다.


이 밖에도 배당성향 강화로 자기자본이 축소되는 경우에도 PBR이 높아지는데, 밸류업 가시화 이후 배당에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는 금융기업을 중심으로 외국인 투자자들의 수급이 쏠리며 주가의 성장 폭을 갈랐다.


최근 금융지주 실적과 주가 방향성 간에 종종 불일치하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 이는 은행들이 배당 성향을 강화한 것과 더불어, 은행주 투자자들의 투자 관점이 금융지주의 실적에서 주주에게 환원되는 이익, 즉 기업의 주주환원 의지와 주주환원 관련 규제 환경으로 이동한 탓이다.


그 결과 은행주에 부여된 할인율은 밸류업 개시 이전인 지난 2023년 대비 지속적으로 축소되고 있다. 이론적 PBR은 과거와 큰 변화가 없지만, 밸류업 효과로 주가가 상승하면서 할인율이 빠르게 축소된 영향이다.


정 연구원은 이처럼 올해 주가 할인율이 축소되었음에도 여전히 주요 은행주는 이론가보다 평균 60% 이상 할인되어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올해 큰 폭의 주가 상승에도 현재 밸류에이션은 지난 2016~2017년의 저점 수준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진옥동 신한금융그룹 회장이 지난달 27일 일본 도쿄에서 열린 애널리스트들과의 만찬 행사를 찾아 감사 인사를 전하고 있다. 사진=신한금융그룹 제공

영구채로 변모한 은행주
이 밖에도 배당절차 개선과 기업가치 제고 정책의 융합은 은행주의 속성을 변화시키고 있다. 주주환원 규모가 사실상 정해진 만큼, 은행주는 사실상 고정된 이익(fixed income)을 제공하는 투자 자산으로 변모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정 연구원은 은행주가 주식이지만 점점 채권에 가까워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기업가치 제고 계획의 구체화, 분기 균등 배당 시행 등과 더불어 월 배당까지 현실화될 경우 ‘안정적인 연금 소득원’을 위한 투자처로서 개인투자자들의 수급 증가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다.


특히 주요 금융지주들의 주주 환원은 규모는 사실상 정해진 상태로 실적보다 주주환원 불확실성이 더 낮은 국면이다. 주요 금융지주들이 매년 주당배당금(DPS)을 유지하거나 혹은 상향하기로 했고, 분기 단위의 배당 시행을 결정하면서 불확실성이 크게 낮아졌기 때문이다. 특히 상위 금융지주(KB, 신한)는 분기 균등 배당을 결정해 사실상 2024년 DPS는 확정되었다고 보아도 무방하다. 남은 변수는 하반기 금융지주의 자사주 매입과 소각 규모인데 이 역시 시장 예측 규모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전망이다.


박혜진 대신증권 연구원에 따르면 KB금융은 연간 총액 기준 1.2조 원의 현물배당을 발표한 바 있으며, 지난해 총 환원율을 감안할 때 반기 기준 4,000억 원의 자사주 매입과 소각이 가능할 전망이다. 하반기 매크로 변화나 변동성을 감안할 때 이번 2분기 실적 발표에서 최소 3,200억 원의 자사주 매입과 소각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신한지주의 경우 연간 6,000억 원의 자사주 매입과 소각이 이뤄질 전망이다. 이미 분기 1,500억 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과 소각 계획을 발표한 바 있으며, 큰 변동이 없는 한 4분기에도 같은 규모의 매입과 소각이 이뤄질 것으로 전망돼 산출된 수치다.


정 연구원은 이처럼 당해연도 실적이 확정되지 않은 불확실성 국면에도 주주환원 규모가 사실상 정해진 것은, 그만큼 금융지주의 경상 이익 체력과 자본 비율이 안정적인 수준으로 향상되었음을 의미한다고 보았다. 동시에, 투자자 입장에서는 주주환원 규모가 사실상 정해져 실적 불확실성에 대한 고려가 과거 대비 미미해진 만큼 은행주가 채권 관점에서 비교 평가가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은행주를 만기가 없는 채권인 영구채(신종자본증권의 일종)의 관점으로 접근할 경우, 은행주 주주환원 수익률을 해당 금융지주의 신종자본증권 이자율과 비교해 볼 수 있다. 올해 시중 금융지주 4사(KB, 신한, 하나, 우리)의 주주환원 수익률은 6~9% 수준으로, 각각 해당 금융지주가 올해 초 발행한 원화신종자본증권 이자율보다 1.3~2.1배 높다. 따라서 영구채 관점에서 원본인 은행주의 주가(가치) 상승 여력이 적어도 30% 이상(1.3~2.1배) 존재한다는 분석이다.

여의도 증권가. 사진=연합뉴스

4대 금융지주의 하반기 밸류업 모멘텀
한편, KB금융은 지난 2월에 이어 7월에 3,200억 원 이상의 자사주 매입과 소각을 발표할 전망이다. 정 연구원에 따르면 KB금융이 3,200억 원의 자사주를 매입 후 소각했을 경우 올해 총주주환원율은 38%로, 매입 규모에 따라 환원율의 40% 도달도 가능하다고 전망했다.


우도형 IBK투자증권 연구원 역시 15일 KB금융 목표주가를 기존 8만 6천 원에서 10만 3천 원으로 상향했다. 그는 “KB금융은 은행 가운데 보통주자본비율(CET1)비율이 가장 높아 양호한 주주환원 여력을 보유하고 있다”며, “총주주환원율(배당수익률과 자사주 소각률을 합한 값) 상승 기대감을 반영해 목표주가를 높인다"고 말했다.


이 밖에도 신한지주는 올해 상반기 일부 주주의 매도(오버행) 부담으로 연초 대비 주가 상승 폭이 주요 경쟁사인 KB금융과 하나금융 대비 제한됐다. 다만, 하반기에는 상대적인 PBR 매력도가 높아진 점과 잠재적인 오버행 물량 해소가 긍정적인 주가 상승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현재 자사주 매입과 소각이 상시로 이루어지고 있으며, 사측에서도 적극적인 유통주식 수 축소 의지를 밝히고 있는 것이 수급에 긍정적 효과로 작용할 것이라 전망했다.


백두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신한지주의 예상 순이익 증가율이 11%로 견조한 가운데 자사주 매입·소각 위주의 주주환원 확대 기조가 이어지면서 올해 소각 주식 비율은 3.1%를 기록할 것”이라며, 주주환원 관련 모멘텀이 부각됨에 따라 목표주가를 6만 원에서 6만 7,000원으로 12% 상향 조정한다고 밝혔다.


하나금융지주는 지난해 결산에서 약 3,000억 원의 자사주 매입·소각을 발표한 바 있다. 다만 KB금융과 신한지주는 지난해 5,000~6,000억 원씩의 자사주 매입·소각을 실시했고, 연중 두 차례 이상 결의하고 있다. 이 같은 경쟁사들의 움직임과 정부의 밸류업 의지 등을 감안할 때 하나금융 역시 3분기 결산 이후 한 차례 더 자사주 매입·소각을 실시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최정욱 하나증권 연구원은 “하나금융은 순이자 이익은 증가와 비이자이익 개선 및 PF관련 대손충당금 환입 등으로 올해 2분기 순익이 약 1.1조로 추정된다”고 분석했다. 이어 “DPS가 상승했음에도 불구하고 순익 상승으로 배당성향은 다소 낮아질 수밖에 없다”며, “경쟁사들과 견줄만한 의미 있는 총주주환원율 상승을 위해서는 올해 자사주 매입·소각 규모가 총 4,000억 원 이상은 되어야 한다”고 평가했다.


한편, 경쟁사 대비 높은 밸류에이션 할인을 받고 있는 우리금융지주는 최근 동양생명, ABL생명 대주주와 지분 인수와 MOU 체결 등으로 비은행 이익 확대 성장을 모색하고 있다. 이에 M&A를 비롯한 회사의 자본 활용과 3분기에 발표될 기업가치 제고 계획이 주주 가치에 얼마나 부합할지가 향후 주가 향방의 관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문화경제 김예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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